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초대형 콘퍼런스를 학생 힘만으로 열며…

안찬호 | 84호 (2011년 7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이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학생회가 주도하는 북미 최대의 아시아 콘퍼런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아시아 학생회는 지난 20년간 매년 하버드 법학대학원 및 행정대학원의 아시아 학생회와 공동으로 아시아 비즈니스 콘퍼런스를 주최해왔다. 필자는 올해 비즈니스스쿨 아시아 학생회의 공동 의장으로 이 콘퍼런스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버드의 아시아 비즈니스 콘퍼런스는 북미 지역에서 열리는 아시아 관련 콘퍼런스 중 가장 규모가 크다. 70여 명의 저명한 연사들과 900여 명의 참가자가 모여 아시아 경제의 향후 전망 및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등에 관해 토론한다. 올해 4월 1∼2일 이틀간 치러진 콘퍼런스의 총 예산은 약 5000만 원이다. 이 예산을 모두 학생회에서 집행할 정도로 학생회가 주도해야 할 일이 많다.
 
하버드 학생회는 콘퍼런스가 열리기 약 6개월 전부터 콘퍼런스 준비를 담당할 30여 명의 비즈니스스쿨 및 법학 대학원 학생들을 모집한다. 이들은 회의 주제를 선정하고, 어떤 명사를 초청할 것인지 논의하기 시작한다. 해당 초청 연사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를 어떻게 모셔올지에 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진다.
 
이때 학생회 의장이 담당하는 역할은 거론되는 주제가 콘퍼런스 주제에 맞는지를 결정하고, 초청하고자 하는 명사가 해당 콘퍼런스의 주제에 부합하는지를 점검하는 일이다. 하버드의 네트워크를 사용해 최대한 그 주제에 맞는 유명 연사를 많이 동원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아시아 학생회 멤버 중 아시아 국부펀드의 투자 트렌드에 대한 섹션을 만들고자 하는 학생들이 몇몇 있었다. 필자는 과거 베인 앤드 컴퍼니에서 일했던 옛 동료, 싱가포르 투자기관 테마섹에서 만났던 최고 인사담당자의 추천 등을 통해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 투자청 미주 지역 사장인 앤토니 림을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콘퍼런스 개최가 다가올수록 잠시도 쉴 틈이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보스턴에 소재한 주요 학교, 기업, 금융회사, 정부기관에 있는 하버드 동문들에게 이번 콘퍼런스를 홍보하고, 기업들의 스폰서를 요청해야 했다. 참가자들의 일정 및 동선을 파악해 연락을 취하고 안내 표지판을 만드는 일도 상당한 시간을 요구했다.
 
콘퍼런스 데이
2011년 4월 2일 토요일 저녁 8시. 필자는 하버드 캠퍼스 내 가장 큰 강당인 버든 홀(Burden Hall)에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학장인 니틴 노리아 박사를 맞이했다. 이제 몇 분 후면 지난 몇 개월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떨렸다.
 
노리아 박사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아시아의 역할에 관해 간단한 언급을 한 후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등장했다. 이채욱 사장은 ‘공항을 재정의하다’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한국 공기업 사장이 하버드대에서 연설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공기업에 민간기업의 경영 기법을 도입해 인천공항을 개항 10년 만에 세계 최고 공항으로 성장시킨 능력을 인정받아 초청됐다.
 
이 사장은 무미건조한 공기업의 조직문화와 분위기를 어떻게 바꿨는지를 설명하는 데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공기업의 특성상 보고 및 결재 체계가 민간기업에 비해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는 다양한 보고서 등을 없애거나 결재 과정을 간소화하고, 직원들의 성과에 따라 보상해주는 보상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조직이 활기를 띠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분야의 세계 최고 공항’이라는 인천공항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해 정체된 국내 항공 수요의 한계를 돌파했다는 내용도 강조했다.
 
이 사장의 연설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청중들이 인천공항의 변신이라는 주제보다 이채욱 사장의 개인적 얘기에 더 많은 관심을 표했다는 사실이다. 즉 경험이 많은 경영자가 젊은 경영학도들에게 향후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꼼꼼히 조언하는 부분에서 훨씬 많은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이채욱 사장은 줄곧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일을 하고 처신하면 정말 그 운(luck)이 찾아와 성공할 수 있다”고 거듭 말했다.
 
이외에도 맥킨지 앤드 컴퍼니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회장인 고던 오어는 일본 대지진을 언급하며 아시아 지역의 연대와 응집력 결집을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재무장관 출신으로 세계은행 부총재를 맡고 있는 스리물리아니 박사는 본인의 출생 국가만 생각하지 말고 세계 전체를 조망할 줄 아는 더 큰 국가관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얼마 전 사상 최대규모의 기업공개(IPO)를 단행한 판공상 중국농업은행 부총재는 농업은행의 기업공개 경험을 설명하며 앞으로 중국이 국제 금융시장에 몰고 올 변화들을 예고했다.
 
콘퍼런스를 통해 배운 점
세계적인 명사들을 초청해 그들의 식견과 지혜를 들을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영광이었다. 개인적으로 배운 점은 크게 2가지였다.
 

 

첫째, 자신감이다. 콘퍼런스에 참가한 연설자들은 대부분 세계 각국의 장관과 CEO들이었다. 불과 몇몇 학생들이 이런 연사를 초빙해 많은 사람의 높은 기대에 걸맞은 콘퍼런스를 준비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해냈다. 900명의 참가자들을 통솔하고, 그들에게 좋은 배움의 기회와 기억을 선사했으며, 연사들끼리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둘째, 리더십의 본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리더십은 타인의 동기를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동기를 부여할 줄 아는 데서 나온다. 콘퍼런스 조직위원회는 회사가 아니다. 비록 필자가 의장을 맡긴 했지만 필자는 준비위에서 활동하는 다른 동료 학생들에게 임금을 주는 상사가 아니라 동료 학생일 뿐이다. 준비위에서 일하는 학생들의 동기는 많이 달랐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명사를 만나 네트워크를 넓히려는 학생, 타 단과대의 학생들과 친분을 맺으려는 학생, 인턴십을 구할 때 이력서에 이 경험을 넣으려는 학생 등 정말 다양했다. 이런 다양한 학생들 개개인에게 걸맞은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의 자발적 협조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안 어느 순간 필자의 리더십 역량이 크게 성장했다는 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사회에 진출한 후에도 이 정도 큰 규모의 콘퍼런스를, 수익에 대한 걱정 없이 치를 만한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경험을 선사해준 콘퍼런스 조직위원회, 하버드 아시아 학생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큰 감사를 표한다. 2012년 아시아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하고 싶은 DBR 독자들이 계시면 언제든 주저 말고 필자에게 연락을 달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
 
안찬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Class of 2012 [email protected]
 
필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금융학을 전공했다. 하버드에 오기 전 컨설팅회사 베인 앤드 컴퍼니의 싱가포르 및 샌프란시스코 지점에서 근무했다. 2011년 여름에는 홍콩 사모펀드 클리어워터 캐피탈(Clearwater Capital)에 서머 인턴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은 1908년 설립된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이다. 경영학 석사(MBA) 과정 외에 경영학 박사, 고위 경영자 과정(Executive Program) 등 3개 과정을 운영한다. MBA 과정에는 매년 900명의 신입생들이 들어온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이해하려면 특유의 ‘케이스 메소드(Case Method)’ 교육을 이해해야 한다. 이론이 아니라 실제 기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배워나가는 시스템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은 1920년대 케이스 스터디를 핵심 교육 과정으로 삼은 이후 80년이 넘도록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가입하면 무료

  • 안찬호

    -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Class of 2012
    - 베인 앤드 컴퍼니의 싱가포르 및 샌프란시스코 지점 근무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