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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가 말하는 ‘시대를 초월한 리더십의 조건’

역사를 알아야 인간을 알고 인간을 알아야 인재를 얻는다

김남국 | 5호 (2008년 3월 Issue 2)
번역 김남국 기자 [email protected]
 
“우리에게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정치 지도자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과 모든 상황, 모든 영역에서 리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젊은이들을 리더로 만들기 위해 계속 교육해야 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는 시대의 유행에서 동떨어진 일이 돼버렸습니다.”
 
퓰리처 상을 두 번이나 받았고 TV 진행자로 이름을 날린 역사학자 데이비드 매컬로는 미국 지도자의 역할에 대해 수십 년간 고민해왔다. 그는 저서 ‘위대한 다리(The Great Bridge)’와 ‘바다 사이의 길(The Path Between the Seas)’, ‘트루먼(Truman)’, ‘존 애덤스(John Adams)’, ‘1776’ 등을 통해 미국의 과거 모습을 생생하고 자세히 묘사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비록 미국이 한 때 지금과는 매우 달랐지만 미국이란 나라를 세운 사람들의 투쟁과 비전, 이상은 항상 영감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미국의 가장 암울했던 순간에도 굳건하고 오래된 믿음(즉 낙관주의나 근면함, 미국인적 기질)이 지속될 것이란 확신을 강하게 피력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시니어 에디터인 브론와인 프라이어(Bronwyne Fryer)와의 인터뷰에서 매컬로는 과거와 현재의 미국 리더들의 사례를 통해 ‘시대를 초월한 리더십(timeless leader-ship)’이라고 불릴 만한 본질적인 리더의 자질을 묘사했다.
 
Q 역사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해오셨는데, 리더가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저는 조지 마셜 장군이 했던 말을 자주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곤 합니다. 마셜 장군은 ‘버지니아 육군학교(Virginia Military Institute)에서 좋은 교육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역사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 없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는 리더가 되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역사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역사란 ‘사람’과 ‘인과관계’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역사학자인 새뮤얼 엘리엇 모리슨(Samuel Eliot Morison)은 역사가 우리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가르쳐준다고 즐겨 말했습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무엇은 해야 하고 무엇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역사는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토머스 제퍼슨은 독립선언문 첫 줄에서 이런 점을 강조했습니다. 선언문은 ‘인간의 역사에서(When in the course of human events…)’로 시작하는데 여기서 강조해야 할 대목은 바로 ‘인간(human)’입니다.
 
또 역사는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과거의 리더는 우리가 경험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그들 시대의 현재를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앞으로 일이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해 우리보다 덜 알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미리 정해진 것도 없었고 일정한 궤도대로 진행된 것도 없었습니다. 미국 독립전쟁과 1776년을 공부하면 할수록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다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1776년 8월 28일 뉴욕에서 바람이 다른 방향에서 불었다면 미국인들은 아마도 차를 마시면서 ‘God Save the Queen(영국의 국가)’을 부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리더십은 행운과도 일부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행운은 인간사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요인입니다. 이는 삶의 일부입니다. 워싱턴 장군은 암살당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는 아팠을 수도 있고 체포당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중간에 (독립 운동을) 포기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는 것 외에도 그는 매우 좋은 판단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행운의 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행운은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워싱턴 장군이 브루클린에서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이스트리버를 건너서 탈출에 성공한 것은 바람의 도움도 있었지만, 리더십이 없었거나 존 글로버(John Glover) 대령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글로버 대령은 매사추세츠 주의 상인이자 어부였는데 어떻게 강을 건너 탈출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Q 그래서 행운 혹은 다행스러운 역사적 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겠네요. 
A “예. 인재를 잘 찾아내는 것은 위대한 리더십의 핵심 요소입니다. 워싱턴 장군의 인재 발굴 능력은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워싱턴 장군은 그다지 지식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는 군사적으로 천재는 아니었지요. 대신 그는 타고난 리더이자 완벽한 청렴성을 갖춘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는 명확하게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인재를 골라낼 줄 아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워싱턴 장군은 뉴잉글랜드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최고의 부하 두 명은 모두 뉴잉글랜드에서 태어나서 자란 인물입니다. 헨리 녹스(Henry Knox)는 덩치 크고 뚱뚱하며 어릴 뿐만 아니라 전투 경험이 없었던 보스턴 출신의 서적 판매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녹스는 타이콘데로가(Ticonderoga)에 가서 무기를 얻은 후 보스턴으로 돌아와 영국군을 몰아내는 대담하고 현명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만한 수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워싱턴 장군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녹스가 그 일을 해낼 사람이라고 여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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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email protected]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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