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자영업자 대기업 탓만해선 곤란
이마트 소형점포 올 40개 늘려창고형 매장 사업도 다시 추진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첫 번째 가치입니다. 중소 자영업자가 대형마트 저지보다는 스스로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연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25일(현지 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슈퍼마켓 형태의 소형 이마트 점포 30∼40개 정도를 새로 열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부회장은 유럽 지역 대형 유통업체 탐방과 2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세계 자체 브랜드 박람회(PLMA·Private Label Manufacturers Association)’에 참석하기 위해 24일 출국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 부회장은 소형 이마트 점포가 지역 자영업자의 상권을 빼앗는다는 비판에 대해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는 “지역 자영업자들이 대형 마트가 하지 못하는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공동으로 물품을 구매해 가격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노력 없이 대기업 탓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그들의 어려움이 100% 대기업 때문이라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며 “전 국민에게 기업형 유통의 혜택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마트가 운영 중인 121개 점포 가운데 매장 면적 1000∼3300m²(약 300∼1000평)의 대형 슈퍼급 점포는 7곳. 이들 점포는 ‘이마트 에브리데이’라는 상호로 영업을 하고 있다. 신세계는 올해 안에 이보다 작은 3300m² 이하의 점포를 30개 이상 문 열 계획이다. 특히 서울 가락동 봉천동 상도동 서초동 미아동 발산동 등에는 326∼990m²(99∼300평)의 동네슈퍼 크기 점포도 열 예정이어서 인근 소매업자로부터 반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소형 점포를 늘리기 위해 프랜차이즈(가맹)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는 “소형 점포를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그동안 경험이 거의 없어 섣불리 시도하지 못했지만 수익뿐만 아니라 손실도 나누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부회장은 유통 채널을 다양화하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그는 “메트로, 까르푸 등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모두 상품 구색이나 매장 크기에 따라 4∼7가지의 유통 채널을 운영한다”며 “이마트도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매장 형태를 다양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 부회장이 관심을 보이는 유통 채널은 창고형 매장. 신선식품이나 소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은 한국에서는 실패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국과 생활 유형이 비슷한 중국이나 일본에서 최근 창고형 매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한국에서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 부회장의 판단이다.
한편 정 부회장은 올해 3월 롯데와 벌인 경기 파주 아웃렛 용지 매입 분쟁과 관련해서는 “롯데가 국내 최고 유통업체임은 분명하지만 의사결정 시스템에 있어서는 밀리지 않았나 싶다”며 “신세계는 이 땅을 살 거냐 말 거냐 하는 데 있어 우왕좌왕하지 않고 1, 2시간 만에 결정이 끝났다”고 말했다. 이 분쟁은 롯데가 장기 임대계약을 맺고 아웃렛 오픈을 준비하던 용지를 신세계가 땅 소유주와 매입 약정을 맺어 양측이 한동안 대립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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