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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환경에서의 리더십

남극 조난서 생환한 섀클턴의 헌신을 아는가? ‘죽느냐 사느냐, 리더십이 문제로다’

김성국 | 220호 (2017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영국의 탐험가인 어니스트 섀클턴 대장은 1915년, 27명의 대원과 함께 남극탐험을 떠났다가 조난을 당했다. 놀랍게도 무려 634일 만에 대원 전원과 함께 생환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북극탐험에 나섰던 캐나다의 빌얄마르 스테파운손 대장이 이끄는 탐험대는 모두 북극의 얼음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이런 극한 환경 속에서 대원들의 생사를 갈랐던 핵심 요인은 바로 대장의 리더십이었다. 기업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존립이 백척간두에 서 있을 때, 즉 개인과 조직이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을 때 리더의 리더십은 빛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처한 극한 환경이라고 하면 무엇보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파괴적 혁신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파괴적 혁신이란 파고를 넘을 리더십의 핵심은 ‘포용적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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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환경에서의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이 주제를 떠올릴 때 유명 산악인 피터 힐러리(Peter Hillary)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 등정에 성공한 영국의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아들이다. 피터 역시 아버지처럼 역량 있는 산악인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오른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데 성공하면서 부자가 대를 이어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기록을 세웠다.

세계적인 산악인으로 명성을 얻는 그는 1994년, 동료 대원 7명과 함께 에베레스트 옆에 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 K-2 등정에 도전하게 된다.

정상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갑자기 악천후가 몰아닥치자 이들은 등정을 계속할지, 아니면 포기하고 하산해야 할지 신속하게 결정해야 했다. 등반대장이자 리더인 피터 힐러리는 대원들에게 이 같은 악천후에 등반을 강행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므로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하산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원들은 천신만고 끝에 여기까지 왔는데 쉽게 포기할 수 없다며 등정을 강행할 것을 주장했다. 눈보라 속에서 수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피터는 대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자 독특한 결정을 내린다. 일곱 명의 대원들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이들은 계속 등반케 하고 자기 혼자 하산 길에 오른 것이다. 산에 남은 나머지 대원들은 눈보라가 휘날리는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그 이후 일곱 명의 산사나이들은 영원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대원들은 모두 죽고 대장만 혼자 살아왔다는 세인들의 비난으로 피터는 그 후 악몽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으로 엄청난 시련의 세월을 보냈다. 그는 등반대의 리더로서 옳은 길을 알고서도 대원들을 끝까지 설득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평생 괴로워하며 살았다. 설득에 실패했다고 리더가 대원들을 쉽게 포기하고 하산한 행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직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도 생각했다. 수십 번이라도 그들을 설득해서 함께 내려왔어야 했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한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힐러리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 극한 환경에서의 리더는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조직을 구할 수 있을까. 특히 앞으로 경영자들이 접할 최고의 극한 환경으로 꼽히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앞에서 좋은 리더십이 과연 무엇일지 고찰해보자.



극한 환경의 리더십이란

힐러리와 유사한 사례가 또 있다. 영국의 탐험가인 어니스트 섀클턴(Ernest Shackleton) 대장이 남극탐험에서 겪은 실제 이야기다. 섀클턴은 1914년 12월, 27명의 대원과 함께 ‘인듀어런스(Endurance·인내)’호를 타고 런던을 떠나 남극 전진기지 사우스조지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준비를 마치고 마침내 출항해 남극권에 도달했으나 1915년 1월, 목적지를 불과 150㎞ 앞두고 배가 빙벽에 갇히는 바람에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대원들은 극한 환경에서 얼음을 깨고 항로를 확보하기 위한 사투를 벌였지만 결국 인듀어런스호는 차가운 남극해에 침몰하고 말았다. 이후 그들은 시속 300㎞의 바람과 영하 70도의 추위 속에서 무려 1년 반 동안 처절한 생존투쟁을 벌였다. 대원들은 얼음에 둘러싸인 채 추위에 떨었다. 또 식량과 보급품 부족으로 고통을 겪었다. 그 와중에 리더인 섀클턴은 희생적인 리더십을 펼쳤다. 그 덕분에 팀워크를 지킬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한 희생정신과 격려 덕분에 이토록 삭막한 극한 환경 속에서 1916년 8월, 무려 634일 만에 선원 전원이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섀클턴의 리더십이 빚어낸 이 위대한 이야기는 당시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죽을 고비 속에서 섀클턴 대장이 내린 현명한 의사결정, 자기희생 정신, 그의 말을 무조건 믿고 따른 부하들의 충성심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공교롭게도 섀클턴이 남극탐험을 떠나기 1년 전인 1913년, 캐나다의 빌얄마르 스테파운손(Vilhjalmur Stefansson)이 이끄는 탐험대가 ‘칼럭(Karluk)’호를 타고 북극탐험에 나섰다. 그러나 얼마 못가 단단한 빙벽에 둘러싸이게 됐다.

빙하 사이에 고립된 승무원들은 수개월 만에 완전히 이기적인 사람들로 변했다. 거짓말하고, 속이고, 도둑질하는 일들이 일상적 행위가 됐다. 팀의 붕괴는 결국 비극적 결과를 초래했다. 11명의 대원들은 북극의 얼음 속에서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발생한 칼럭 호의 조난 사건과 인듀어런스호 사건은 사고 양상은 유사했지만 그 결과는 극단적으로 달랐다. 그 차이를 만든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선장의 리더십이 달랐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피터 힐러리와 북극탐험선 칼럭호의 사례에서는 극한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한 리더들의 사례를 설명한 것이고 후자인 섀클턴 대장 사례는 극한 환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리더의 모습을 잘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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