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from the Field - 우리금융 OneDo 경영
편집자주
우리금융그룹의 경영혁신모델 ‘OneDo(원두)’가 최근 미국 컬럼비아(Columbia) 경영대학 산하 ‘글로벌 브랜드 리더십 센터’의 케이스스터디로 소개됐습니다. 컬럼비아대 비즈니스 스쿨이 원두의 어떤 매력 때문에 소개했는지 우리금융그룹 측 프로젝트 매니저가 설명합니다.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그룹을 구성하고 있는 계열사 임직원들은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원두로 한번 풀어 보자’라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사용하곤 한다. 머리를 식힐 겸 원두커피 한 잔 하면서 얘기하자는 것인가? 물론 아니다.
원두(OneDo)란 우리금융그룹의 ‘혁신브랜드’이자 ‘경영혁신’ 방향으로 ‘한 사람’ ‘1등’을 상징하는 One과 ‘실천하다’는 뜻인 Do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합성어, 즉 신조어(新造語)다. 우리금융그룹 직원들은 혁신이라는 단어 대신 원두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원두의 탄생
2008년 9월15일 미국의 4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는 뉴욕 남부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이로 인한 금융위기는 미국을 넘어 유럽 등 전 세계 금융회사를 강타했다. 국내 시장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가급락, 환율급등, 회사채 금리상승 등 국내 금융시장에 유동성 위기가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으며 우리금융그룹 또한 큰 타격을 입고 있었다.
2008년 6월 취임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CEO비상대책위원회와 비상대책상황실 등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했다. 우리금융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점차 완화됐고 재무지표 또한 안정을 찾아갔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안개가 어느 정도 걷히던 2009년, 이 회장은 앞으로는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선다 하더라도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금융회사의 생존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금융산업의 저성장-저수익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러한 금융환경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과거의 성공방식에 집착하지 않고 조직의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스스로를 과감하게 변화시키고자 2009년 5월 그룹 계열사 직원을 파견하고 컨설팅업계 전략전문가, 혁신전문가를 영입해 ‘전략적비용절감 TF팀’을 구성했다. TF팀은 8개월의 준비 끝에 같은 해 12월23일 ‘원두(OneDo)경영’을 선포하고 우리금융그룹 전체가 함께하는 혁신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TF팀은 지주사 소속 경영혁신실로 상설조직화해서 그룹 전체의 원두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원두에 대한 이해
우리금융그룹의 ‘원두’가 표방한 목표는 임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의적인 사고와 자발적인 참여로 고객서비스, 상품, 업무 프로세스 등 모든 측면에서 낭비요소를 제거해 그룹을 저비용-고효율조직으로 변화시켜 저성장-저수익 금융환경에도 지속적으로 성장이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원두를 실행하는 프로그램은 철저히 현장 중심으로 설계, 운영되고 있다. 업무의 장단점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실무자다. 개선점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현장에 답이 있는 것이다”. 그룹의 경쟁전략을 현장에서 발견하자는 것이 이 회장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확신이었다.
우리금융그룹 소속 계열사 실무자들은 업무를 처리하면서 ‘낭비적인 요소’가 느껴지면 언제든지 본인의 PC에 탑재돼 있는 WhyDea(Why+Idea) 시스템을 클릭해 ‘개선 아이디어’를 등록할 수 있다. 그 아이디어는 등록과 동시에 본부 부서 담당자에게 메일로 전송되며 아이디어는 검토 후 즉시 실행된다. 타사의 제안제도가 대부분 건의사항 위주의 “∼를 해주세요”인 반면 WhyDea는 “∼를 제가(아이디어 등록자) 해보겠습니다”로 제안자(등록자)와 실행자를 일원화해 철저한 실행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점이 원두의 가장 큰 차별성이다.
예를 들면 우리은행 지점 창구직원들은 고객을 앞에 두고 거래처리를 위해 거래화면 코드가 떠오르지 않아 옆 직원에게 메신저로 물어보거나 IT-헬프 데스크에 전화 문의한 낯 뜨거웠던 기억을 한 번씩은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 거래코드는 약 1만여 개다. 이 모든 거래코드를 암기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업무 단위별로 분류해 검색이 쉽도록 구성했으나 분류 기준은 사용자 입장이 아닌 규정 또는 개발자 입장의 분류였다.
우리은행 IT지원부 담당자는 ‘스마트폰 하나도 소비자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조작해 사용할 수 있는데 거래화면도 그렇게 만들 수는 없을까’ 하고 관점을 바꿔 고민했다. 이에 거래코드별 거래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에 처리되는 거래 건수의 80%는 약 10%의 거래코드에서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담당자는 영업점 직원이 자주 쓰는 거래를 도출하고 해당 거래를 그룹화해 단계별로 접근하는 내비게이션 길 찾기 방식과 실제 업무에 사용되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쉽고 편리하게 거래코드를 찾을 수 있는 단말거래 내비게이션을 WhyDea 시스템에 제안해서 개선시켰다. 단말거래 내비게이션이 시행되자 즉각적으로 영업점 직원의 호응을 얻었으며 연간 1000여 건에 달하는 IT-헬프데스크의 단순거래코드 문의도 감소, IT 지원 인력이 좀 더 효율적인 업무로 투입됐다.
이와 함께 WhyTing(Why+Meeting)도 운영하고 있다. WhyDea가 개인 차원의 혁신 활동이라면 WhyTing은 팀 차원의 혁신 활동이다. 본사 부서는 해당 부서의 사업계획 달성, 일선 지점은 영업목표 달성을 위한 개선사항을 팀 과제로 선정하면 직원 개개인의 역량과 지혜가 모여 조직 내에서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해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집단지성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WhyTing 활동은 부서 또는 지점별로 배치돼 있는 혁신리더 Maestro의 주도하에 ‘자체 개발한 문제해결방법론’을 활용해 근원적인 문제점을 찾아 개선방안을 도출한다. WhyTing 과제 중에서 성과가 높거나 타 계열사로 확산적용이 가능한 과제는 원두 과제로 편입해 지주사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반드시 실행되도록 한다.
문제점 극복 과정
원두를 시행하면서 초창기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직원들의 무관심이었다. ‘혁신’이라고 하면 직원들은 ‘나의 업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자’는 생각을 갖기보다 ‘본사에서 지시하는 부가적인 다른 일’로 생각하며 부담스러워했다. 또 대부분의 직원들은 여전히 복사지 이면지 활용하기, 전기 아껴 쓰기 등 각자가 자기 나름의 비용절감에 대한 해석을 통해 원두를 폄하하는 경향도 있었다. ‘혁신에 대한 부담’과 ‘원두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실제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지주사 경영혁신실은 처음부터 전 직원이 원두를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두란 콘셉트를 가지고 직원들을 설득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며, 또는 따분한 경영학 이론으로 무시당할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경영혁신실 직원들은 실제로 원두의 모범 사례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혁신에 우호적인 부서 임직원들을 설득해 ‘개선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해 발굴하고 실행에 태클을 걸고 있는 규정, 부서 간 이해관계 등을 조정하며 하나둘씩 원두 성과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으면서 1년이 지난 2011년에 실행을 통해 커다란 재무성과를 창출하거나 본인의 업무 효율화 및 고객편의 증대를 입증한 모범사례를 본부부서, 영업점별로 제법 보유하게 됐다.
2011년 직원들의 여름휴가 기간이 끝나자마자 우리금융그룹 1425개 모든 영업점을 대상으로 2개월 동안 총 66회 ‘원두 순회 설명회’라는 대장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강사는 원두를 몸소 추진했던 경영혁신실 직원들이 맡고 교재는 지난 1년 반 동안 축적해온 원두 모범사례를 모아서 만들었다. ‘왜? 지금 우리에게 원두가 필요한가’라는 당위성에 대한 공감과 ‘원두는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가’라는 방법론에 대한 이해를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내 옆의 부서 또는 동료가 원두를 통해 이뤄낸 성과를 가지고 진행하는 전 직원 변화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적중했다. 얼마 전부터 편하게 처리해온 내 업무들이 원두를 통해 개선된 것이라는 사실이 직원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그 이후 대부분의 직원들이 원두를 올바르게 이해하게 됐고 업무 개선을 위해 자발적인 참여도가 높아졌다. 이를 입증하는 자료로 2012년 6월 연세대 경영연구소가 원두에 대해 평가하기 위해 그룹 인트라넷 게시판을 통해 7일간 실시한 무기명 설문조사를 들 수 있다. 자발적으로 진행된 설문에 당시 전체 직원 2만6630명 중 6253명(참여율 23%)이 참여했다. 기존 인트라넷을 통해 실시했던 설문조사들에 참여율이 대부분 5% 이하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직원들이 높은 관심과 지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지난 3년 동안 임직원 개개인이 WhyDea로 23만 건이 넘는 개선 제안을 등록하고, 부서와 영업점이 1만 건 이상의 WhyTing 개선과제를 추진했으며, 지금까지 약 5000억 원의 재무성과를 창출하며 원두는 오늘도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민형석 우리금융지주 경영혁신실 부부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PWC Consulting 컨설턴트를 거쳐 우리은행 전략기획부 차장, 우리금융지주 전략적비용절감TF팀 부부장 등을 지냈다. ‘원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데 참여했으며 현재는 원두 기획 및 성과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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