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하정민 기자 [email protected]
최근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경매 회사인 이베이의 최고경영자
(CEO)가 바뀌었다. 여성 CEO로서 茨봉� 떨친 멕 휘트먼이 물러나고 3년전 영입해 전자상거래 사업을 총괄하고 있던 존 도너휴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같은 컨설팅 회사의 상사와 부하직원 관계의 인연을 이어왔다는 사실이다.
이 회사가 바로 세계 최고의 컨설팅 회사로 명성을 쌓아온 베인 & 컴퍼니다. 최근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 출마했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역시 베인 & 컴퍼니의 CEO를 역임했다. 이처럼 많은 인재들의 산실인 베인 & 컴퍼니는 2003년 컨설턴트들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맥킨지를 누르고 미국 1위 컨설팅 회사로 뽑히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이번 호 트렌드 리더는 바로 베인 & 컴퍼니의 이성용 한국 대표다. 이 대표는 최근 베인 & 컴퍼니의 세계 24개국 36개 지사의 컨설턴트 중 불과 8명으로 이뤄지는 글로벌 이사회의 멤버로 뽑혀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베인 & 컴퍼니 이사회에 한국인이 입성한 것은 그가 최초이며 아시아인 출신 중에도 처음이다.
미국, 한국, 다시 세계
이성용 대표의 뿌리는 한국이지만 그를 성장시킨 나라는 미국이다. 1962년생인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중, 고등학교를 마친 후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우주공학과를 졸업, 미 국방부에서 근무했다. 군인 신분을 벗어나 컨설턴트의 꿈을 가지고 하버드대 MBA를 마친 후 역시 세계적 컨설팅 회사의 하나인 AT 커니의 한국 지사로 발령받은 것이 1995년. 그는 인생의 최고 역동기인 소년기부터 30대 중반까지를 미국에서 보낸 셈이다. 한국에서 5년을 보낸 후 2000년 베인 & 컴퍼니에 파트너로 입사, 이제는 당당한 글로벌 이사회의 멤버로 진입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아버지, 할아버지가 군인이었기 때문에 육사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눈이 나빠 우주항공사를 포기하고 펜타곤(미국 국방부)에 들어갔는데 냉전 체제가 무너졌지요. 군사 분야보다 민간 회사에서 일 하는 것이 장래에 훨씬 유용하다고 생각해 진로를 바꿨습니다.”
그는 이제 어느덧 경력 18년의 베테랑 컨설턴트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 대기업을 두루 경험한 덕분에 한국인이면서 동시에 세계인으로서 누구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한국의 현실과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됐다. 그런 그가 보는 미래와 그 미래를 대비할 한국 기업들의 장단점, 그리고 향후 전략은 어떤 것일까.
3년 앞은 내다보고 가라
우선 미래 예측에 대한 그의 견해를 물어봤다.
“현실적으로 3년 정도가 소비자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이 되면 오늘날처럼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선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죠.”
그러면서 그는 2000년 교보자동차보험을 컨설팅했을 때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온라인으로 보험 상품을 팔겠다는 계획을 세우며 출범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금융상품을 인터넷으로 판 적이 없었다. 이런 새로운 시도에 대해 과연 한국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할 지 의구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계로 눈을 돌리자 트렌드가 드러났다. 영국 ‘다이렉트 라인’이나 미국 ‘프로그레시브’ 등 보험회사들은 이미 온라인 보험사로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다른 나라의 변화를 주시하고, 그로부터 트렌드의 필연성을 인식할 수 있었기에 그는 3년 앞을 예측할 수 있었다. 교보 자동차보험은 국내 최초의 온라인 보험사로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하지만 왜 3년일까? 장기 예측을 하고 계획을 수립하려면 10년, 20년 정도는 내다봐야 하는 것 아닐까?
“제품 사이클의 변화가 플래닝 사이클(plannig cycle)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예전에는 제품 하나 출시하면 5∼10년씩 걸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과거 자동차를 하나 출시하는 데 7년 정도 걸렸지만 지금은 기껏해야 2년 반 정도입니다. 핸드폰은 더 빨라서 6∼9개월 정도입니다. 이렇게 제품 사이클이 빨라질 때는 생산 등 모든 분야의 플래닝 사이클이 빨라져야 경쟁자보다 한 박자 앞서나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3년을 예측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지속적으로 소비자 동향을 조사하고, 산업별 특성에 따른 새로운 데이타들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며, 체계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감시해야 한다.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수정해 나가야만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