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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avoid catastrophe

일촉즉발에 정직하라, 대재앙을 피할 수 있다

캐서린 H. 틴슬리(Catherine H. Tinsley) ,로빈 L. 딜런(Robin L. Dillon),피터 M. 매드슨(Peter M. Madsen) | 92호 (2011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4월 호에 실린 조지타운대 맥도너 경영대학원의 캐서린 H. 틴슬리 부교수와 로빈 L. 딜런 부교수, 브리검영대 매리엇 경영대학원 피터 M. 매드슨 부교수의 글 ‘How To Avoid Catastroph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촉즉발의 상황(near misses)’이 자칫 훨씬 악화될 수도 있었을 법한 끔찍한 ‘위기일발’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소방관이 화염에 휩싸인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에 탈출하는 순간, 혹은 토네이도가 예상 진행 경로에 들어 있던 마을을 기적적으로 피해가는 순간 등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이런 사건들은 쉽게 경험하기 힘든 구사일생의 순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사건을 경험하고 나면 충격을 받고 교훈을 찾게 된다.
 
하지만 훨씬 흔하고 치명적인 부류의 일촉즉발의 순간도 있다. 일상적인 비즈니스에 스며들어 있지만 즉각적인 피해를 야기하지 않아 눈에 띄지 않는 사소한 실패들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부류의 실패에 숨겨져 있는 경고를 잘못 이해하거나 무시한다. 따라서 사소한 실패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문제시되지 않을 때도 있으며 터무니없게도 이런 실패가 시스템이 탄력적이며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건이 문제가 숨어 있음을 알리는 전조의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상황이 약간만 달라지거나 운이 다하면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BP가 경험한 멕시코만 석유 유출 사태를 생각해 보자. BP 사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대한 분석 및 이런 신호를 오해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에 관한 사례 연구 대상으로 거의 완벽에 가깝다. 2010년 4월, BP가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유정에서 구멍을 막는 작업을 하던 중 가스가 유출됐다. 가스 분출은 화재로 이어졌다. 11명이 사망하고 석유 시추 시설이 가라앉았으며 엄청난 양의 석유가 몇 달 동안 바다로 새어나갔다. 이같이 엄청난 재앙이 발생하기까지 여러 차례 잘못된 결정이 내려졌고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시추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은 송유관을 설치할 때 송유관이 정확하게 중앙에 위치하도록 도와주는 장치인 센트럴라이저(centralizer)를 너무 적게 사용했고, 윤활유의 역할을 하는 시추이수(drilling mud)를 너무 일찍 제거했으며, 관리자들은 탄화수소가 유정에서 새어 나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검사 결과를 잘못 해석했다. 뿐만 아니라 BP는 폭발 방지기(blowout preventer)라 불리는 복잡한 안전 장치의 구형 모델을 사용했는데 이 장치는 실패율이 높기로 악명이 높았다.
 
딥워터 호라이즌 유정은 시추를 담당했던 직원들이 ‘지옥의 유정(the well from hell)’이라 부를 만큼 온갖 기술적인 문제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오션(Transocean: 석유 시추 시설 소유주), BP 경영진, 시추 시설 관리자, 시추 근로자들이 경고 신호를 간과한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들은 이미 업계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운이 좋았던 덕에 재앙을 피할 수 있어서 성공으로 이어진 상황)이 벌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멕시코만 원유 유출과 관련이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무사 안일주의에 빠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심해에 위치한 유정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사례는 점차 증가했지만 심각한 석유 유출이나 치명적인 사건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멕시코만에 위치한 수많은 유정에서 유정의 구멍을 막는 작업을 하는 동안 소규모 가스 폭발이 일어났다(지난 20여 년 동안 수십 건이 발생할 정도였다). 하지만 가스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바람이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불거나 가스가 유출되는 곳 근처에서 용접 작업이 없는 등 운이 따랐기 때문에 심각한 폭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동안 일촉즉발의 상황이 여러 차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관련자들은 문제 상황을 경고로 받아들이고 조사에 착수하기보다 기존의 방법 및 안전 절차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
 
필자들은 지난 7년 동안 통신에서부터 자동차에 이르는 여러 산업에 속하는 수십 개의 기업이 경험한 일촉즉발의 상황에 대해 연구를 했다. 필자들은 실험을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에서 모의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를 통해 한 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필자들이 살펴본 모든 재앙 및 비즈니스 위기가 발발하기 이전에 반드시 일촉즉발의 상황이 몇 차례 먼저 등장했으며 그중 대부분이 무시되거나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
 
연구 결과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두 가지 인지 편향(cognitive bias)으로 인해 관리자가 일촉즉발의 상황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중 첫 번째는 ‘편차의 정상화(normalization of deviance)’, 즉 시간이 흐르면서 변칙적인 현상(특히 위험한 현상)을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시간이 흐르면서 단이 부러진 사다리를 사용하는 것을 점차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노동자를 생각해 보자.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다리를 아무런 사고 없이 올라가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노동자는 사다리가 안전하다고 느끼게 된다. 조직에서 이와 같은 정상화 현상이 나타나면 파멸이 초래될 수 있다. 편차의 정상화라는 표현을 만들어낸 사람은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의 사회학자 다이앤 본(Diane Vaughan)이다. 본은 자신의 저서 <챌린저호 발사 결정(The Challenger Launch Decision)>에서 챌린저호에서 나타난 너무도 확연한 기계적인 문제가 점차 정상적인 비행 위험으로 인식되도록 만든 조직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편차의 정상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챌린저호 승무원들은 결국 편차의 정상화로 인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두 번째 인지 오류는 소위 결과 편향(outcome bias)이라 불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결과가 성공적이면 성공적인 결과를 가능케 한 복잡한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과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관심을 쏟는다고 해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인식하고 이런 상황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고 교훈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인간의 본성에 반한다. 필자들은 본 논문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살펴보고 기업들이 어떻게 그런 상황을 감지하고 교훈을 얻었는지를 살펴봤다. 관리자들은 일촉즉발의 상황이 갖고 있는 본질(유익한 실패)을 파악한 다음 그 교훈을 바탕으로 운영 상황을 개선하고 재앙을 막을 수 있다.
 
 
위기의 근원
일촉즉발의 상황

행동을 촉구하는 명확한 경고 신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이나 제품 설계의 오류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실패가 발생했지만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 관리자들은 한층 더 자기만족적인 상태에 빠진다.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실험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필자들은 경영대학원 학생, NASA 직원, 우주 산업 업체 직원 등에게 가상의 프로젝트 관리자인 크리스(Chris)에 대해 평가해줄 것을 부탁했다. 크리스는 무인 우주선 발사 감독자이자 시간 압박 때문에 잠재적인 설계 결함 조사를 건너뛰고 동료 평가를 포기한 것을 비롯한 몇 가지 결정을 내린 인물이기도 하다. 각 참가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3개의 시나리오 중 하나를 제시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성공적인 결과)하에서 우주선은 아무런 문제 없이 발사 과정을 거친 후 데이터를 전송한다. 두 번째 시나리오(일촉즉발의 결과)하에서는 발사 직후 우주선이 설계 결함으로 인한 문제에 직면하지만 우연히 태양이 우주선과 일직선상에 놓인 탓에 데이터가 계획대로 전송된다. 세 번째 시나리오(실패로 돌아간 결과)하에서는 설계 결함으로 인해 우주선이 문제에 봉착하고 태양과의 각도로 인해 데이터 전송에 실패한 후 사라져버린다.
 
크리스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어땠을까?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 크리스는 온전히 운이 좋아서 성공적으로 우주선을 발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도 크리스의 의사 결정, 리더십 능력, 전반적인 임무 수행력을 칭찬했다. 사람들은 성공적인 결과가 나타나면 그런 결과로 이어진 과정이 근본적으로 건전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명백할 때도 마찬가지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성공적인 결과를 두고 논쟁을 벌일 수 없다(You can’t argue with success: 결국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는 말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결과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논쟁을 벌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래야만 한다.
 
연구 결과 단 하나의 이유로 구조적 재앙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여러 개의 사소하고 이따금씩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인간의 실수, 기술적인 실패, 잘못된 비즈니스 결정 등이 더해져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을 한 결과 구조적 재앙이 발생하곤 한다.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잠재 오류(latent error)와 사소한 문제를 재앙으로 비화시키는 조건(enabling condition)이 더해져 심각한 실패가 초래된다. 석유 시추 시설에서 나타난 잠재 오류는 구멍을 막다가 가스 유출로 이어진 일일 수도 있다. 사소한 문제를 재앙으로 비화시킨 조건은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와 가스가 유출되는 곳 근처에서 일하고 있었던 용접공일 수도 있다. 잠재 오류와 적절한 조건이 더해져 끔찍한 화재가 폭풍처럼 번진 것이다. 대재앙 직전의 일촉즉발의 상황 또한 같은 조건에서 연출된다. 하지만 사소한 문제를 재앙으로 비화시키는 조건이 없으면 잠재 오류가 사소한 실패로 이어질 뿐 그 누구에게도 발각되지 않는다. 혹은 외면당하기도 한다.
 
잠재 오류는 오랜 기간 잠복해 있다가 사소한 문제를 재앙으로 비화시키는 조건과 더해져 심각한 실패를 만들어낸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위기로 번지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결국 운에 달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조건을 예측하거나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기업들은 잠재 오류가 위기로 발전하기 전에 오류를 찾아내고 고쳐나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
 
멕시코만에서 일어난 석유 시추 시설 폭발 사고는 무척 극적인 사례다. 하지만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잠재 오류와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건이 더해져 극적인 요소는 덜하지만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 위기(잠재 오류에 관심을 쏟았더라면 예방할 수도 있었을 실패)가 발생하기도 한다. 세 가지 실패 사례를 살펴보자.
 
애플의 부적절한 대응.  2010년 6월에 애플이 아이폰(iPhone)4를 출시한 이후 보인 태도를 생각해 보자. 거의 출시 직후부터 소비자들은 전화 끊김 현상이 나타나고 신호 강도가 약하다며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초기 반응은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옳지 않은 방식으로 쥐는 탓에 외부 안테나가 가려져서 문제가 생긴다며 사용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휴대전화의 좌측 하단부를 쥐지 말 것’을 권고했다. 웹 포럼에서 아이폰 사용자가 이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전화 끊김 현상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e메일로 응수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애플의 태도가 거만하고 모욕적이라고 생각하여 소셜미디어와 주류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불쾌감을 알렸다. 애플의 아이폰이 ‘은폐, 부주의, 고의적인 허위 진술, 결함이 있는 디자인 등과 관련 있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소송을 비롯해 여러 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s)>가 아이폰4 추천을 거부한 7월 중순, 애플의 명성과 관련된 위기가 최고조에 다다랐다(컨슈머 리포트는 애플이 출시한 이전 아이폰 모델들을 모두 추천한 바 있다). 결국 애플은 소프트웨어 결함을 인정하고 아이폰4 사용자들에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안테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폰 케이스를 지급하는 등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애플의 위기를 초래한 잠재 오류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기자 회견장에서 잡스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실상 모든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외부 안테나를 만지면 신호 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결함은 이미 수년 동안 경쟁사 제품뿐 아니라 아이폰 초기 모델에서도 존재했다. 아이폰의 신호 강도 문제 또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위기가 점차 심화되자 또 다른 잠재 오류(소비자들의 반발을 초래한 애플의 어물쩍 넘어가는 전략)가 등장했다.
 
소비자들이 언급을 피한 채 여러 해 동안 성능 문제를 참고 있다는 사실은 전략이 성공적임을 보여주는 신호가 아니라 일촉즉발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다. 잠재 오류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건(애플의 기를 꺾는 <컨슈머 리포트>의 보도와 관련 내용이 널리 전파되는 상황, 소셜미디어의 영향력 확대)과 더해지자 위기가 발발했다. 소비자의 관용을 일촉즉발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아이폰의 기술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했더라면 애플은 위기를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필자들은 애플이 그러지 못한 것은 ‘편차의 정상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안테나 결함을 점차 용인될 수 있는 문제로 여겼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결과 편향’도 문제가 됐다. 결과 편향으로 인해 애플의 관리자들은 아이폰의 결점에 대해 소비자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게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자사의 전략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
 
속도 경고.  2009년 8월28일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 경관 마크 세일러(Mark Saylor)와 3명의 가족이 렉서스(Lexus)를 타고 이동하던 중 가속 페달에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렉서스는 시속 120마일이 넘는 상태로 주행하고 있었으나 가속 페달이 걸려서 올라오지 않았고 결국 다른 차량과 충돌한 후 화염에 휩싸여 탑승자가 전원 사망하고 말았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렉서스 차량에서 911로 걸어 온 전화에는 충돌 전의 소름 끼치는 순간이 그대로 녹음돼 있었고 전화 내용은 뉴스 매체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차례 공개됐다.
 
2001년 이후 2000명이 넘는 렉서스 차량 운전자들로부터 의지와 상관 없이 가속이 이뤄진다는 불만이 제기됐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렉서스 제조사 도요타(Toyota)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가속 페달 문제로 일가족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자 도요타는 문제를 심각하게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도요타는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까지 600만 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했고 총 8개 모델의 생산 및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대대적인 리콜 사태는 도요타에 북미 지역에서만 20억 달러(약 2조4000억 원)의 손해를 안겨준 것으로 추정되며 도요타의 명성에 엄청난 해를 끼쳤다.
 
미 연방 고속도로 안전 관리국(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은 모든 자동차 제조회사가 자동차 가속 및 속도 제어에 관한 불만에 직면하지만 대부분 자동차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운전자의 실수로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도요타가 새로운 가속페달 디자인을 도입한 2001년부터 도요타 자동차 운전자들이 가속 문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했다. 반면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의 경우 가속 문제에 대한 운전자들의 불만 제기 사례가 큰 폭으로 변화하지 않았다(‘도요타의 페달 문제’ 참조). 도요타가 편차에 주목하고 운전자들이 제기한 수천 건의 불만 사례(일촉즉발의 상황)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더라면 위기를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도요타가 이 같은 위기를 맞이한 것 또한 편차의 정상화와 결과 편향, 기타 요인들이 더해져 도요타가 일촉즉발의 상황에 내포돼 있는 중대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도록 막았기 때문이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건(세일러 일가가 맞이한 비극과 언론의 집중 조명)이 나타나고 나서야 잠재 오류가 위기를 촉발한 것이다.
 
제트블랙과 제트블루.  2000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제트블루항공(JetBlue Airways)은 악천후에 공격적으로 대처했다. 다른 항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항공편만을 결항시키고 날씨가 매우 나쁠 때에도 활주로의 이륙 준비가 끝나면 가능한 빨리 출발할 수 있도록 조종사들에게 최대한 게이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비행기를 이동시킬 것을 지시했다. 승객을 가득 태운 상황에서 활주로 위에서 대기를 해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해 동안 이 정책은 효과가 있는 듯 보였다. 활주로 위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고될 만큼 길지는 않았고 탑승객들도 대개 활주로 위에서 대기하는 제트블루의 정책을 용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주로 위에서 대기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었다. 기상 조건이 갑작스레 악화되면 승객들이 오랜 시간 발이 묶인 채 오도가도 못하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제트블루에 경각심을 일깨운 사건이 발생한 때는 2007년 2월14일이었다.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John F. Kennedy International Airport)에 엄청난 얼음 폭풍이 불어닥치면서 심각한 혼란이 야기됐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항공사는 다름 아닌 제트블루였다. 회사 방침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처하던 조종사들이 활주로 위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고(바퀴가 얼어붙어 말 그대로 오도가도 못하게 된 항공기도 있었음) 설사 바퀴를 움직일 수 있다 하더라도 열려 있는 게이트가 없었다. 여러 대의 제트블루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들은 지나치게 덥고 고약한 냄새가 나며 음식과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항공기 내에서 최대 11시간 동안 고통을 감내하며 버텨야 했다. 언론은 힘든 시련을 겪은 탑승객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했고 제트블루의 CEO 데이비드 닐먼(David Neeleman)을 비난했다. CNBC에 출연한 닐먼은 “승객들이 항공기에서 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제트블루는 그날 하루 동안 총 505건의 비행편 중 250건이 넘는 비행편을 취소해 다른 어떤 항공사보다 높은 결항률을 기록하고 말았다. 결국 제트블루는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고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고객 충성도(loyalty)를 잃게 됐다.
 
제트블루의 경우 악천후 속에서 경쟁업체들보다 먼저 이륙시켰던 수천 건의 항공편은 모두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제트블루 항공이 활주로 위 대기라는 위험한 전략을 지속해나가자 맨 처음에는 자사의 비행 지연 대처 방식에 우려를 표시하던 관리자들도 현실에 만족하게 됐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사태가 빈번했지만 이런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사실 미국의 다른 대형 항공사에서는 날씨 때문에 비행이 2시간 이상 지연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제트블루의 경우 날씨로 인해 비행이 2시간 이상 지연되는 사례가 전체 비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약 3배나 증가했다(‘제트블루의 활주로 대기 문제’ 참조).
 
제트블루 관리자들은 지연 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상황을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직 성공적인 비행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하지만 맹렬한 얼음 폭풍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자 잠재 오류가 위기로 발전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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