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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에서 배우는 경영

택뢰수괘: 결대로 살기 위한 5가지 가르침

박영규 | 337호 (2022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주역의 택뢰수괘는 연못 속에서 우레가 번쩍이는 모습을 상징한다. 택뢰수괴의 괘사는 결대로 살면 만사가 형통하다고 말한다. 인생을 결대로 살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과 성찰이 필요하다. 겸손함을 갖추면 주변의 환경 역시 결에 맞춰 움직인다. 내 삶의 방향이 올바른지 타인들과 소통하며 확인하는 개방성도 필요하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소탐대실하지 않는 것도 결대로 살기 위한 주역의 지침 중 하나다.



나무나 돌, 옷감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를 ‘결’이라 한다. 순우리말이다. ‘A는 마음씨가 비단결같이 곱다’고 하면 A라는 사람의 성품이 곧고 바르게 직조된 비단처럼 착하고 어질다는 의미다. 물에도 결이 있다. 파도처럼 움직이는 물의 모양이나 상태를 물결이라 하는데 이순신은 남해의 지형지세와 물결의 특성을 잘 이용해 객관적 조건에서 불리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결대로 배를 움직이고, 결대로 군사를 지휘해 12척의 배로 300여 척의 왜적을 무찔렀다.

나뭇결대로 도끼를 내리치면 큰 장작도 수월하게 쪼갤 수 있다. 하지만 나뭇결을 역행해서 도끼를 내리치면 아무리 애를 써도 장작을 제대로 팰 수 없다. 인생도 그렇다. 결대로 살면 인생이 술술 잘 풀리고, 결을 역행해서 살면 인생이 꼬인다. 어떻게 사는 것이 결대로 사는 인생인가?

주역 64괘는 굽이굽이 인생길에서 자신의 몸에 맞는 결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 맵(map)이다. 각 괘에는 변화무쌍한 삶의 파노라마에서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결을 찾아가는 방법론이 제시돼 있다. 택뢰수(澤雷隨)괘를 예로 들어보자. 택뢰수괘는 연못을 상징하는 태괘(☱)가 위에 놓이고 우레를 상징하는 진괘(☳)가 아래에 놓이는 복합 괘로 연못 속에서 우레가 번쩍이면서 연못의 물을 흔드는 형상이다. 우레는 사물의 변화를 촉발하는 원인이고 연못의 물이 흔들리는 것은 그에 따른 물리적 결과이다. 64괘 가운데 우주 만물의 인과법칙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괘가 택뢰수괘인데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따르므로 따를 수(隨) 자를 괘 이름에 썼다. 연못의 물이 흔들리면 파장, 즉 결이 생긴다. 택뢰수괘의 괘사와 효사는 그 결 하나하나에 담긴 메시지를 풀어놓은 의미 보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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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대로 살기 위한 주역의 다섯 가지 가르침

택뢰수괘의 괘사에서는 먼저 결에 따라 살면 만사가 형통하다고 말한다. 괘사의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수(隨) 원형(元亨) 이정(利貞) 무구(无咎).’ 결을 따르면 그대의 삶이 지극히 형통하고, 이롭고, 정갈하고 허물이 없을 것이다. 주역의 괘사나 효사에 쓰이는 원형(元亨)은 가장 좋은 상황, 최상의 상태를 뜻한다. 결대로 살면 최고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택뢰수괘의 괘사에 담긴 메시지다.

이어지는 ‘상전(象傳)’ 1 에는 결대로 살기 위해 필요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수칙이 나온다. ‘향회입연식(嚮晦入宴息).’ 날이 저물면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쉰다는 뜻이다. 날이 저문다는 것은 인생길을 가다가 캄캄한 어둠이나 거센 바람, 폭우와 같은 난관을 만났음을 상징한다. 욕심에 겨워 곧고 바른길, 즉 결을 벗어났다는 의미다.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욕심을 내려놓고 차분한 마음으로 내면을 성찰하는 행동을 상징한다. 집은 인생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종착역, 즉 행복을 의미한다. 쉰다고 할 때의 휴(休) 자는 길을 가던 나그네(人)가 나무(木)에 기댄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다. 인생길을 가다가 조금 과하다 싶으면 즉각 걸음을 멈추고 나무에 등을 기대고 쉬면서 자신의 삶을 찬찬히 곱씹어 보라.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가?’ 잠깐 동안의 멈춤과 휴식, 그리고 성찰이 결대로 살기 위해 필요한 인생의 제1 수칙이라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라는 톨스토이의 단편소설에 나오는 바훔은 하루 종일 걷는 만큼의 땅을 주겠다는 악마의 유혹에 빠져 날이 저물어가는 줄도 모르고 쉼 없이 길을 걷다가 탈진해 쓰러지고 결국 목숨을 잃는다. 길을 가던 바훔이 재물에 대한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쉬면서 되돌아가야 하는 길을 가늠해 봤더라면 소중한 생명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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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규[email protected]

    인문학자

    필자는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승강기대 총장과 한서대 대우 교수, 중부대 초빙 교수 등을 지냈다. 동서양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과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에 『다시, 논어』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존재의 제자리 찾기; 청춘을 위한 현상학 강의』 『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 『주역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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