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챗GPT의 이미지 생성 AI 기능이 제법 쓸 만하다는 소식이 퍼지자 ‘지브리 화풍’으로 표현된 인물화가 각종 메신저 프로필 이미지와 SNS 피드를 도배했다. 지브리의 일러스트 샘플 폴더가 유출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그림이 지인들의 피드를 좇는 내 손끝을 따라 무수히 스크롤된다. 디지털 드로잉을 하나 완성하려면 태블릿과 프로그램, 몇 시간의 수고가 필요했는데 이제는 텍스트 몇 줄만으로도 꽤 근사한 이미지를 뽑아낼 수 있으니 기술이 열어준 새로운 시대에 감탄이 나올 수밖에. AI는 형태를 흉내 내는 데 매우 능하다. 누구나 “이거 진짜 같다”고 말할 만큼 그럴듯한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낸다. 하지만 창작자의 시선, 손끝의 망설임 같은 미묘한 결은 결코 담을 수 없다. 처음 볼 땐 감탄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금세 익숙해지고, 세 번째엔 관심이 옅어진다.
반면 진짜 작가가 만든 창작물은 조금 더 투박하거나 덜 완성돼 보여도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와 이야기, 일종의 존재감이 있다. 우리는 한 장의 그림을 보고도 “이건 누구 그림 같아”라고 느낄 수 있고 때론 그런 느낌이 작품의 진짜 힘이 되기도 한다.
모방이 쉬워진 시대일수록 오리지널의 가치는 더욱 분명해진다. 모두가 비슷한 걸 만들 수 있게 될수록 ‘비슷한 것’보다 ‘진짜인 것’이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복제된 것들이 넘쳐날수록 그 틈에서 빛나는 건 결국 창작자와 그가 쌓아온 고유한 맥락이다. 진짜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들, 그리고 그 진짜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꽤나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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