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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pth Communication

이승현,김진화,강신형,장태선,이병주 | 189호 (2015년 11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서진원 DBR 10기 독자패널 (LG경제연구원)

 

DBR 187호에 게재된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기고문을 통해 비트코인의 근간이 되는블록체인기술에 대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이 기술을 회계 시스템에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보가 분산된 형태로 저장되며 누구나 기록을 확인할 수 있고 한번 기록된 정보는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을 생각해 보면 기업이나 정부의 회계 시스템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기업들이 재무 정보를 표준화된 양식에 맞춰서 작성하고,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아 공시하도록 돼 있는데 만약 블록체인 기술이 회계 시스템에 도입된다면 제3자 검증이 필요 없을뿐더러 분식회계와 같은 정보 조작도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진화 코빗 이사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을 잘 간파한 질문이군요. 실제로 187호가 발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가 이스라엘의 블록체인 스타트업 콜루(Colu)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블록체인 적용 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딜로이트는 2014년 초부터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갖고 조사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울러 얼마 전에는 루빅스(Rubix)라는 블록체인 플랫폼 서비스를 공개하기도 했죠. 루빅스는 딜로이트의 고객사들이 블록체인 인프라 위에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이와 관련해 딜로이트는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개발하고 있는 솔루션은 감사(audit) 프로세스를 빠르게 만들어 줄 것이다. 감사 대상 회사가 모든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에 입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회계 문서 등 보안성과 신뢰성을 필요로 하는 문서의 무결성을 보장하는 서비스는 과거에도 존재했습니다. 가드타임(Guard Time) 같은 회사의 서비스가 대표적으로, 특정 문서가 그 시점에 존재했다는 것을 해시함수(Hash Function)를 통해 입증합니다. , 해시함수를 통해 무결성을 입증해야 할 특정 문서를 해시값으로 도출해내고 그 해시값을 신문에 광고 형태로 게재하는 방식을 통해 그 문서가 특정 시점에 존재했다는 것을 보증합니다. 추후에 누군가 해당 문서를 조금이라도 조작하게 되면 신문에 게재됐던 해시값과는 전혀 다른 값이 나오게 돼 문서의 무결성이 보증됩니다.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이제는 이러한 작업을 일상적으로 제한 없이 업무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가드타임도 얼마 전부터 스스로를 ‘Industrial Blockchain’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질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기업과 정부에는 회계 문서를 비롯해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하고 그것의 무결성을 입증해야 하는 많은 문서들이 있습니다. 많은 문서들을 작성 시점 또는 확정 시점에 해시함수로 변환하고 그것을 블록체인상에 기록하게 된다면 감사 과정이 크게 개선될 것입니다. 또한 기업과 정부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들이는 적잖은 자원도 획기적으로 절감될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시장을 겨냥한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에서도 코빗이 시중 은행 한 곳, 대형 회계법인 등과 관련된 논의 및 실험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강신형 DBR 9기 독자패널(코리아크레딧뷰로)

 

DBR 176호 스페셜 리포트실물옵션 전략, 불확실한 상황에서 더 빛난다를 읽고 질문합니다. 리얼옵션은 새로운 정보가 주어졌을 때 해당 시기에 알게 된 정보를 활용해 다시 새로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기본 구조로 합니다. 반면 재무적 의사결정은 일반적으로 이미 투자한 금액에 대해서는 매몰비용(sunk cost)으로 간주해 추후 새로운 의사결정을 내릴 때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리얼옵션 전략에서는 새로운 의사결정을 내릴 때 기존 의사결정 사항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지, 아니면 바꾸지 못하는 결정으로 간주해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이승현 미 댈러스 택사스대 교수

 

상당히 좋은 질문입니다. 재무옵션적 마인드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당연히 매몰비용으로 간주해야겠지요. 많은 경우, 리얼옵션에서도 매몰비용으로 간주하는 것이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득이 됩니다. 예를 들면 기업이 투자를 해서 어떤 물건을 만들었는데 그 물건이 정한 가격(최소한 비용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지 않았을 때 그 비용을 매몰비용으로 간주하지 않으면 그 물건의 값은 최소한 비용과 같아야 하므로 영원히 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비용을 매몰비용으로 간주한다면 그 물건의 가격은 0보다만 크면(공짜만 아니면) 됩니다. 다시 설명하면 이때 기업이 비용을 매몰비용으로 간주하지 않는 한 이 기업은 투자금의 전부를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매몰비용으로 간주한다면 투자금 전부를 회수할 수는 없어도 일부는 회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결정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가업을 이은 후계자의 경우 확실히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상당히 오랜 기간 사업을 유지할 때가 많습니다. 이때 가업은 이익 창출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3자가 기업 경영을 맡을 때와 달리 가업은 기업가에게 다른 의미일 수 있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재무적 이익만 중요한 재무옵션과 달리 실물 옵션에서는 이익 극대화(profit maximization)보다는 효용 극대화(utility maximization)를 고려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장태선 DBR 9기 독자패널(삼성전자)

 

DBR 178호 스페셜 리포트생산관리제품전략, 현지화수준 단계별로 높여 혁신기지 구축하라를 읽고 질문합니다.

 

역혁신에서 모든 권한을 자회사가 가지고 있으면 현지화된 제품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히려 본사와 자회사가 공동으로 세계시장에서 판매할 제품을 개발할 계획으로 제품 기획을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장

 

대학 시절 버스정류장 위치, 수업을 듣는 건물의 장소 등으로 인해 등교와 하굣길이 달랐습니다. 학교 갈 때는 후문을 이용했지만 집에 올 때는 정문으로 다녔죠. 1년 가까이 이렇게 다니다가 하루는 후문을 통해 집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매일 올라오던 똑같은 길이 처음 본 길처럼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날 그 이상한 느낌 때문에 길을 내려가면서 몇 번을 뒤돌아 봤는지 모릅니다. 같은 길이라도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줬던 겁니다. 현지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사 입장과 자회사 입장은 전혀 다릅니다. 본사는 글로벌 전략이라는 큰 틀 안에서 현지화를 고민합니다. 반면 자회사는 어떻게든 힘든 환경에서 생존하는 게 급선무죠. 이런 입장의 차이로 인해 똑같은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전략 방향은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본사와 자회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될 수밖에 없어서 신흥국에서는 프리미엄 시장을 타깃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자회사 홀로 현지화된 제품을 개발한다면 이익이 적더라도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대중시장을 타깃으로 할 것입니다. 저가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으므로 당연히 본사 입장에서 보면 저급한 품질의 제품이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역혁신의 출발은 이 순간을 못 본 척 두고 볼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역혁신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어는시간입니다. 당장은 저급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든 문제들이 해결되고 혁신이 이뤄져 어느 순간 글로벌 시장에도 내놓을 수 있는 제품으로 변해가게 된다는 얘깁니다. 지금 당장 합리적으로 분석하면 도저히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제품이라도 인간이란 어떤 환경에도 적응하면서 개선과 발전을 이뤄내는 존재이기 때문에, 혁신은 어느 순간 불현듯 나타납니다. 현지에서 가혹한 환경에서 도전 받고 이에 응전하며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각지 않은 혁신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 과정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역혁신을 원한다면 자회사에 오롯이 의사결정을 맡겨야 하는 게 이런 이유입니다. 혁신의 경로를 머리로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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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현[email protected]

    - (현) 댈러스 텍사스대 경영학과 교수
    - 한미경영학회(Association of Korean Management Scholars)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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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화

    김진화

    -코빗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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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신형[email protected]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강신형 교수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스타트업 M&A이며 관련 학술 논문 및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스타트업 M&A 현황과 활성화 방안’ 등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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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태선

    - DBR 제9기 독자패널(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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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주[email protected]

    DBR 객원 편집위원

    필자는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LG경제연구원에서 창의성, 혁신, 마케팅 관련 연구와 컨설팅을 수행했다. 여러 벤처캐피털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하며, 스타트업 투자와 보육, 성장을 도왔다. 저서로 『애플 콤플렉스』, 『촉』, 『3불 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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