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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부하 식별하는‘찰간술(察奸術)’

박재희 | 13호 (2008년 7월 Issue 2)
리더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유능한 직원을 선발해 능력에 맞는 자리에 배치하고, 이들이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무능한 직원을 가려내 조직의 누수를 막는 일도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능한 직원을 가려낼 수 있을까. 중국 전국 시대의 고전 ‘한비자(韓非子)’는 간사하고 문제 있는 신하를 찾아내는 법을 ‘찰간술(察奸術)’이라는 다섯 가지 방법으로 제시한다.
 
1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정보에 의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관청법(觀聽法)이다. 측근들은 항상 군주에게 모든 상황을 잘 보이려고 하기 때문에 이들이 전하는 간접적인 인물 평가와 정보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군주가 직접 보고 들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하라는 것이다.
 
공자(孔子)도 “모든 사람이 다 좋다고 해도 직접 보고 판단할 것이며, 모든 사람이 다 나쁘다고 해도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한다(衆好之 必察焉 衆惡之 必察焉)”며 주관적 판단을 강조했다. 내가 모든 평가의 주체가 돼 직접 보고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주변의 곡해된 인물 평가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는 충고다.
 
2 하나하나 개별적인 사안으로 우열을 가리는 일청법(一聽法)이다. 전체를 보면 개별 문제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하나하나 판단하라는 뜻이다. 제(齊)나라 선왕(宣王)은 우(芋)라는 악기 연주를 좋아했다. 특히 합주를 좋아해 300명이나 되는 합주단을 거느렸다. 남곽(南郭)이라는 연주자는 연주 능력도 없으면서 합주단에 끼어 최고 연주자라고 자처하며 월급을 받았다. 오늘날의 프리 라이더(free rider), 즉 무임승차하는 직원이었다.
 
그런데 선왕의 뒤를 이은 민왕( 王)은 합주를 좋아하지 않아 한 사람씩 독주를 시켰다. 일청법으로 연주자들을 평가한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남곽은 자신의 무능함이 탄로날까봐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도망을 갔다. 전체를 보기보다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평가하는 데 주목하라는 이야기다.
 
3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며 상대를 시험하는 협지법(挾智法)이다. 한(韓)나라 왕 소후(昭侯)는 신하들의 진실성을 알아보기 위해 손톱을 깎다가 거짓으로 잘린 손톱이 없어졌다며 불길한 징조라고 신하들에게 찾게 했다. 측근들이 방안을 다 뒤졌지만 없는 손톱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때 어느 신하가 자기 손톱을 끊고는 찾았다고 외쳤다. 소후는 이런 방법으로 측근들의 마음을 시험했다.
 
4 사실과 상반된 이야기를 해서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는 도언법(倒言法)이다. 예를 들어 하늘의 달을 보고 해라며 소리를 지를 때 누가 그 말에 동의하는지 보고 신하들의 진실함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5 상반된 입장에서 동기를 찾는 반찰법(反察法)이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지를 잘 따져서 사람을 판단하라는 것이다. 한(韓)나라 희후(喜侯)가 목욕하다가 욕조에서 돌을 발견했다. 희후는 욕조 담당을 혼내지 않는 대신 욕조 담당이 파면되면 그 뒤를 잇게 될 후임자를 불러 죄를 다그쳤다. 결국 그 자는 욕조 담당관이 파면되면 결국 자신이 그 자리를 맡으리라는 생각에 욕조에 돌을 넣었다고 실토했다. 보이는 상황의 이면에 있는 동기를 찾아내 역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한비자가 제시하는 이 다섯 가지 인물 판단법에는 군주가 어떻게 신하들의 능력과 마음을 알아내 그들을 적절히 컨트롤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수많은 직원을 거느리고 그들의 능력과 진실성을 파악해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한번쯤은 귀 기울여 볼 만한 이야기다. 부하 직원들의 능력과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은 리더의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 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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