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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통신

행동재무학 대가가 가르쳐 준 이상상황 대응법

이정훈 | 210호 (2016년 10월 lssue 1)
들어가면
명문 MBA 과정의 가장 큰 메리트 중 하나는 각 분야의 대가들에게서 가장 앞서나가는 지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 또한 시카고 부스경영대학원에 재학하면서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의 대가 중 한 명인 로버트 비시니(Robert Vishny) 교수의 ‘Behavioral Institutional Finance’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비시니 교수는 일리노이주립대 조지프 라코니쇼크(Josef Lakonishok) 교수, 하버드대 안드레이 슐라이퍼(Andrei Shleifer) 교수와 함께 50여 편의 행동재무학 관련 논문을 발표한 대가다. 이들은 인간의 여러 가지 비이성적 행동 패턴이 실제로 주식시장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1994년에 자신들의 성 첫 글자(LSV)를 딴 자산운용사인 LSV Asset Management를 설립, 자신들이 발표한 이론을 실제로 주식시장에 적용해봤으며 플래그십 펀드인 LSV U.S. Large Cap Value 펀드는 설립 이래 연평균 11.2%(수수료 제외)의 수익률을 거두어 동일 기간 벤치마크인 S&P500 지수의 9.1%보다 약 2%p의 초과수익률을 거두는 등 행동재무학 이론이 맞다는 것을 시장에서 입증했다. LSV Asset Management는 뛰어난 성과를 바탕으로 2016년 현재 운용자산(AUM·asset under management) 840억 달러(약 100조 원)의 대형 운용사로 성장했다. 국내 1위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AUM이 56조 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거대한지 가늠이 될 것이다.

필자는 본 글을 통해 비시니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 배운 내용 중 일부를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시장이 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지 살펴보고, 이 비효율성으로 인해 어떠한 이상현상(anomaly)들이 나타나는지, 그리고 투자자로서 어떻게 하면 이상현상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LSV Asset Management의 투자 전략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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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비효율적인 두 가지 이유

비쉬니 교수에 따르면 시장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투자자의 감정(Investor senti-ment) 때문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충분한 정보 및 합리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루머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해 감정적으로 투자한다. 학계에서는 이런 투자자들을 덤 머니(dumb money)라고도 부른다. 기관투자가나 헤지펀드 등 전문가들을 일컫는 스마트머니(smart money)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덤 머니에 의해 효율적 시장 가설의 근본 가정인 ‘합리적인 투자자’에 대한 가정이 무너지며 시장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투자자 개인이 빠지기 쉬운 행동 편향에는 대표성 편향(representative heuristic), 보수성 편향(conservatism bias), 과잉 확신 편향(overconfidence bias),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 손실회피 성향(loss aversion)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시장 비효율을 이용해 수익을 취하는 세력이 있으면 시장이 다시 효율적으로 바뀌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비시니 교수에 따르면, 이 또한 제한이 있다. 그게 바로 두 번째 이유인 차익거래 제약(limits to arbitrage)이다. 차익거래 제약은 크게 3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첫 번째는 비용 및 유동성으로 인한 제약이다. 일시적인 무위험차익거래 기회가 존재하더라도 거래비용을 제한 다음에 수익이 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또한 유동성이 적은 투자자산(e.g. 거래량 적은 소형주, 정크본드 등)의 경우 차익거래 기회가 생겨도 나중에 포지션을 청산하기 어려워 제약이 생긴다. 두 번째는 공매도에 대한 제약이다. 많은 펀드매니저들은 공매도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게 규제 받고 있다. 공매도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통상 가장 고평가돼 있는 주식은 누구나 공매도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주식을 빌리는 비용이 상승해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세 번째는 바로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다. 스마트머니도 궁극적으로 고객의 돈을 운용하는 것이며 일정 기간(예를 들어 분기별, 연별)의 수익률을 바탕으로 평가를 받고 이에 따라 운용자금이 추가로 유입되거나 유출된다. 따라서 스마트머니의 판단이 맞더라도 고객이 덤 머니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장이 일시적으로 비이성적으로 움직일 경우 이를 인지하면서도 시장의 움직임에 편승하게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때의 상황이다. 닷컴주들이 과도하게 고평가돼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닷컴주에 투자하지 않으면 시장 대비 수익률이 저조하게 되니 어쩔수없이 닷컴주들을 담은 펀드매니저들이 즐비했다. 이들은 2000년대 초 버블이 꺼졌을 때 고스란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3가지 이상현상(anomaly)

이번엔 비효율적인 시장으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이상현상 3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바로 가치 이상현상(value ano-maly)이다. 가치 이상현상이란, 소외주(out-of-favor stocks)들이 종종 그 주식의 내재가치(intrinsic value) 대비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을 말한다. 벤 그레이엄(Ben Graham)을 필두로 워런 버핏(Warren Buffett), 세스 클라만(Seth Klarman) 등 수많은 투자 대가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이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 맞다면 시장은 공개된 모든 정보를 가격에 다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가 초과 수익을 창출할 수 없겠으나, 이들 가치투자의 대가들은 시장 평균 수익률을 훨씬 상회하는 화려한 투자 실적을 보임으로써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음을 몸소 증명했다. 비시니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1994년에 LSV 자산운용의 투자전략의 토대가 된 ‘역발상 투자 전략, 추정, 위험(Contrarian Investment, Extrapolation, and Risk)’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그들은 가치주에 투자하는 것이 성장주에 투자하는 것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으며, 이는 추가적인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는, 시장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과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입증했다. 금융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며 효율적 시장 가설로 2013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유진 파마(Eugene Fama) 교수도 1992년에 기존의 CAPM(Capital Asset Pricing Model)1 에 가치 요인(value factor)과 크기 요인(size factor)을 추가한 Fama-French 3요인 모형을 고안하면서 가치 이상현상의 존재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이런 가치 이상현상은 왜 존재할까? 비시니 교수는 이를 대표성 편향과 보수성 편향에 기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대표성 편향으로 인해 나쁜 뉴스에 과도하게 반응해 주가가 폭락하고 주가를 저평가 시킨다. 반면 보수성 편향으로 실적이 회복돼도 주가가 내재가치만큼 바로 회복되지 않고 점진적으로 회복된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내재가치에서 벗어나지만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내재가치에 수렴한다는 점이며 가치투자는 이를 이용한 투자전략인 셈이다.

두 번째는 크기 이상현상(size anomaly)이다. 쉽게 말해 장기적으로 중소형주가 대형주 수익률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소형주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대형주에 비해 성장률을 높이가 용이하며 대형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저평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멘텀 이상현상(momentum anomaly)이 있다. 이는 쉽게 말해 오르던 주식은 계속 오르고 하락하는 주식은 계속 하락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모멘텀 이상현상을 이용해 돈을 벌고자 시도하는 사람들이 바로 트레이더들이다. 이들은 주식의 내재가치보다는 현재 시장에서의 수급, 차트에서 보여지는 투자자들의 심리 등을 분석해서 단기적인 추세를 예측하고 초과 이익을 창출하고자 한다. 비시니 교수에 따르면 이런 모멘텀 이상현상도 보수성 편향으로 설명 가능하다. 즉, 어떤 투자자들은 한두 개의 긍정적인 뉴스로도 투자해서 초기 가격을 끌어올리나 다수의 투자자들은 몇 달간 좋은 소식들이 누적되고 주가 상승 곡선이 눈에 보여야 움직이기 때문에 오르는 주식이 계속 오르는 모멘텀 이상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모멘텀이 지속돼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과도하게 올라 고평가 영역에 접근하는 사례는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며, 이 또한 시장의 비효율성을 부추기는 주요 이상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이상현상을 이용한 LSV의 투자 전략

LSV Asset Management의 투자 전략은 큰 틀에서 앞서 소개한 3가지 이상현상을 역이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대형주보다는 중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가치평가 측면에서 P/B, P/E, P/CF 등의 지표를 활용해서 얼마나 저평가됐는지를 점수로 표현한다. 또한 모멘텀도 점수화해서 이를 가중평균한 값을 기준으로 투자할 주식들을 선정하며 주식별 비중도 결정한다. LSV는 이 전략을 활용해 꾸준히 초과이익을 창출했으며, 이런 뛰어난 성과를 바탕으로 100조 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거대 운용사로 성장했다.

 
시사점: 저평가된 중소형주에 투자하라

그렇다면 위에서 소개한 전략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먹힐까? 아쉽지만 다 먹히지는 않는다고 한다. 가치 이상현상과 크기 이상현상은 대부분의 시장에서 발견된다고 하나 모멘텀 이상현상은 희한하게도 일본, 한국, 대만 시장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한다. 일부 학자는 이를 문화적 차이로 설명하기도 한다. 즉, 미국 등 서구권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에 다수의 투자자들이 모두 특정 주식이 좋은 주식이라고 동의하는 데 시간이 걸리나 일본, 한국 등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시장에서는 관점의 다양성이 부족해 점진적으로 주가가 오르기보다는 호재에 바로 반응해 급등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행동재무학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우량 중소형주들을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짠다면 충분히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소개

시카고대 부스(Booth) 경영대학원은 1898년 설립됐다. 시카고 외에 런던과 싱가포르에 유럽 및 아시아 분교를 운영하고 있다. 2008년 1971년 시카고대 MBA를 졸업하고 투자회사 디멘셔널 펀드를 창업한 데이비드 부스가 세계 경영대학원 기부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인 3억 달러를 기부한 후 학교의 공식 명칭이 ‘The University of Chicago Booth School of Business’로 변경됐다.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이정훈 시카고 부스경영대학원 MBA [email protected]
필자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Oliver Wyman Financial Services에서 4년 여간 컨설턴트로 재직하다 현재는 시카고대 MBA 과정(Chicago Booth)에 재학 중이다. Sirios Capital Management라는 미국 헤지펀드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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