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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를 보호하라

박재희 | 9호 (2008년 5월 Issue 2)
병법에서는 전쟁을 귀족의 이익을 염두에 둔 투자 행위로 정의한다. 당시 귀족인 대부(大夫)와 전사(戰士) 계층은 크고 작은 전쟁에 자신들의 병력과 군수 물자를 투자했다. 이들은 전쟁에 대한 명분도 중요했지만 승리 후에 분배되는 수익에 관심이 많았다. 병력과 무기, 물자를 투자받아 현장에 나가는 장군은 요즘의 최고경영자(CEO)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손자병법은 이런 측면에서 귀족의 투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며, 이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원칙을 몇 가지 제시한다.
 
첫째, 전쟁은 가능한 한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군대의 출병 때문에 재정이 빈약해지는 것은 먼 곳까지 군수물자를 계속해서 실어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먼 곳으로 수송하다 보면 전쟁 비용을 댄 귀족들의 재정이 고갈된다.’
 
전쟁을 오래 끌면 투자자금이 계속 투입돼야 하고, 결국 귀족들이 지속되는 투자부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군주(君主)의 관점에서 귀족은 일종의 투자자다. 손자병법에서는 이들의 재정이 취약해지는 것을 장기적인 전쟁의 결과로 봤다. 아무리 이익이 많은 전쟁이라도 투자자금이 오래도록 소요된다면 투자자인 귀족들의 재정이 나빠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손자병법은 최대한 이른 기간 내에 전쟁에서 승리해 이들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으로 경영한다고 해도 자금 회수기간이 늘어지면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요즘 기업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둘째, 초기 투자자금만으로 전쟁을 수행하라.
군대를 잘 운용하는 장수는 투자한 귀족들에게 병력을 두 번 징집하게 하지 않으며, 군량미를 몇 번씩 실어 보내라고 하지 않는다.’
 
손자는 투자자인 귀족들의 재정을 예민할 정도로 배려하고 있다. 초기 투자자금 이외에 두 번 세 번 귀족들에게 손을 벌리지 말고, 종자돈을 잘 보호해 그 돈으로 새로운 자금을 확보하고 경영하라는 것이다. 자금을 끝없이 요구하는 경영자에게 무한정 자금을 대줄 투자자는 없다.
 
셋째, 적지에서 투자 자금을 확보하라.
능력이 있는 장군은 적국에서 식량문제를 해결한다.’
 
손자는 유능한 장군에 대하여 이렇게 정의했다. 전쟁에 나간 부대가 본국에 식량을 보내달라고 자꾸 요구하면 군수물자를 댄 호족들이 궁핍해지듯 투자받은 기업이 투자자에게 자금을 자꾸 요구하면 투자자들의 자금 사정은 악화되고 결국 기업의 전력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적진에서 식량과 물자를 조달하는 장군이야말로 가장 유능한 CEO라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는 전쟁이 오래 지속되고 식량과 물자가 소모되면 처음 전쟁에 참여한 호족들의 마음이 변할 것이라는 손자의 염려가 배어있다.
 
현대의 기업도 마찬가지다. 초기 투자금액을 모두 소진하고 재차 투자를 요구하는 기업에 계속 투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막대한 투자 수익이 예상되더라도 투자자금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다. 2500년 전 투자자를 보호하라고 거듭 강조한 손자의 이야기는 오늘날 기업이 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 원장으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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