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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묻고 신하가 답하다: 연산군과 이자

“좋은 재상 얻으려면 임금부터 달라져야”

김준태 | 354호 (2022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무릇 리더들은 리더 자신에게 충성하고 리더의 말을 어기지 않으며 일도 잘하는 부하를 뽑고 싶어 한다. 그러나 리더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부하만 찾는다면 업적은 남길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좋은 부하는 얻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좋은 부하를 얻으려면 리더부터 달라져야 한다.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거나 감정에 치우쳐 행동한다면 좋은 부하가 있더라도 능력을 펼치지 못한다. 좋은 인재는 중심을 잡지 못하는 리더와 함께하지 않는다.



리더는 누구나 뛰어난 부하를 옆에 두기 바란다. 안목이 탁월하고 업무 능력이 출중한 인재를 말이다. 맡은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 조직의 발전을 이끌고, 리더의 부담까지 덜어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이는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왕들은 어떻게 해야 자신을 훌륭히 보좌해 줄 신하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특히 좋은 재상(宰相)을 발탁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는데 재상은 임금을 보좌하고, 백관을 통솔하며,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재상을 통해 세습군주제를 보완하고 유학의 이상을 실현한다는 거창한 명분을 굳이 내세우지 않더라도 재상이 똑똑하고 일을 잘해야 임금이 편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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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난정(亂政)을 휘두른 연산군(燕山君, 재위 1494∼1506)이라도 다르지 않았다. 1504년(연산 10) 식년시(式年試)1 의 책문(策問)을 보면 연산군은 ① 국가가 평안하냐 위태롭냐는 재상(宰相)에게 달려 있으니, 역대로 재상의 직임을 잘 수행한 자에 대해 들려줄 수 있겠는가? ② 주공(周公)2 이 성왕(成王)을 잘 보좌하여 800년 대업의 기틀을 닦을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인가? ③ 곽광(霍光)3 이 주공보다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④ 재상을 맡은 자가 성(誠)으로 임금을 섬기면 옛날 주나라의 훌륭했던 정치를 다시 볼 수 있는가?4 이 네 가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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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태[email protected]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

    김준태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한국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유교문화연구소, 유학대학 연구교수를 거치며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군주와 재상들에 집중해 다수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왕의 경영』 『왕의 공부』 『탁월한 조정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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