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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멜 장군의 도박이 성공한 까닭은?

임용한 | 32호 (2009년 5월 Issue 1)
제1차 세계대전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던 1917년 10월, 26세의 독일군 장교 에르빈 롬멜 중위는 이탈리아 북부 톨마인 지방, 알프스 산맥의 거친 산악지대에서 고지 공격을 지휘하고 있었다. 전투 3일째 롬멜은 흐트러진 독일군 부대를 수습해 7개 중대를 1개 대대로 재편성했다. 7개 중대라고는 하지만 병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들의 앞에 놓인 크라곤자 산은 해발 1000m가 넘는 3개의 봉우리로 돼 있었다. 산중턱 800m 지점쯤에 정상부와 평행으로 다시 중봉(中峯)과 능선이 형성돼 있었고, 이 중봉의 8부 능선, 즉 600m 지점에는 능선과 평행으로 기다랗게 요새화된 축성 진지가 구축돼 있었다. 이 진지를 엄호하기 위해 다시 정상부의 봉우리와 능선에도 중턱의 요새를 따라 진지가 구축됐는데, 이곳에서는 아래의 진지를 완전히 감제(瞰制)할 수 있었다. 크라곤자 산 뒤로 연결된 더 높은 2개의 산도 비슷하게 요새화돼 있었다. 3개의 산 전체에 걸쳐 이탈리아군 5개 연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이탈리아군은 중무장했고 전투 경험도 있었다. 그중 한 연대는 여러 번 부대 표창을 받은, 이탈리아군 전체에서도 유명한 연대였다.
 
병력을 사지로 몰아넣은 롬멜
1, 2일차 공격에서 롬멜은 이미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롬멜 대대는 공격을 개시한 독일군 부대 간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전투를 시작하자마자 적진 안에서 일단 고립됐다. 그러나 그는 후퇴하지 않고 단독으로 전진해 목표물을 공략했다. 이틀간의 전투로 독일군 병사들은 녹초가 됐지만, 롬멜은 쉬지 않고 병사들을 격려하며 앞으로 밀어붙였다.
 
전투 3일째 롬멜 대대는 크라곤자 산 중턱 600m 지점의 요새 라인이 시작되는 부분, 제니체크 마을에 집결해 있었다. 이탈리아군 1개 연대가 전방 진지 안에 있었다. 이탈리아군은 독일군의 접근을 알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진지만 단단히 고수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롬멜은 제정신을 가진 지휘관이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다. 이곳에 온 부대는 겨우 4개 중대였는데 2개 중대를 마을에 두고, 2개 중대를 800m 지점의 중봉 능선, 즉 정상부와 600m 지점의 이탈리아군 진지 사이로 진격시켜 적의 두 요새선 사이로 부하들을 밀어 넣었다. 동이 트자 능선에 있는 독일군 병사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탈리아군 장교들은 눈을 의심했을 것이다. 일생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한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적이 스스로 죽음의 공간으로 뛰어 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위쪽 감제고지에 있던 병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바로 사격이 시작됐다. 위와 아래 양쪽에서 사격을 받은 독일군 병사들은 피할 곳을 찾지 못해 허둥거렸다.
 
이 상황에서 롬멜은 약간의 돌격부대를 편성해 아래쪽 능선 진지를 향해 위에서 아래로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겨우 몇 개 분대로 편성된 돌격부대는 함성을 지르며 이탈리아군 진지로 뛰어 내려갔고, 항복하라고 소리쳤다. 놀랍게도 롬멜 부대 아래쪽에 있던 3개 중대가 바로 항복했다. 독일군이 위에서 아래로 쳐들어오자 그들은 이미 독일군이 정상부를 공격해 점령했다고 착각했다. 처음 3개 중대가 항복하자 중턱 진지 전체로 항복의 물결이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순식간에 1개 연대 1000명 전부가 항복했다.
 
이렇게 아래쪽 부대를 소탕한 뒤 롬멜 부대는 전력을 다해 고지를 공격했다. 여기서는 별다른 전술이 있을 수가 없었다. 한국전쟁 때의 고지 공격처럼 중대별로 목표를 정하고 고지를 향해 뛰어올랐다. 마침내 고지를 점령했지만 독일군의 희생도 컸다. 중대장 2명이 중상을 입었고, 온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겨우 반 개 중대밖에 없었다.
 
적군의 절반도 안 되는 병력으로 요새화된 고지를 점령했지만, 롬멜은 이 병력으로는 적군의 반격을 막아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가능한 방법은 계속 공격을 가해 남은 2개의 산, 므르츨리 봉과 마타주르 산을 탈취해 전투를 완전히 끝내는 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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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용한

    임용한[email protected]

    - (현) KJ인문경영연구원 대표
    - 한국역사고전연구소장
    - 『조선국왕 이야기』, 『전쟁의 역사』, 『조선전기 관리등용제도 연구』, 『조선전기 수령제와 지방통치』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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