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교육과 인재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압축한 표현이다. 약소민족에 불과한 유태인과 한국인이 각각 20세기 전반기와 후반기에 급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 또한 교육이다.
많은 유명 경제학자들 또한 교육의 중요성과 그 효과에 관해 탐구해왔다. 197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시어도어 슐츠는 인간 자본론을 주창해 노벨상을 받았다. 그는 토지와 자본을 중시했던 기존 경제학의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이라는 요소를 부각시켰다. 인간이 이룩하는 모든 발전의 근간에는 ‘교육된 인간’이 자리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게리 베커 교수 또한 소프트 애셋(soft asset)이라 불리는 지식 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 국가의 부를 측정할 때 흔히 외환이나 금 보유액, 사회간접자본 등을 척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국부의 75% 정도는 인적 자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교육과 인재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는 일은 현대 조직과 리더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문과 교육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요, 조직의 성과 향상을 위한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 회사의 진정한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인은 그 회사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보유 자본의 규모가 아니라 바로 그 회사의 직원들이다.
하지만 아직 이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리더들도 많다. 특히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찾아온 정보화 시대는 조직 내 직원 교육의 본질과 양태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때문에 진정한 리더는 이 거대한 변화가 자사의 성과 창출과 조직원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민하게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과거의 직원 교육은 개개인의 정보를 총합하는 일방향적 지식 생산의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의 교육은 웹과 스마트 기기를 통해 조직원 모두가 쌍방향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재생산하는 과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보화 시대에 한 조직의 교육 경쟁력은 조직 내 여러 곳에 잠자고 있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 구성원의 교육과 연계하는가에 달려 있다. 국경과 지역의 경계가 없는 초경쟁 환경에서 경쟁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은 물론, 국가, 지역사회, 가족 등 모든 단위의 조직에 적용되는 교육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사회의 리더들은 스스로에게 반문해봐야 한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직의 정보가 지금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가? 쓸 만한 정보가 조직원들 사이에서 제대로 공유되고 있는가? 정보의 소통은 쌍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가? 이 정보가 직원 교육 및 학습으로 연계되는 시스템은 적절한가? 그 시스템이 부족하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보완할 것인가?
태고부터 인류의 리더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철학적 가치관과 기술적 지식을 다음 세대에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전수해 왔다. 인류의 학명이 호모 사피엔스, 즉 지혜로운 사람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육을 통해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기에 지금의 현대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의 리더는 예전의 리더들처럼 가치관과 지식을 전달하기만 해서는 존경받지 못한다. 아니 리더의 지위를 유지할 자격이 없다. 정보화 시대의 리더는 조직 내 정보를 누구보다 우선적으로 활용하며, 이를 조직원과 공유해 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많은 한국 기업의 리더들이 과연 진정한 정보화 시대의 리더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올 한 해에는 조직 내 정보를 직원 교육과 연계하고 이를 주도할 수 있는 리더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원해 본다.
천세영 원장은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청와대 교육비서관 등을 거쳐 2009년 12월부터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정보사회 교육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