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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Management

무의식적 책략가, 리처드 브랜슨

최명기 | 74호 (2011년 2월 Issue 1)

리처드 브랜슨은 영국 기업가 중에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10년 Sunday Times Rich에서 리처드 브랜슨은 18위에 랭크됐다. Sunday Times Rich 리스트는 고향 국적에 관계없이 영국에 거주하는 사람 가운데 부자 순위를 나타낸 것이다. 2010년 포브스 순위에서 리처드 브랜슨은 212위를 차지했다. 대략 40억 달러의 순재산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에서 태어나서 영국에서 사업을 한 이들 중에서는 유통업자인 Reuben 형제를 제외하면 리처드 브랜슨이 단연 독보적이다.
 
리처드 브랜슨의 인지도에 비해 그가 소유한 버진 그룹이 어떤 회사인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버진 그룹을 살펴보면 압도적인 1등 기업이 거의 없다. 버진 그룹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규모가 작아서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반면 자금이 쪼들린다.
 
리처드 브랜슨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고교 중퇴의 학력, 마이클 올드필드, 휴먼 리그, 보이 조지 등을 발굴해 음악의 사조를 변화시킨 제작자, 비행기 표가 없어서 전세기를 빌린 뒤 승객들을 모아 함께 이용한 경험을 계기로 버진 항공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 점 등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재미있고, 순수하며, 역동적인 리처드 브랜슨의 대외 이미지가 버진 그룹의 이미지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처드 브랜슨이 선전하는 그의 모습과 실제 모습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한 예로 리처드 브랜슨은 그의 이미지와는 달리 버진 레코드를 설립하고 얼마 후부터 세금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썼다. 그는 버진 레코드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의 일부를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맨 제도에 쌓아놓았다. 영국이 장기불황에 빠지고 레코드 판매가 급감했을 때 그 돈을 이용했다. 아울러 기존 사업의 경쟁이 격화되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해야 할 때, 그는 기존 회사를 매각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버진 애틀랜틱 이후에 버진이 진출한 사업분야를 보면 창의적인 신성장 사업이라기보다 누구나 관심을 가졌던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케이블TV, 신용카드, 캐피탈 같은 소비산업이 주를 이룬다. 즉, 그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단지 열정적으로 재미있게 일하고자 하는 이는 아니다. 뼛속부터 철저한 기업인이다. 그는 자신을 창의적인 유명인사로 사람들 머릿속에 인지시킴으로써 버진을 효과적으로 홍보했다.
 
무의식적 책략가
그렇다면 리처드 브랜슨의 진정한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필자는 우선 무의식적 책략가라는 말로 리처드 브랜슨을 표현하고 싶다. 리처드 브랜슨의 특징은 항상 미소를 짓는 얼굴이다. 리처드 브랜슨의 트레이드 마크는 즐거움과 재미다. 열기구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며, 스피드 보트로 대서양을 횡단한다. 그러한 행동은 치밀함과는 다소 거리가 먼 듯한 느낌이다. 계산적이지 않은 사람이기에 진실될 것 같은 이미지를 준다.
 
하지만 리처드 브랜슨이 사업할 때를 보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도 결과적으론 커다란 이익을 가져왔다. 한 예로 버진 애틀랜틱 이름의 유래를 들 수 있다. 랜돌프 필스가 처음 투자를 요청했을 때 리처드 브랜슨은 랜돌프 필스와 그의 우호지분에게 50%의 경영권을 보장했다. 그는 대신 새로운 항공사의 이름을 ‘버진(Virgin)’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만 해도 항공사의 이름은 ‘아메리칸’ ‘노스웨스턴’ ‘사우스이스트’ ‘퍼시픽’처럼 지명과 방향이 대세였다. 처녀라는 의미를 지닌 버진은 낯선 이름이었다. 하지만 일단 버진이라고 이름을 정했기 때문에 마치 리처드 브랜슨이 회사를 장악한 것처럼 사람들은 생각했다. 버진이라는 이름이 정해지자 이후 밀고 당기는 협상에서 랜돌프 필스의 운신 폭은 극히 좁아졌다.
 
만약 리처드 브랜슨이 치밀한 계획 아래 의식적으로 움직였다면, 상대방 역시 금세 눈치 챘을 것이다. 그런데 리처드 브랜슨은 나름대로 항상 진실로 상대방을 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은 본능적으로 리처드 브랜슨을 신뢰한다. 하지만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까지 리처드 브랜슨의 진실은 항상 바뀐다. 어떻게 보면 생각이 없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 순간에는 생각이 비어 있다가 어느 순간 생각이 다시 나타나는 것만 같다.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무의식적 책략은 리처드 브랜슨의 삽화적 기억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하다. 자연스러운 맥락 없이 억지로 공부를 해서 암기하는 것을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이라고 한다. 반면 자신이 경험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기억하는 것은 삽화기억(episodic memory)이다. 학교를 다닐 때는 의미기억이 중요하지만 실제 일을 할 때는 삽화기억이 중요하다. 삽화기억이 좋은 사람은 상황이 진행되는 중에 과거의 일이 생각나면서 계속 연관을 짓는다. 한번 탄력을 받으면 살을 붙이면서 일을 진행한다. 리처드 브랜슨은 그가 경험한 모든 상황, 그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필요할 때마다 떠올리고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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