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의 힘
켈리 맥고니걸 지음/ 21세기북스/ 1만7000원
1998년 미국의 한 연구소는 3만 명을 대상으로 지난 한 해 경험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를 물었다. 또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고 믿는가”라는 질문도 했다. 8년 뒤 연구원들은 설문 참가자의 사망 위험을 추적했다. 높은 스트레스 수치를 기록한 사람들의 사망 위험은 43% 증가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또 다른 결과가 있었다. 높은 스트레스 수치를 기록했어도 스트레스가 해롭다고 믿지 않는 사람들의 사망확률은 증가하지 않은 것. 이들의 사망 위험은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다고 기록된 사람들보다도 낮았다. 연구원들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요인이 스트레스 그 자체와 스트레스는 해롭다는 ‘믿음’이 결합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결론지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상식에 전면으로 반박하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스탠퍼드대 심리학자인 켈리 맥고니걸 박사는 책에서 ‘스트레스는 독이 아닌 약’이라고 주장한다. 또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법만 익힌다면 삶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맥고니걸 박사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해로운 이유는 스트레스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몸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믿음’ 때문이다.
실제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양한 변화를 일으킨다. 간은 연료를 만들기 위해 지방과 당을 혈류로 보내고, 심장에 더 많은 산소가 공급될 수 있도록 호흡이 깊어지며,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산소와 지방과 당을 근육과 뇌로 전달한다. 이때 소화 기능을 비롯한 다른 일상적인 신체 기능은 느려지거나 정지한다. 소위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코르티솔(Cortisol)’과 ‘아드레날린(Adrenaline)’이 분비되는 이유도 뇌와 근육이 그 에너지를 흡수해 당면한 위험에 맞서기 위해서다.
그는 스트레스에 대한 태도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긍정적 도전반응과 부정적 위협반응이다. 스트레스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스트레스의 원인을 해결하는 대신 스트레스 자체에서 주의를 돌리려고 애쓴다. 반면 스트레스가 유용하기도 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주도적으로 대처한다. 이들은 스트레스 근원을 극복하거나 제거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상황을 보다 긍정적인 태도로 바라보거나 성장의 기회로 활용함으로써 그 상황에 최대한 잘 대처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이다. 자신이 스트레스 상황을 감당할 수 있다고 믿으면 상황은 도전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위협이 된다.
맥고니걸 박사는 스트레스 대처를 위해 특히 뇌화수체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 물질인 ‘옥시토신’을 주목했다. 옥시토신 호르몬이 스트레스를 제대로 수용하게 해주고, 공감 능력을 높여주며, 타인과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을 도와주기 때문. 실제 34∼93세 성인 남녀 1000명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이나 경제적 붕괴와 같은 스트레스 요인은 사망 위험률을 30% 증가시켰다. 그러나 똑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 데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사망 위험률이 전혀 높아지지 않았다. 인간관계가 큰 회복력을 이끌어낸 것이다. 결국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지만 옥시토신이 공감 능력을 높여 그 해로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맥고니걸 박사의 주장이다.
책은 켈리 맥고니걸 박사가 스탠퍼드대에서 진행한 강의 ‘새로운 스트레스 과학(New Science of Stress)’을 기반으로, 긴장과 압박이 어떻게 삶의 에너지가 되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저자의 강의는 스탠퍼드대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수업으로 꼽히면서 학생 평가 1위 강의에 선정된 바 있다.
장재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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