아니다,
성장은 가능하다
유필화, 헤르만 지몬 지음/ 흐름출판/ 1만5000원
지난 50년간 우리 삶을 가장 많이 바꿨으며 앞으로도 그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갈 것이 분명한 트렌드, 세계화다. 1900년에는 겨우 6달러에 불과했던 세계 인구의 1인당 수출액은 2010년 2160달러로 급증했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고 국제 교역이 일상화된 덕분이다. 국가별로 보자. 세계에서 1인당 수출액이 가장 많은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의 1인당 수출액은 1만8863달러나 된다. 2위는 어디일 것 같은가? 놀랍게도, 한국이다. 1인당 1만1408달러다. 독일을 제외하고 1인당 수출액이 1만 달러가 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1인당 수출액을 단순 계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 저자들은 모델을 재구성한 후 회귀분석을 했다. 이 결과에서도 독일이 1위, 한국이 2위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독일의 수출경쟁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저자들은 독일의 뛰어난 수출경쟁력의 원천이 1300개가 넘는 초일류 중소기업들, 즉 히든챔피언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하며 몇몇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한국도 히든챔피언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과 독일에서 히든챔피언(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각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우량기업) 연구에 주력해 온 두 학자가 만났다. 이들이 시종일관 주장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벌써 몇 년째 불황이 계속되면서 성장 자체가 어렵다는 기업인이 많지만 기업에 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 성장하든가 뒤처지든가 둘 중 하나만 가능할 뿐 그 자리에 머무른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기업 또는 경제 성장에 한계가 있느냐 없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그보다는 소비자나 고객에게 충족되지 않은 필요 욕구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느냐를 되물어야 한다. 해결되지 않았거나 해결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문제들이 사실은 엄청난 성장의 기회다.
미래의 성장기회를 찾기 위해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다섯 가지 거대 흐름을 다룬다. 그중 첫째가 세계화다. 기업 경영에서 세계화를 배제한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동력 하나를 포기한다는 것과 같다. 타깃 시장과 소비자를 정의할 때 이미 국내가 아닌 세계를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한다.
둘째는 이익 중심의 성장이다. 저자들은 우리가 오랫동안 시장점유율 신화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많은 기업인들이 사활을 거는 시장점유율이 사실은 얼마나 무용지물한 지표인가를 꼬집는다. 아울러 이익을 내는 성장을 바란다면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에 충실해야 한다며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실용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그중 하나가 경영진에게 부여되는 스톡옵션을 주식매수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경영자들이 개인 돈으로 자사주를 사서 퇴임할 때까지 보유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스스로 해당 회사의 주주가 되면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애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대리인 문제도 줄어든다. 저자들은 “관건은 경영자들의 주식 투자 규모”라며 “경영자가 투자하는 금액은 그에게 고통을 줄 정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색내기식으로 찔끔 매수하고 말 것이 아니라 부담을 가질 정도로 규모가 상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저자들은 이 밖에도 제품 세계의 지각변동을 주시하라, 달라진 소비자 행동에 대처하라, 총체적인 네트워킹 시대에 대비하라 등을 제안한다. 각 주장마다 따라붙는 구체적인 방안들도 흥미롭지만 경제위기 이후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 불황의 시대에 여전히 성장이 가능하다는 단도직입적 주장 자체가 어딘지 위안을 준다.
심플
앨런 시겔, 아이린 에츠콘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1만3000원
「본 계약서상 또는 그 밖의 모든 채무의 불이행이 발생한 경우, 본 계약서 또는 채무자 측의 모든 채무와 담보를 증명하거나 그것과 관계 있는 모든 증서, 계약서 … 」 → 「당신은 분할대출금을 제 날짜에 지불하지 않으면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된다」 각종 문서 양식을 단순하게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며 ‘Mr. Plain English’라는 별명을 얻은 저자는 단순함을 비즈니스 핵심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혁신은 뭔가를 더하는 것보다는 빼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등에는 신념이 있다
김정수 지음/ 가디언/ 1만3000원
1900년대 한국 맥주시장 강자는 누가 뭐래도 OB였다. OB맥주는 1933년부터 1995년까지 자그마치 63년간 맥주시장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경쟁사 하이트가 ‘지하 150m의 100% 암반천연수’ 마케팅을 내세우면서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됐다. 아직까지 회자되는 맥주업계 마케팅의 전설이다. 이 전설의 주인공인 저자가 생생한 현장 경험을 곁들여 강력한 브랜드와 차별화된 가치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는지 소개한다.
최한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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