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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면 나를 무시해도 좋다” 부하 키우는 멀티플라이어가 성공한다

서진영 | 109호 (2012년 7월 Issue 2)





모두가 사업에 성공하고 싶다. 창업한 사람이든, 기업의 일원으로 일하는 사람이든, 정부기관 또는 NGO에서 일하는 사람이든 맡은 일을 성공시키려는 열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왜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못할까? 사업 성공에는 가장 기본적인 2가지 필수 요건이 있다. 먼저 좋은 사업 아이템을 가져야 한다. 수요가 많거나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제품 또는 시장에의 접근이 가능하거나 경쟁 강도가 약한 아이템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당태종 이세민 때부터 창업은 쉽고 수성은 어렵다는 말이 전해오겠는가(創業易守成難). 사실 사업 아이템을 정하는 것은 마이클 포터의 산업구조분석(5-forces Model)을 통하든, 사업가의 절대적인 감을 통하든 순간적인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된다. 반면 사업을 관리하고 성장시켜 나가는 것은 진정한 경영과 관리 능력이지속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두 번째 요건인 경영관리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유용한 사업 아이템으로 시장에 진입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공백이 생기며 무너지게 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730일 동안 매일 이 문제를 고민한 리즈 와이즈먼(Liz Wiseman)과 그렉 맥커운(Greg Mckeown)은 저서 <멀티플라이어>에서 그 답을사람에서 찾는다. 결국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인재 활용 능력이며 이 시대의 리더는멀티플라이어가 돼야 한다. 그리고 멀티플라이어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5가지 질문을 고민해야 한다.

 

첫 번째 질문은내 주변에 지속적으로 뛰어난 인재들이 몰려드는가이다. 나보다 뛰어난 인재들이 나를 위해 일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수상인 윌리엄 글래드스톤(William Ewart Gladstone)을 만나면 누구든 수상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돌아갔다. 그러나 수상의 경쟁자인 벤저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를 만나면 누구든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방을 나섰다.”

 

사람들은 어떤 리더와 함께 일을 하고 싶어 할까?

<멀티플라이어>에서 디미니셔(diminisher), 즉 약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리더들은 사람들의 지성과 능력을 말살시켜 버린다. 이런 유형의 리더들은 자신의 지성에만 관심이 있고 주변 사람들의 재능을 인지하고 키우는 일에는 냉담하다. 스스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이 강해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초라하게 만든다. 이런 리더가 회의실에 들어오면 다른 사람들의 머리는 일제히 활동을 멈춘다. 아이디어는 죽고 에너지는 파괴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토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지성의 흐름이 한 방향으로, 즉 리더에게서 아랫사람으로만 흐른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항우와 초한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천하를 차지한 유방의 사례를 보자. 힘은 산을 뽑을 만큼 세고 기개와 능력은 세상을 덮을 만큼 드높았던 항우는 승리를 거듭하며 결국 진왕 자영(子拏)을 죽이고 서초패왕(西楚覇王)이 된다. 그러나 각지에 봉한 제후를 통솔하지 못해 유방의 공격으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채 자결로 생을 마친다. 반면 유방은 BC 247년 벽지에서 농촌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 ‘이라는 이름은 형 또는 언니를 부를 때 쓰는 방언이다. 유방 즉유 형님이라는 말처럼 그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는 말도 없다. 유방은 재주도 없고 가진 것도 없었으나 타고난 형님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출신이 비천하고 문재(文才)와 무략(武略)이 평범했던 유방이 어느 면에서 보나 자신보다 뛰어난 항우에게 결국 승리했다는 점이다. 그 원인에 대해 유방 자신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군영의 장막 안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 전장에서 승리를 얻는 능력에서 나는 장량(張良)에 미치지 못한다.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고 백성을 어루만지며 군수물자를 조달하고 보급로를 확보하는 능력에서 나는 소하(蕭何)에게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백만 대군을 자유자재로 지휘해 승리를 거두고 적의 진영을 공격했을 때 반드시 함락시키는 능력에서 나는 한신(韓信)에게 미치지 못한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나를 능가하는 천하의 인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세 사람을 적절하게 기용할 줄 알았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천하를 얻은 단 하나의 이유다.”

 

자신이 조직 내에서 가장 뛰어나기를 바라는 디미니셔,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불러 모으고 대접하는 멀티플라이어, 이 단계의 허들을 뛰어넘은 리더를 이 책에서는재능자석이라고 부른다. 재능 있는 인재를 데려와 충분히 활용하고 최고 수준으로 조직에 기여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다. 멀티플라이어 주위에 뛰어난 인재들이 몰리는 이유는 그가 사람을 잘 뽑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인재들이 제 발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재능자석을 찾아다닌다. 멀티플라이어가 사람의 진가를 알아준다는 것, 그리고 그와 함께 있으면 자신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멀티플라이어들은 다양한 능력의 인재들을 찾아 타고난 저마다의 재능을 발견해서 이름을 붙여주며 그 인재가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자를 제거한다. ‘사람을 키워주는 곳이라는 명성이 쌓이고 이 명성이 널리 퍼지면 더 많은 A급 선수들이 재능자석의 조직으로 모인다. 인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조직을 떠나는 인재를 대신하는 흐름이 만들어지면 이 조직의 재능자석은 갈수록 탄탄해진다.

 

두 번째 질문은조직 구성원 누구에게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으며 공평한 기회를 주고 있는가이다. 문제 있는 리더, 디미니셔는압박하면 성과가 커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람들의 생각과 능력을 억누르는 긴장된 환경을 만든다. 그 결과 사람들은 소극적으로 행동하며 리더가 동의할 안전한 아이디어만 내놓게 된다.

 

반면 멀티플라이어는 더 좋은 생각과 행동이 꽃피는 열정적인 환경을 만든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존중하고 일관성 있게 행동해 신뢰성을 높이며 최선의 노력과 학습을 지원해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이때 개개인의 능력 발휘에 특히 중요한 것이 공평한 기회다. 만일 조직 구성원들이 차별받는다고 느낀다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피인수된 기업의 임직원들이다. 극단적으로 인수 주체인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인수당한 기업에 파견된 직원을 정복자, 인수 당한 기업의 직원을 원주민이라고 부르는 사례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피인수기업의 임직원들이 과연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이 같은 상황을 아주 멋지게 해결한 사례가 바로 한국GM, 현재의 쉐보레다. 한국GM의 초대 사장으로 취임한 닉 라일리(Nick Reilly) <멀티플라이어>의 저자들은 해방자라고 부른다. 영국 태생인 라일리는 GM이 지배적 성향을 보이기 쉽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또한 사업의 성공 여부가 예전 대우차 직원들의 재능 및 지적자산 발휘에 달려 있다는 점도 잘 알았다. 그는 미국 자동차 회사와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 자동차 회사를 합치는 과정에서 공정한 내부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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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진영

    서진영[email protected]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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