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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174호를 읽고

박형남 | 176호 (2015년 5월 Issue 1)

 

 

DBR 174호를 읽고

필자가 대학을 다녔던 1990년대 중후반엔 졸업 전 어학연수가 어느 정도 필수코스로 통했다. 큰 포부와 기대를 안고 떠났던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같은 교실에서 중국인 친구를 만났다. 5살 아래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늙수그레한 인상에 늘 눌린 헤어스타일을 선보였지만 ‘Downtown’을 중국어 억양을 잔뜩 섞어당탕으로 자신 있게 발음하는 호기만큼은 누구보다 돋보였던 친구였다. 촌스러운 외모 탓에 같이 수업을 듣는 다국적 학생들로부터 은근한 무시를 받던 그가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던 사건이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내 앞으로 벤츠 SUV를 몰고 나타난 그는 “‘당탕에 가는 길이니 태워주겠다며 호기롭게 웃어보였다. 평소 이미지와 다른반전을 접하고 보니 그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대단할 것 없어 보이는 에피소드를 10여 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의 모습이 중국 자체를 상징하는 것 같아서다. 10년 전의 중국은 누적된 자본과 잠재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이를 세련되지 못한 방법으로 사용해 제대로 효율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본주의와 글로벌마켓의 논리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탓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오늘날의 중국은 DBR 174호 스페셜리포트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스마트 제조를 외치고, 인터넷 사업에 무언가를 더하는 시도를 하는스마트한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시장의 논리를 완벽히 흡수한 것도 모자라 미래상까지 제시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다양성을 일부 포기했을지언정 추진력에는 도움이 됐을 단일 정당체제에 엄격한 리더 양성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미래지향적인 힘도 자랑하게 됐다. 그나마 중국보단 앞선다고 생각했던 우리들에게 심정적인안도’를 줬던 단골 비난거리, ‘짝퉁 이미지조차 베이징올림픽 이후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거대하고, 재빠르기까지 한 비현실적인 중국 앞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DBR 174호는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규모로 승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아직까진 경쟁 우위에 있는 속도와 정확함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중국이란 거대한 용의에 정확히 올라타는 지혜를 발휘하라고 한 것이 이러한 해답 중 하나다. 또 품질 좋은 중국산 제품을대륙의 실수로 조롱하는 태도를 버리고 중국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하고, 중국에 먼저 진출한 국가들과의 싸움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이와 더불어 3월 열린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를 필두로 중국의 현재를 진단하고 지독하게 중국을 공부하라고 강조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여의도에도 봄 기운이 만연하다. 요즘은 여의도 곳곳에서도 중국어로 말하는 중국 관광객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전엔 옷차림새나 화장법만으로도 충분히 구분할 수 있었던 중국인들이 요즘은 입을 열기 전에는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 큰 변화다. 중국인의 외모 변천사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는 중국에 대처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10년 전, 5년 전에도 그러했듯 또다시 중국이다.

 

 

박형남

DBR 9기 독자패널(태영건설)

 

 

What’s Next?

DBR 다음 호(177, 2015 5 2, 5월 셋째 주 발행 예정)에는 스페셜 리포트로남미 시장 공략 전략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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