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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듣고, 믿고, 공감하라

김현진 | 340호 (2022년 03월 Issue 1)

소속감이 강한 직원이 이직을 덜하고 업무 성과도 높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와 설문을 통해 입증된 바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높은 소속감으로 인해 기업 생산성이 올라가면 1만 명 규모 기업의 경우 연간 52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미국 리더십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응답자의 77%는 직장 만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동료들과의 친밀한 관계 구축을 꼽았습니다. 이 설문에서 연봉의 중요도는 8번째에 그친 것을 보면 직장인들에겐 인간관계가 금전적 혜택을 능가하는 가치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염병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인간 사이 장벽을 높였고 바야흐로 ‘대단절(The Great Disconnection)’의 시대를 낳았습니다. 새로운 규범으로 떠오른 비대면 사회, 록다운 해제 이후에도 회사에 돌아가지 않는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의 물결 등이 팬데믹발 대단절 시대의 파편들입니다. 팬데믹뿐 아니라 인공지능 등의 기술 발달로 인한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변화, 새 세대의 부상, 불안한 국제 정세 등 다사다난한 경영 환경 속에서 리더의 대응력과 리더십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은 팬데믹 시대를 겪으며 리더의 역할과 역량은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엠브레인의 설문 결과, 국내 직장인의 74.9%는 리더의 역량이 전반적인 회사 생활 만족도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고, 80.8%는 부서 분위기 역시 리더가 좌우한다고 믿습니다.

이에 DBR는 팬데믹 시대를 헤쳐 나갈 황금 열쇠이자 재도약의 마중물이 될 소재로 ‘리더와 리더십’을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팬데믹 이후 달라진 일터와 조직원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은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근무 형태, 세대, 기술 변화, 리스크, 노동 환경 등 다양한 각도에서 국내외 석학 및 비즈니스 리더들의 인사이트를 청취한 결과, 한결같이 수렴되는 키워드는 역시 ‘경청’과 ‘신뢰’ ‘공감’이었습니다. 팬데믹을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리더들은 어찌 보면 뻔하게 느껴지는 듣고, 믿고, 느끼는 일에 그 무엇보다 힘을 써야 한다는 교훈이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글로벌 리더십 연구 기업인 포텐셜프로젝트와 HBR가 수년간 100개국, 5000개 기업에 속한 1만5000명의 리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연구에서도 공감의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조직에 최고의 성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감의 리더십이 발현될 때, 직무 만족도는 무려 86% 증가했으며 이는 조직 내 강한 결속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는 빈도가 높아지는 때 ‘필패 신드롬(The set-up-to-fail Syndrome)’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경고도 눈길이 갑니다. 상황을 판단할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직원 개인에 대한 편견이나 의심으로 행동을 넘겨짚게 되기 때문입니다. 유능한 직원도 상사에게 무능력하다는 의심을 받으면 실제로 업무 능력이 저하된다는 필패 신드롬은 이번 호부터 신설된 직장인 심리 상담 코너 ‘직장인 금쪽이’에서 소개하는 첫 사연자의 상황과도 맥락이 통합니다. 이 밖에도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철학하에 집단지성의 힘을 믿고 권한을 나누는 분권화 모델(Decentralized Leadership), 맥킨지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만이 가진 차별적 요인으로 꼽은 리더들의 ‘내적 민첩성(Inner Agility)’도 명심해야 할 키워드들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지친 조직원들을 이끌기 전에 리더 본인부터 마음속 ‘산소마스크’를 장착하라고 조언한 대목에도 눈길이 갑니다. 이들은 평정심을 찾기 위해 마음챙김 훈련을 실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열네 번째 생일을 맞이하면서 DBR는 애독자 여러분, 그리고 콘텐츠 제작 및 교육 과정을 함께해 온 파트너들께 DBR와의 경험과 추억을 물었습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부터 취업, 승진, 이직 등 삶의 생애주기를 함께하는 페이스 메이커로 DBR를 활용하고 있는 분, 기고 또는 취재를 계기로 사업과 연구에서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찾았다는 분 등의 경험을 들으며 제작진 모두 큰 감동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들의 가려운 곳, 아픈 곳을 토닥이면서 예방약과 치료제를 찾아다니는 ‘공감형 지식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작진과 필자, 독자 여러분이 함께 만드는 지식 플랫폼이 걸어갈 앞으로의 여정에도 동행해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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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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