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안병훈 KAIST 부총장 “직원에 ‘함께 간다’는 믿음 줘야”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는 외환위기 이후 갈라선 노사(勞使)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직원들이 ‘진짜 주인’이 돼 기업의 미래 가치를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사람위주 경영을 펼쳐야 합니다.”
KAIST 경영대학장이자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분야 최고전문가인 안병훈 부총장(62·사진)은 불황 극복의 키워드로 ‘노사 화합’을 첫손에 꼽았다.
1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KAIST 경영대에서 만난 안 부총장은 “현재로서는 ‘생존’이 가장 중요한 화두겠지만 기업은 3년, 5년이 아닌 10년, 20년 이후를 내다봐야 한다”며 “위기일수록 ‘함께 간다’는 믿음을 줘야만 직원들도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주류 경영 패러다임으로 군림해 온 ‘잭 웰치(미국 GE의 전 회장)식 구조조정 및 성과지상주의’는 구성원들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었다”며 “최근에는 길게 내다보고 시간과 사람에게 투자하는 동양적 경영 패러다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KAIST 경영대는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영대학협회(AAPBS) 창설을 주도했고, 같은 해 일본 게이오(慶應)대, 중국 칭화(淸華)대와 함께 아시아경영연구소도 설립했다. AAPBS의 경우 현재 100여 개 대학으로 회원이 늘어났고, 미국이나 유럽의 명문대들도 참여를 원할 정도로 활발한 공동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안 부총장은 한 회사를 책임지는 경영자라면 전문분야와 일반경영 사이에서 충분한 ‘균형 감각’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무, 영업, 기술 등 모든 분야에 상당한 전문지식을 갖추되 기업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KAIST가 1996년 테크노경영대학원을 설립한 것은 기술도 알고, 경영도 아는 균형 잡힌 경영인을 길러내기 위한 것”이라며 “1994년부터 시작된 최고경영자과정(AIM)도 이러한 콘셉트를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30기 AIM 과정생을 모집 중인 KAIST 경영대학 측은 실제 ‘불안기의 경영전략’, ‘위기경영과 CEO 리더십’ 등의 교과목은 물론 대전 본원 교수들을 초빙해 △나노 기술 △정보 기술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화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포함해 커리큘럼을 짰다.
안 부총장은 “현재의 글로벌 위기는 새로운 가치창출보다는 현재의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머니게임’에 치중된 금융자본주의가 지나치게 득세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내부 기술역량을 키우고 혁신을 통해 가치창출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주의로 회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업인들의 ‘사회적 책임’은 단순히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를 넘어 이제는 시장에서도 투자나 구매의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며 “지속가능성은 보고서 작성이나 관련 지수 편입 등 외형적인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윤리, 환경, 인권, 고용 등을 경영 전반에 접목할 때 확보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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