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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성 시대의 성장의 역설 外

이방실 | 311호 (2020년 1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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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성장을 이루고도 실질적인 이익을 내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확장, 인수합병(M&A), 인접 사업 영역으로의 진출 등에 따라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원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른바 매출은 늘어나는데 수익성은 감소하는 ‘성장의 역설’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증가하는 복잡성으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구시대적 경영 패러다임과 접근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더 큰 위기를 맞곤 한다. 가령, 전통적인 원가 계산에 기초한 제품 합리화와 시장 합리화를 고집하다 낭패를 보는 식이다.

저자들은 복잡성의 시대에 ‘전체’ 회사나 사업부의 크기로 규모를 정의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이보다는 ‘특정’ 제품의 매출, ‘특정’ 고객이나 공급사와의 거래량 등으로 정의를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결국 수익성을 결정하는 ‘진정한 규모(real scale)’는 거시적 차원이 아닌 미시적 차원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들은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가 중요했던 산업화 시대와 달리 복잡성 시대에는 ‘밀도의 경제(economy of density)’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때 밀도란 ‘점포별 매출’ ‘제품별 생산량’ ‘지역별 매출’처럼 규모(매출액 또는 수량)를 복잡성으로 나눈 개념을 뜻한다. 따라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매출(분자)에 집중하는 것만큼 복잡성(분모)도 관리해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통찰이다. 이때 스스로 모든 가치 창출 활동을 직접 수행하는 대신 공급사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조율해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른바 ‘네트워크 오케스트레이션(network orchestration)’ 전략이다.

이와 관련, 저자들은 거대 글로벌 유통사인 리앤펑(Li & Fung)을 대표적인 네트워크 오케스트레이터로 꼽았다. 1906년 중국 광둥성 지역에서 무역 중개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공장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단 한 명의 생산직 직원도 고용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현재 40여 개국 1만5000개 이상의 공급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연간 180억 달러 이상의 의류, 소비재 및 완구를 공급하고 있다. 다수의 협력사(네트워크)를 활용, 저렴하고 유연하며 가치 있는 방식으로 조직을 확장함으로써 원가를 효율화한 덕택이다.

복잡성은 원가 구조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포함하는 경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복잡성 시대에 기업이 성장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기업을 이끄는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은 뭘까. 저자들은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바로 탐험가적 사고방식(리더십)과 항해사의 기술(실행 역량)이다. 이 두 가지 모두를 갖출 때 비로소 사업 확장을 위한 명확하고 대담한 전략을 실행에 옮겨 성공에 다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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