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우버’라는 타이틀로 시작한 그랩이 막강한 경쟁자 우버를 제치고 월간 거래 이용자(MTU) 4400만여 명을 확보한 동남아 1위 슈퍼앱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현금 결제, 두리안 배달 등 각 나라의 문화와 일상을 반영한 현지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2. 이륜차, 삼륜차 등 각 나라의 주요 교통수단을 파악해 서비스를 확장하는 한편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자체 지도를 구축하며 이동을 최적화했다.
3. 하이퍼 로컬 실험을 통해 도시별로 다양한 스타일과 톤으로 자동화 메시지를 전송해 테스트하며 예약 취소율을 감소시키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다.
밤 11시, 말레이시아에서 맥킨지 컨설턴트로 일하는 후이링 탄은 업무를 마치고 택시를 탔다. 여느 때처럼 바로 휴대폰을 켜고 어머니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택시 번호판과 면허증에 보이는 운전자 이름을 문자로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7∼15분 간격으로 현재 위치를 알렸다. 늦은 밤 혼자 택시를 타는 여성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이렇게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말레이시아에서 택시란 여성들에게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불안한 이동 수단이었다.
탄의 하버드경영대학원 동기였던 앤서니 탄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최대 자동차 유통 그룹인 탄 총 모터스(Tan Chong Motors)의 경영자 3세였다. 자신을 보러 말레이시아에 방문한 또 다른 경영대학원 동기가 토로한 불만을 듣고 그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택시를 잡기도 어렵고, 택시 기사가 목적지를 향해 제대로 운행하는지도 알 수 없으며, 기사 마음대로 택시 요금을 정하는 것이 불만이라는 얘기였다. 그의 동기가 건넨 질문 하나가 결정적으로 탄의 마음을 움직였다. “너의 증조할아버지는 택시 운전사셨고 할아버지는 말레이시아에서 일본 자동차 산업을 시작하셨잖아. 그런데 말레이시아 여성들은 택시를 탈 때 많은 불안감을 안고 이용하고 있어. 그러면 너라도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냐?”11Southeast Asia’s answer to Uber, Financial Times, 2014. 6. 24닫기
고영경 교수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지역학협동과정에서 동남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고려대 경영학과에서 재무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툰쿠 압둘 라흐만대와 유니타 인터내셔널대 경영학과 조교수를 역임한 아세안 경제·비즈니스 전문가다. 기업의 역사를 통해 성장 전략과 경영 인사이트를 연구하고 전달하는 기업 스토리텔러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세안 슈퍼앱 전쟁』 『미래의 성장 시장 아세안』 『7UPs in Asia』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