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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가 잘해야 나도 살아남는다

박광서 | 14호 (2008년 8월 Issue 1)
보물 주식회사 마케팅팀의 고길동 팀장은 요즘 고민이 생겼다. 비슷한 경력을 가진 두 부하 직원의 업무 수행 성과 차이가 너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입사 초기에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도우너 대리는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 주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반면 초년병 시절에 뛰어난 자질을 보여 주목을 받았던 둘리 대리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는 도우너의 역량만으로는 팀의 업무를 순조롭게 이끌고 갈 수 없다는 점이다. 일거리가 쏟아지는 현재 상황에서는 적어도 고참 대리, 과장급에서 제 몫을 다해 줘야 팀의 업무 진행에 무리가 없다. 얼마 전 회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신상품의 판매 실적이 목표보다 훨씬 못 미치는 것도 둘리 대리가 담당한 분야의 성과가 미진했기 때문이다. 고 팀장은 이 일로 마케팅 담당 임원인 마이콜 부사장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똑똑하던 직원이 무능해진 이유
고 팀장은 며칠 전에도 가을 신상품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회의에서 둘리 대리가 보인 태도 때문에 무척 속이 상했다.
 
자, 자료를 보면 알겠지만 회사에서 곧 신상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신상품은 회사에서 심혈을 기울인 제품이니 우리 팀 모두가 마케팅 전략을 잘 세워 성공적인 출시와 매출 증대를 위해 노력해 봅시다. 분야별로 담당을 정해 일을 진행했으면 하는데, 먼저 광고 기획은 둘리 대리가 맡는 건 어때?”
 
팀장님, 제가 광고 쪽 일은 한 번도 안해봤는데요. 이렇게 중요한 신상품의 광고 기획을 경험이 없는 제가 진행할 수 있을까요?” 둘리 대리가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그래도 나를 도와 상품 광고 업무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으니 할 수 있을 거야. 한번 해 봐. 자네가 광고를 맡지 않으면 도우너 대리가 그걸 떠맡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부담이 돌아가잖아?”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둘리 대리가 준비해 온 광고 기획안은 수준 이하였다. 어쩔 수 없이 고 팀장은 본인이 직접 광고 기획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상이 생긴 원인은 도우너와 둘리 대리 두 사람의 자기 계발 차이 때문이다. 그 동안 도우너 대리는 스스로 회사에서 성장하기 위한 경력 개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자신의 역량을 키워 왔다. 부서 내에서 새로운 일을 계속 자진해 맡는 한편 회사의 교육 프로그램에도 꾸준히 참여한 것이다.
 
반면 둘리 대리는 경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입사하면서부터 맡아 온 업무를 막연하게 지금까지 수행해 오고 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에도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거의 참여하지 못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개발하지 못 했던 것이다. 그러나 고 팀장에게도 문제가 있음이 직원 면담에서 드러났다.
 
대리·과장이 팀장을 임원으로 만든다
고민에 빠져 있던 고 팀장은 둘리 대리를 불러 개인 면담을 했다. 처음에 촉망 받던 직원이 요즘 들어 왜 이렇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내가 이번 프로젝트 업무 분장을 하면서 느꼈는데, 둘리 대리는 본인이 해 오던 업무 이외에는 좀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아. 본인 생각은 어때?” 고 팀장은 둘리 대리의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었다.
 
팀장님, 그 동안 저도 솔직히 다른 업무를 하면서 업무 영역을 넓히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팀장님께서는 제게 계속 한 가지 업무만 시키셨죠. 회사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팀장님께서 바쁘실 때 팀장님을 돕느라 참석하기 힘들었고요. 그러다 보니 경력 개발을 통한 역량 개발 기회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회사 내에서 저의 커리어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고 팀장은 미팅 결과를 두고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랬군. 지금 우리 팀이 겪고 있는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도 있었던 거야. 도우너 대리는 다행히 자신의 경력 개발을 스스로 해 왔지만, 둘리 대리는 그렇지 못해 두 직원 간의 역량 차이가 점점 벌어졌던 것이군. 사실 똑똑한 부하 직원이 자신의 업무에 익숙해지면 내가 일을 진행할 때 도움을 받기 편하고 업무 진행 속도도 빨라져 그동안 둘리 대리에게 한 가지 업무를 계속 맡겨왔던 것인데, 이것이 개인의 경력 개발에 걸림돌이 된 거야. 요즘 팀의 성과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내가 경영진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은 결국 나에게도 문제가 많다는 거였어. 언젠가 ‘팀장을 임원으로 만드는 것은 대리와 과장’이란 말을 들었는데, 이제야 그 의미가 가슴에 다가오는군.’(그림1)
 
고 팀장은 둘리 대리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직원들로부터 당장 얻을 수 있는 이익에만 눈이 멀어 미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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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광서[email protected]

    - (현) 페이 거버넌스 아시아 총괄 부회장
    - (현)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 TOWERS PERRIN Managing Principal (Global)
    - 아모레퍼시픽과 고려제강 상임고문 역임
    - 한국 인사관리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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