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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n Case Study

샤프의 기술력+훙하이의 유연성. 디지털 가전업계, 지도가 바뀐다

이우광 | 202호 (2016년 6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4년 넘게 샤프 인수에 공을 들여온 대만의 훙하이정밀공업이 드디어 올 4월 샤프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전자 산업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통째로 외국 기업에 인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력은 높지만 의사결정이 느린 일본 기업과 기술력은 낮지만 유연성과 스피드가 발군인 대만 기업의 통합이 전자 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훙하이가 샤프를 전격 인수한 것은 첫째, 기존 대형 거래선인 애플의 니즈에 더욱 충실하게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둘째넥스트 스마트폰에 대응해 신규 사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일본, 대만, 중국의 연합부대에 맞서 싸워 이기기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할 시점이다.

 

 

훙하이 샤프 인수의 의미

2012년부터 4년 넘게 샤프 인수에 공을 들여온 대만의 거대 EMS(전자기기수탁제조서비스)기업,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 드디어 샤프를 인수했다. 2016 42, 훙하이는 샤프에 3888억 엔을 출자해 의결권 66%를 보유하는 제1 주주가 됐다. 샤프는 이미 2016 225, 임시이사회를 열어 훙하이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의했다. 3자 할당증자로 주식취득 4890억 엔, 주거래 은행 보유 우선주 2000억 엔 중 1000억 엔을 매입하기로 하는 등 훙하이가 샤프에 약 7000억 엔을 투입한다는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실사 단계에서 샤프 측의 우발채무가 새롭게 드러나면서 훙하이는 당초보다 약 1000억 엔 낮은 금액으로 샤프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에서도 자동차 산업의 경우 프랑스 르노가 1999년 닛산을 인수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일본 전자산업을 대표해온 대기업 중 하나가 통째로 외국 기업에 인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전자대국으로 불려온 일본의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단순히 감정만으로 평가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기술력은 높지만 의사 결정이 느린 일본 기업과 기술력은 낮지만 유연성과 스피드가 발군인 대만 EMS 기업의 통합이 전자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훙하이는 무엇 때문에 샤프 매수에 그토록 열을 올린 것인지 분석하고 이번 인수가 미칠 향후 파장을 가늠해본다.

 

 

 

 

100년 기업샤프가 경영에 실패한 이유

샤프펜슬·전자계산기·액정TV 등 독창적인 상품 개발로 발전을 거듭해온 104년 역사의 샤프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2015년도 샤프의 매출은 약 280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상반기에만 이미 840억 엔의 손실을 기록했다. 샤프뿐만 아니라 도시바, 소니 등 일본의 전자 대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중에서도 샤프가 제일 먼저 외국 기업에 인수된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투자 실패가 가장 큰 이유다. 샤프는 2004, 미에현 가메야마시()에 거대한 액정 공장을 건설해 액정사업의 선두 주자로 나섰다. 2006, 2공장을 건설하는 등 소위 말하는가메야마 모델을 확립했다.

 

샤프는 액정패널 사업은 물론 액정TV 분야에서도 일본 국내 시장을 석권하는 등 액정 비즈니스의톱 기업이 됐다. 샤프의 진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액정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가타야마(片山幹雄) 사장이 2007년 신임 사장으로 취임하자 이번에는 오사카 사카이시() 4300억 엔을 들여 60인치 이상 대형 사이즈의 액정 패널을 생산하는 최첨단 10세대 공장을 건설했다.

 

액정패널에서 타사가 따라올 수 없게 완전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에서였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시피 이 시기는 한국과 일본 기업 사이에 액정패널을 둘러싸고 주도권 경쟁이 한창일 때였다. 당시 일본에서는한국 기업이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 기업을 따라잡더니 드디어 액정마저도 따라잡으려 한다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게다가 불황일 때 과감하게 투자해 호황일 때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삼성·LG 등 한국 재벌기업들의 투자전략이 칭송받을 때이기도 했다.

 

샤프는 이에 질세라 액정패널 사업에 거침없는 투자를 감행했다. 여기에 곁들여 세계 최대의 태양전지 공장도 2010년 완성했다. 그러나 경영환경은 샤프의 편이 아니었다. 액정산업이 서서히 사양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고 2008년에 도래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형 사이즈의 액정TV는 생각만큼 팔리지 않았다. 경영환경 변화를 읽지 못하고 과잉 투자를 하는 악수를 둔 탓이었다. 재고는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했고 적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결국 재무구조에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둘째, 기술에 대한 과신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샤프는 지금까지 독창적인 제품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때문에 기술력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샤프 임원은액정 기술력은 우리가 세계 최고다. 40년 동안 액정기술 개발에만 매달려온 기술자들이 수두룩하다라고 자랑하고 있다.

‘기술의 블랙박스화란 말도 샤프에서 나온 말이다. 한국이나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이 문제가 되자 샤프는제품을 분해해도 기술을 알 수 없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사용했다.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가메야마 공장에서는 설비나 자재를 공급하는 기업 사원들이 공장 내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일일이 감시했다.

 

게다가 공장 뒷산에서 공장의 시설 배치를 촬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입산을 금지했을 정도다. 주말에 한국이나 중국으로 가는 직원들이 없는지 공항에서 직접 감시하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감시망은 철저히 펼쳤지만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 개발에는 둔했다.

 

수요가 적은 60인치 이상의 액정 기술 개발에는 능했지만 정작 수요가 많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에 사용되는 중소형 패널에서 삼성이나 LG는 물론 일본 기업인 재팬디스플레이(JDI)에게도 뒤졌다. 샤프는 자사의 기술을 과신한 나머지 실제 현재 흐름을 반영해 잘 팔리는 기술의 개발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셋째는 도시바처럼 일본에서 흔히 발생하는 경영자의 문제다. 역대 사장들이 회장·상담역 등으로 회사에 남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회사 전체를 통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게다가 경영진 간의 주도권 싸움도 벌어졌다. 의사결정 속도도 느렸다. 중국의 어느 기업이 샤프에 기술 검토를 부탁했으나 “4개월쯤 걸릴 것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2주 정도면 검토할 수 있는데 4개월이나 걸린다는 말에 결국 거래가 중단됐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과감하고 빠른 개혁을 감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액정사업이 사양화돼가는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에코포인트제를 실시하자 개혁은 곧 중단됐다. 이 제도에 따라 실적이 조금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게 이유였다. 현 다카하시 사장은 2015,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해 안정된 수익 기반을 창출할 것이다라면서신중기경영계획을 발표했지만 내용은 미지근했다. 3500명의 희망퇴직, 본사 매각, 설비의 감손 처리 등 고정비를 중심으로 한 비용절감 방안만 있을 뿐 사업구조 개혁 등 대대적인 개혁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역대 샤프 경영자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권력투쟁을 일삼은 결과 일본이 자랑하던 기업이 외국 자본의 손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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