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120호를 읽고
위기상황에서 조직의 미래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컨설팅 자문을 구하는 기업이 많다. 기업의 경영전략, 비전 수립 컨설팅을 진행할 때 ‘미래에 우리 회사가 이루고자 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우리 회사의 사업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꼭 던진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은 실무진과 관리직 간, 사업부서와 지원부서 간, 혹은 사업부서 간 다른 경우가 많았다.
“당신의 사업은 무엇인가”라는 잭 웰치를 향한 피터 드러커의 질문이 오늘의 GE를 있게 했듯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정체성에 대한 분명한 자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풍랑 속에서 항해하는 배가 나침반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급격한 환경변화, 치열한 경쟁, 위협적인 후발주자의 추격 속에서 기업이 정상궤도 질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북, 목표를 주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조직 정체성에 대한 구성원의 끈끈한 동질성을 바탕으로 턴어라운드를 위한 혁신 도전이 체질화돼 있어야 할 것이다. 드러커는 이를 위해 위기상황에서 약점을 보완하기보다 체계적 폐기를 시도하고 강점을 강화하는 것을 ‘한번 더 도전할 의무’라 불렀다. 이러한 맥락으로 DBR 120호에 실린 ‘벤처 신화 팬택, 부활의 신화썼다’는 명확한 기업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경영진의 기민한 의사결정, 과감한 폐기, 강점을 발굴하기 위한 끊임없는 기술개발,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 등 드러커의 주문을 충실히 수행한 턴어라운드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팬택의 사례에서 경영진의 리더십이 턴어라운드 성공의 중요한 열쇠였지만 조직의 각 구성원이 다른 꿈을 꾸는 상황이었다면 실패는 명약관화했을 것이다. 턴어라운드는 경영진의 의지만으로 성공시킬 수 없다. 경영진의 의지를 전술로 풀어낼 수 있도록 적절히 내부통제 방식을 변화시키고 사업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사업수행 과정에서 관계를 맺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분권화에 무너지고, 지배혁신으로 다시 서다’에 나온 하이닉스의 성공사례는 이러한 과정을 충실하게 준수한 턴어라운드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자만심이 부른 위기, 열정으로 넘어라’에서 서두칠 회장은 턴어라운드에 있어 경영진의 강력한 리더십을 우려했다. 경영진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턴어라운드를 이뤄냈다면 혁신 후 경영진 의존형이 아닌 조직이 체질화, 체계화를 통해 혁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턴어라운드 과정에서 새로운 구성원을 식구로 맞았다면 이러한 과정에 더욱 세심할 필요가 있다. 조직구성원 모두가 마음속에 하나의 진북을 품고 분명하고도 동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살피며 ‘당신의 사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할 것이다.
김형숙
DBR 4기 독자패널(경영전략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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