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순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너무 복잡하게 풀려고 할 때가 있다. 이럴 땐 쾌도난마(快刀亂麻)의 전술을 기억하면 좋다. ‘잘 드는(快) 칼(刀)로 얽힌 실(亂麻)을 잘라버린다’는 뜻이다. 이 고사가 나온 사연은 이렇다.
중국 남북조 시대에 고환(高歡)이라는 장군이 있었다. 그 장군에게는 아들이 셋이 있었는데 그들의 능력을 시험하고자 자식들을 불러 모아놓고 복잡하게 엉킨 실을 풀어 보라고 하였다. 모든 아들이 복잡하게 얽힌 실을 풀려고 끙끙 대고 있을 때 고양(高洋)이란 아들이 갑자기 칼을 뽑아 얽힌 실을 잘랐다. 그야말로 단순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었다. 이 아들은 후에 북제(北齊)의 문선제(文宣帝)가 되었다. 이런 고사는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에도 등장한다.
위대한 지도자가 되는 자질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처리하는 능력이다. 물론 복잡한 실을 단칼로 끊는다고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한 올 한 올 풀어나가 실을 끊지 않고 풀어내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리더는 자신이 이끄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 결단과 돌파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저것 고려하다가는 조직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판에 주졸보차(卒保車)란 원칙이 있다. 차(車)를 보호하기 위하여 졸(卒)을 버린다는 뜻이다. 매정하다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전체 승부를 바라보는 장기판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손자병법’에도 군주가 ‘어느 특정 병사에게 애착을 가지면 전체 조직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愛民可煩也)’고 말하고 있다. 병사 하나 하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몇 명의 병사들에게 갖는 인정과 애착 때문에 결국 대다수 다른 병사들의 생존이 위협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마뱀이 생존을 위해 꼬리를 잘라 내듯 쾌도난마의 방법이 유효할 때가 있다. 얽힌 실을 부여잡고 고민하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단순함이 빛나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쾌도난마의 전략은 공격과 후퇴를 결정하는 데도 사용된다. 적의 세력이 우세한 상황에서 도저히 싸워 이길 수 없다면 적과의 결전을 피하기 위하여 ‘항복’ ‘강화’ ‘후퇴’ 가운데 하나를 빨리 선택해야 한다. 항복하면 완전히 패하는 것이요, 강화를 맺으면 절반의 패배요, 후퇴하면 아직 패배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가운데 후퇴는 소극적 전술이 아니다. 후퇴 목적은 적과의 결전을 피하기 위함이다. 적극적인 후퇴는 적을 유인하여 내 승리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결국은 후퇴하는 것이 전진하는 것이다. 싸움의 결과는 최후에 결정이 난다. 내가 현재 상황과 역량이 안 될 때는 훗날을 도모하며 때를 기다려라. 상황을 판단하여 안 되겠으면 도망하거나 피하고, 될 것 같으면 공격하라. 단칼에 결정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장군은 공격함에 개인적 명예를 구하지 말고(進不求名), 후퇴함에 죄를 회피하지 않으며(退不避罪), 오직 병사들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惟民是保), 군주에게 이익이 부합하는 일을 해야 한다(利合於主). 이래야 비로소 나라의 보배가 되는 것이다(國之寶也).’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 말은 전쟁에서 장군은 공격과 후퇴를 결정할 때 오로지 국가와 백성을 위하여 단칼에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장고(長考) 끝에 오히려 악수(惡手)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난세에는 단순함이 오히려 경쟁력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