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군 생활 동안 숱한 일화를 남기며 부하 병사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군 생활 내내 군대 내부의 부조리와 불합리에 항거한 리더로 유명하다. 사단장 시절 사단 관할 구역에 폭설이 내리면 전투모와 야전 상의, 귀마개를 하고 나가서 제설 삽을 들고 병사들과 제설 작업을 하는 등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실천했다. 야간 행동 때 단독 군장을 착용한 장교가 행렬 맨 뒤에서부터 맨 앞까지 병사들의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하며 함께 걷기에 누군가 했더니 전인범 사단장이었다는 일화도 있다. 사단장 시절, 장병들의 보급용 슬리퍼 품질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군수 사령관 앞에서 슬리퍼를 입에 물고 간곡히 요청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으로 한미 동맹 강화에 큰 역할을 해 왔고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건 해결에도 공을 세우는 등의 업적으로 군 복무 중 총 11개의 훈장을 받은 그는 군대식 권위적 리더십을 버리는 대신 부하들이 저절로 모범을 따르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경영학의 발전은 전쟁사와 궤를 같이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경영 전략이나 리더십 이론의 상당 부분은 전쟁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다. 일례로 전략이라는 단어는 서양 최초의 군사 사상가로 꼽히는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가 『전쟁론』에서 처음 언급한 이후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리더십과 HR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계층 구조는 명령의 신속한 전달을 위해 군에서 활용하던 방식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경영학은 군을 벤치마킹하며 발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군은 더 이상 기업의 참고자료가 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발전 속도를 군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과 군대가 가진 뒤떨어진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장군들도 있다. 군 생활 내내 군대 내부의 부조리와 불합리에 항거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이 대표적 예다. 그는 장교 임관 직후부터 숱한 일화를 만들었다. 1983년 중위 계급으로 합참의장 수행 부관을 할 때 아웅 산 테러 현장에서 중상을 입은 이기백 당시 합참의장을 구해냈고 중대장 시절 소총 사격 영점을 못 잡는 병사를 데려다가 실탄을 주고 자신은 표적지 앞에 서서 사격을 하게 해 영점을 잡게 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그가 지휘봉을 잡았던 중대와 대대, 연대는 전투력 측정 평가에서 언제나 최상위권을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