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변신의 시대다. 어제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다. 다양한 생존 전략을 통해 변신을 시도하지 않으면 기업이든 사람이든 도태되는 불확실성의 시대인 것이다. 지나간 내 모습에 연연하지 말고 새로운 모습에 적응하라. 이는 올 한 해 화두가 될 이야기다.
‘차시환혼(借屍還魂)’이라는 병법이 있다. ‘다른 사람의 주검(屍)을 빌려(借) 죽은 나의 혼(魂)을 되돌린다(還)’는 뜻이다. 자신의 잃어버린 영혼을 다른 사람의 육신을 빌려 환생했다는 어느 도사의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옛날 이현(李玄)이라는 도사가 있었다. 워낙 도력이 높아 신선 같은 풍모를 느낄 수 있는 우아한 육신을 지니고 있었다. 인간계와 선계(仙界)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 도사의 영혼이 어느 날 잠시 육체를 떠나 신선이 있는 하늘로 올라갔다.
그런데 7일 만에 다시 돌아와 보니 자신의 육신이 다른 사람들 손에 불태워져 없어졌다. 세상 사람들이 도사를 죽었다고 생각해 화장한 것이다. 자신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육체를 잃고 고민하던 도사는 마침 죽어있는 그의 시신을 발견하고 거지의 몸속으로 들어가 인간으로 환생했다. 비록 자신이 들어간 새로운 시신이 별 볼일 없는 거지의 몸이지만 이를 통해 그는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만약 지상으로 돌아온 이현이 자신의 우아한 옛날 육체만 고집하고 새로운 육신을 거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영원히 인간으로 환생하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 됐을 것이다. 이 고사는 새로운 현실을 거부하고 지나간 시절만 생각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설파한다.
회사의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으로 임원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 사람이 지나간 지위만 그리워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인생을 바친 직장에서 희생양이 되었다고 원망해서 답이 나오지도 않는다. 자신의 지나간 육신을 포기하고 다른 육신이라도 찾아 자신의 영혼을 되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가 부도나거나 조직이 와해돼 자리를 잃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 2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주저앉아 지나간 시절을 회상하며 눈물만 흘리는 유형이고, 둘째는 툴툴 털고 다른 조직이나 다른 직책에서 새롭게 자신의 영혼을 되살리는 유형이다. 비록 별 볼일 없는 조직의 하찮은 직책이라도 이를 계기로 새롭게 재기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면 차시환혼의 병법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다. 비록 이전과 다른 대우를 받고 남들에게 보이기 싫은 자신의 모습을 갖더라도 영혼을 되살릴 수만 있다면 주저 없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3도 수군통제사의 자리에 있다가 백의종군하는 하찮은 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은 상황을 직시하고 유연하게 자신의 모습을 바꿀 줄 아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엔 고정된 모습은 없다. 새로운 모습을 유연하게 받아들여 자신의 모습을 바꿀 줄 아는 자만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손자병법’에서는 이러한 유연한 사고를 강조하며 “물을 닮으라”고 말한다. ‘수무상형(水無常形)’이다. 물은 고정된 자신의 모습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모습이든 될 수 있다. 리더는 물의 유연성을 닮아야 한다. 자신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깨뜨릴 줄 아는 리더만이 마지막 승자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육체(屍)냐가 아니라 어떤 영혼(魂)을 가지고 있느냐다.
인생 처세나 조직론에서 자주 쓰이는 차시환혼의 전술은 결국 영원한 생존을 위한 전술이다. 생존을 위해 새로운 육체를 찾아 끊임없이 떠도는 영혼의 행보는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리더의 행동 방식이며, 삶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