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Uber)와 리프트(Lyft)는 모두 차량 공유를 주 업종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이유로 이 두 회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의 발전으로 미래 성장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비슷한 듯 다른 이 두 회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기업가치일 것이다. 2015년 기준 우버의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인 반면 리프트는 고작 20억 달러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우버는 승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운송 서비스 영역을 개척했다. 리프트는 우버가 이미 만들어 놓은 판에 후발주자로 진입했다. 우버가 새로운 카테고리를 선점하고 그 분야를 지배하는 ‘카테고리 킹’이 된 것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우버와 같이 한 기업이 카테고리를 독점하는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잔뼈가 굵은 컨설턴트인 저자들이 2000∼2015년에 세워진 수천 개의 상장·비상장 IT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카테고리 킹이 된 기업은 35개였으며, 이들이 해당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었다. 카테고리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카테고리 킹은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내놓거나 신기술을 발명한다고 해서 도달할 수 없다.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명명’하고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이 같은 사실을 간과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무선 헤드셋, 블루투스 스피커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생존하지 못한 조본(Jawbone)이 대표적 예다. 반대로 현재 각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마트폰 등으로 지배기업의 위치를 누리고 있는 페이스북, 애플은 최초로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지 않았다. 그만큼 새로운 기술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장의 니즈를 접목해 새로운 시장 분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카테고리 킹은 반드시 스타트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세계적인 유리 섬유 제조업체 코닝을 보자. 코닝은 고리타분한 유리제품을 혁신해 ‘고릴라 글라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했다. 강화유리인 고릴라 글라스는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저스 등 천재만이 혁신을 이끌고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전에 없던 카테고리를 만들어내고, 그 카테고리가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할 수만 있다면 대기업도, 평범한 창업가도 그 뒤를 따를 수 있다.
연남동, 성수동, 망원동 등은 최근 ‘힙’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동네들이다. 조용한 주거지가 새로운 상권으로 급부상했다. 골목상권의 부흥이 정체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골목은 대형 쇼핑몰이나 유흥가와 달리 사람들의 생활과 삶이 공존하는 곳이다. 작고 특색 있는 가게들이 모여 골목의 분위기를 만들고, 그 골목들이 모여 동네의 개성이 된다. 그런데 최근 이 골목을 위협하는 요소가 등장했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골목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던 상인들이 갑자기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쫓겨나고 있다. ‘골목길 경제학자’라고도 불리는 모종린 교수는 이 골목상권의 현상을 경제학의 관점으로 바라봤다. 골목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여기에 모인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했다.
세계적인 광고회사 사치앤드사치(Saatchi & Saatchi)는 인재를 뽑을 때 ‘기술 지능(Technological Quotient)’ 역량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기술과는 전혀 동떨어져 보이는 스타벅스도, 글로벌 대표 제조기업인 GE도 기술 관련 인력을 대거 기용하고, 관련 사업을 공격적으로 수행한다. 모든 업종에서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해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실었다.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임원 2000명의 이력과 의사결정 방식을 전수 조사해 혁신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요인을 분석했다. 또 에릭 슈밋 구글 전 회장, 잭 웰치 GE 전 회장, 존 컬버 스타벅스 사장 등 글로벌 기업 CEO들에게서 직접 들은 생생한 조언도 담았다.
이미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