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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의 영웅 패턴 장군의 진면목

연료가 없으면 걸어서 전진하라

임용한 | 29호 (2009년 3월 Issue 2)

폴로와 요트를 즐긴 귀족 장군

전쟁 영화에서 실패하는 지휘관들은 다음 3가지 특징 중 적어도 하나를 갖고 있다. 실전에서는 전혀 필요 없는 쓸데없는 군기만 잡거나, 구식 귀족 군인이거나, 거드름 피우고 잘난 척하며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으로 불리는 조지 스미스 패턴 장군은 놀랍게도 이 3가지 특징을 모두 갖고 있었다.
 
패턴가(家)는 백만장자급 부호였다. 처가는 10배 정도 더 거부였다. 2차 대전 전까지 장교에 대한 미군의 예우는 형편없었고, 군사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진급도 잘 시켜주지 않았다. 부인의 수입을 제외한 자신의 주식 배당금만 해도 월급의 3배는 됐던 패턴은 위관장교 시절부터 사령관의 차보다 더 좋은 고급차를 몰았다. 부대 막사에서도 패턴 부부는 반드시 정장을 하고 식탁에는 은촛대를 켜놓은 채 식사를 했다. 동료들은 이 별난 부부를 ‘후작 부부’라고 불렀다.
 
패턴은 여가 시간에는 폴로와 요트를 즐겼다. 부대 안에 폴로용 말을 몇 마리씩 키우고 전용 사육사까지 거느렸다. 한때는 자가용 비행기도 몰았다. 1928년 패턴은 미국 횡단 비행에 도전했는데, 성공은 했지만 자동차 횡단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진짜 부자답게 꼭 군부대에 착륙해 공짜 연료를 주입했기 때문이다. 연료 담당 장교들이 개인 비행이라며 연료 주입을 거부하면, 패턴은 부대장을 찾아가 기어이 목적을 달성하곤 했다.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했던 패턴은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근대 5종 경기에 미국 대표선수로 참가해 5위에 올랐다. 사격에서 실수만 하지 않았으면 동메달은 딸 수 있었다. 펜싱에서는 세계 챔피언을 물리쳤다. 펜싱에 매료된 이 귀족 장교는 1912년 기존의 곡선형 기병도를 대체하는 직선형 양날 기병도를 고안했다. 기병 검법은 고사하고 기병의 존재 자체에 대해 회의론이 제기됐던 1910년대, 패턴은 기병의 전투 시 베기보다 찌르기 공격이 유효하다는 논쟁을 벌이며 시간을 보냈다.
 
그 유명한 복장 군기 덕분에 패턴 휘하의 3군은 전 미군 가운데 제일 깔끔한 부대가 되었다. 어느 날 미 의회 의원들로 구성된 전선 시찰단이 부대를 찾아왔다. 안내하던 대위가 멀리서 탱크와 트럭들이 오는 것을 보고 패턴의 3군 소속 차량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이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대위가 대답했다. “간단합니다. 지프와 트럭의 청결 상태를 보십시오. 저렇게 깨끗이 하고 다니는 부대는 패턴 부대뿐입니다.” 이것이 정말 병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였는지, 자신의 귀족적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였는지는 신만이 알 일이다. 패턴은 자신이 타는 장갑차도 요란하게 장식하고 다녔는데, 모두들 영락없는 영주님의 행차라고 말했다.
 
패턴은 처음 탱크 부대 지휘관이 되었을 때 전차병의 군복을 직접 디자인해서 고쳤다. 그 자신의 말로는 불붙은 탱크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빠져나오도록 개량한 것이라지만, 그 신형 군복을 본 사람들은 입이 벌어지다 못해 턱이 빠질 지경이었다. 1941년 튀니지 파병을 앞두고 기동훈련을 실시했을 때, 참관 장성들 앞에 탱크를 몰고 나타난 패턴은 17세기 근위 기병대의 장교 복장처럼 목에서 어깨를 지나 허리까지 단추가 줄줄이 박혀 있는 군복을 입고 있었다. 장군 한 명이 그걸 보고 소리쳤다. “맙소사, 화성에서 온 사람 아냐?”
 
패턴이 제일 싫어한 병과는 헌병이었다. 과속에 일방통행까지 일삼았던 패턴은 자주 헌병에게 딱지를 떼였다. 나중에 1기갑군단장이 되자, 패턴은 헌병 전원을 교통순찰 업무에서 빼내어 포로수용소 경비로 돌렸다. 그리고 운전병에게 말했다. “자, 이젠 한동안 잠잠하겠지?”
 
1944년 휘하 사단들이 연료 부족으로 진격하기 어렵다고 보고하자, 패턴은 “연료가 떨어지면 걸어서 전진하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동양적 정서로는 이 말이 상당히 의미 있게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합리성을 추구하는 서구 정서로는 황당하거나 조소를 퍼부을 만한 사례로 인용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이 말은 1918년 그가 미군 최초의 탱크 부대를 지휘할 때부터 상습적으로 남발해온 연설 문구 가운데 하나였다.
 
이렇게 제멋대로이고 자기 과시에 빠져 있는 허풍쟁이 늙은 귀족 장군(패턴은 유럽의 미군 장성 가운데 최고참이었다. 연합군 사령관 아이젠하워도 패턴보다 여섯 살 어렸다)이 어떻게 유럽 전

 선의 영웅이 될 수 있었을까? 운이 좋았거나, 매스컴 덕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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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용한

    임용한[email protected]

    - (현) KJ인문경영연구원 대표
    - 한국역사고전연구소장
    - 『조선국왕 이야기』, 『전쟁의 역사』, 『조선전기 관리등용제도 연구』, 『조선전기 수령제와 지방통치』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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