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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숨겨진 고객의 고객, 거기서 길을 찾자

제임스 C 앤더슨(James Anderson),마크 와우터스(Marc Wouters) | 124호 (2013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3년 겨울 호에 실린 켈로그 경영대학원 마케팅/도매 유통 교수 제임스 C. 앤더슨(James C. Anderson)과 독일 소재 카를스루에 공과대학 관리 회계 교수 마크 바우터스(Marc Wouters)의 글 ‘What You Can Learn From Your Customer’s Customer’를 번역한 것입니다.

 

혁신적인 기업들은 향후에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사내 R&D에 투자를 한다. 그와 동시에 고객에게 좀 더 뛰어난 기능과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공급자와 긴밀하게 협력한다.1 하지만 신제품에 관한 중요한 통찰력 중에는 함께 일하는 공급자나 고객이 아니라 고객의 고객(customer’s customers)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공급자가 자사가 판매하는 제품이 상업적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기본적인 생존 역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활용 방법 및 잠재 가치 실현 방법에 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 공급자와 고객이 협력하면 얼마든지 기술을수정(tweak)’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변화만으로 고객의 고객에게 훨씬 커다란 가치를 선사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고객 지향적인 공급자 혁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때 비용 절감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정해둔 다음 공급자와 고객이 협력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2 혹은 공급망에 결과 중심적인 관점을 적용해 혁신을 수많은 결과 중 하나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3 이와 같은 연구 추세와는 정반대로 필자들은 공급자, 고객, 고객의 고객 등 가치사슬에 속해 있는 세 부류의 주체와 관련된 혁신 프로세스에 주목했다. 필자들은 공급자의 제품을 수정할 때 세 주체가 모두 참여하면 삼자 협력 없이는 결코 이뤄내지 못할 가능성이 큰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제품 수정을 통해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했다. (‘연구 내용참조.)

 

먼저, 필자들은 공급자와 고객이 기술 수정에 좀 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독려할 방법을 살펴볼 것이다. 둘째, 성공적인 기술 수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주체들이 상호 작용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공급자와 고객이 협력의 결실을 공유하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기술 수정을 포용하는 태도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일부 공급자와 고객은 협력을 통한 기술 수정 방식에 잠재적인 이익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닫고 공급자가 내놓은 혁신을 수정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필자들이 대화를 나눠 본 상당수의 경영자들은 이런 유형의 협력을 최후의 수단쯤으로 여겼다. 많은 기업, 특히 대기업에서 개방적인 태도를 선호하지 않는 현상이 관찰됐다. 소규모 공급자들은 규모가 큰 잠재 고객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속도가 더디다고 여겼다. 회의를 한번 진행하려고 해도 일정을 조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쌍방이 기본적인 합의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의를 도출하려면 몇 단계에 걸쳐 승인을 받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대형 고객들은 협력을 통해 도출된 지적재산권을 주장하는 문제에서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로 인해 협력이 시작되기도 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대형 고객들은 자사가 공급자의 기술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자사의 고객이 공급자의 기술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공급자에게 알려주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심지어 공급자가 자사의 고객에게 접근하는 것조차 제한했다.

 

기업은 당연히 재산권이 인정되는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일부 기업들이 재산권 보호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고객에게 좀 더 뛰어난 가치를 선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네덜란드에 위치한 미세유체 제어장치 제조업체 마이크로닛(Micronit)은 고객사의 고객이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고객사가 좀 더 많은 정보를 자신들에게 알려줬더라면 해당 고객사의 고객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20%가량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문제는 곧 추가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기회.혁신적인 기술을 제공하는 공급자 가운데는 제한된 자원에서 최대의 가치를 뽑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소규모 신생기업이 많다.4 이들은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고객이 자사 고객이 겪고 있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성가신 일쯤으로 취급하곤 한다. 하지만 필자들은 누군가가 문제를 지적할 때 이를 기술 응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면 공급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면 해당 기술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닫고 기술 자체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로 네덜란드에 위치한 3차원 동작 감지 기술 공급업체 엑스센스(XSENS)를 들 수 있다. 엑스센스의 기술을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던 독일의 어느 고객은 초기 실험 및 현장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엑스센스는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던 중 추가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만한 여지가 큰 분야를 찾아냈다. 문제를 발견한 고객은 엑스센스 연구진을 자사의 고객 중 한 곳에 소개했고 엑스센스는 고객의 고객과 함께 세부적으로 문제를 살피고 기술 솔루션을 찾아냈다. 엑스센스가 찾아낸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할 경우 사용자들은 운영 절차를 수정해야만 했다. (예컨대, 동작 센서의 방향을 주기적으로 조정해야 했다.) 하지만 정확도가 대폭 높아졌다.

 

기술 수정을 위한 기회 탐색.일부 기술업체들은 협력을 거부하기보다 고객 및 고객의 고객과 협력할 기회를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하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네덜란드에 위치한 노포트 테크놀로지스 BV(Knowfort Technologies BV)는 투명 포장용 필름에 코팅을 입히는 기술을 판매한다. 노포트의 관리자들은 일찍부터 포장의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각 용도에 맞는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려면 고객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고객의 고객과 협력해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노포트는 네덜란드에 위치한 생명 과학/재료 과학 부문 대기업 로열 DSM(Royal DSM)의 자회사지만 노포트 경영진은 대기업과 협상하는 게 매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염려했다. 따라서 노포트는 대기업 고객을 찾기보다 자사에서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는 데 관심이 있을 법한 네덜란드 현지의 중간 규모 필름 생산업체를 집중 공략했다. 중간 규모의 현지 기업들은 대규모 R&D 부서나 시험 공장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공급자와의 공조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공급자와 고객 간의 협력은 양측 모두에게 경쟁 우위를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네덜란드에서 젖소의 혈중 칼슘 수치를 측정하는 휴대용 기기를 생산하는 블루포그린(Blue4Green)은 노포트와는 다른 방식으로 협력을 진행한다. 블루포그린 설립자들은 젖소의 혈중 칼슘 농도가 낮으면 우유 생산량이 줄어들고 생식력이 낮아지며 건강 관리 비용이 높아지는 등 낙농업자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유용한 제품을 개발하려면 고객 및 고객의 고객으로부터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했다. 이 같은 사실에 착안한 블루포그린은 다수의 낙농업자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에 놓여 있는 잠재 고객(대형 동물병원)과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블루포그린은 고객이 내놓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자사에서 개발한 원형에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적용했다. 먼저, 블루포그린은 데이터를 보여주는 방식을 개선해 사용자가 좀 더 편리하게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 사용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휴대전화 네트워크보다 와이파이와 연결된 기기의 편의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기기에 와이파이 기능을 추가했다. 블루포그린 경영진은 고객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맨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좀 더 클 것으로 여겨지는 기회에 눈을 뜨게 됐다.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개체에만 주목하기보다 우유 생산량 증가를 위해 농장 내에 있는 모든 젖소의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게 됐다.

 

해결해야 할 문제

기술 수정을 통한 제품 개선을 꾀하는 기업이라면 다음과 같은 2개의 핵심적인 문제를 고려해 봐야 한다.

 

1. 공급자와 고객의 고객이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편이 좋은가, 그렇지 않으면 고객을 통한 양자 간의 간접적인 접촉이면 충분한가?

2.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관련 주체들의 이해 수준은 부분적일 뿐이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부분적인 이해를 서로 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접적인 접촉과 간접적인 접촉 중 어떤 것이 좋을까?공급자가 고객의 고객과 직접 접촉하면 전혀 걸러지지 않은 피드백을 수집하고 협력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호한 문제를 실시간으로 해결하기 위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문제나 기회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대화가 아니라면 이런 것들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급자와 고객의 고객 간에 개방적인 의사소통 경로가 있으면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찾아내고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고객의 고객과 직접 상호 작용을 하는 방법이 바람직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객의 고객과 직접 상호 작용하기 힘든 기업이라 하더라도 몇 가지 방안을 활용하면 간접적인 접촉을 통해 얻은 교훈을 극대화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하이테크 시스템, 의료기기 등에 들어가는 선진 메카트로닉스 서브시스템을 개발하는 뎀콘(Demcon)의 사례를 살펴보자. 뎀콘의 관리자와 엔지니어들은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고객과 협력할 때 고객이 가장 최근에 공개한 자료를 검토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단계에서는 여전히 최종적인 사양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뎀콘은 질문을 던지고 의사결정 과정을 평가해 해당 고객이 충분히 엄격한지 판단할 수 있다. , 해당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의사와 이야기를 나눴고, 어떤 사용자 시나리오를 묘사했으며, 어떤 식으로 기록했는지 등과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을 토대로 추가 질문을 던지거나 실제로 신제품을 사용할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요청할 수 있다. 뎀콘이 자사에서 개발한 새로운 기기가 사용되는 의료 처치 과정을 관찰할 수 있도록 허용해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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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임스 C 앤더슨(James Anderson)

    제임스 C 앤더슨(James Anderson)[email protected]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MBA스쿨 교수로 마케팅과 도매유통을 가르치고 있으며 네덜란드 트웬테대에서 객원 연구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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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크 와우터스(Marc Wouters)

    마크 와우터스(Marc Wouters)

    독일 카를스루에에 위치한 카를스루에 공과대학(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 관리 회계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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