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광화문과 용산, 2021년 미국 워싱턴 의회 의사당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같은 사회에 사는 시민들이 완전히 다른 정보와 해석에 근거해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식론적 분열은 유튜브의 알고리즘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존 미디어 환경에서는 공통의 사실에 기반한 토론이 가능했지만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의 부상은 사용자가 자신의 관점을 확인해주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소비하도록 만들었고 알고리즘은 점점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콘텐츠를 추천하며 사실 인식의 공통 기반을 해체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정치적 의견 차이를 넘어 사실 자체에 대한 합의가 불가능한 ‘포스트 진실(post-truth)’ 시대에 진입했다. AI 시대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만족도와 콘텐츠 다양성을 우선시하는 대안적 알고리즘 설계 등 기술적, 제도적, 교육적 대응이 필요하다.
알고리즘 시대의 민주주의 위기
2025년 한국 광화문과 용산, 2021년 미국 워싱턴 의회 의사당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우리 시대 민주주의가 직면한 새로운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국민이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했으며 미국에서는 대선 결과를 둘러싸고 시위대가 의회 의사당을 점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같은 사회에 사는 시민들이 완전히 다른 정보와 해석에 근거해 판단하고 행동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러한 분열의 배경에는 현대사회의 정보 소비 환경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신문과 방송이 여론을 형성했지만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누구나 정보 생산자가 될 수 있게 됐다. 그중에서도 유튜브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상 기반 플랫폼이자 주요 뉴스 소비 경로가 됐다.
기존 미디어 환경에서는 공통의 사실에 기반한 토론이 가능했다. 하지만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의 부상은 이러한 공통 기반을 해체했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을 확인해주는 정보만을 소비하게 됐는데 그 배경에는 알고리즘이 있다. 유튜브 등의 플랫폼은 사용자의 관심사와 선호도를 분석해 참여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이는 점점 더 극단적인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 같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는 정보가 중립적이지 않고 플랫폼과 알고리즘의 로직에 의해 필터링돼 재구성된다. 이로 인해 같은 사회에 살면서도 전혀 다른 정보 환경에서 생활하는 정보적 분리 현상이 발생하며 이는 단순히 의견 차이를 넘어 사실 인식 자체가 다른 인식론적 분열로 이어진다.
차경진 교수는 한양대 경영학부 경영정보시스템 전공 교수이며 비즈니스인포매틱스학과 학과장이다. 호주 태즈메니아대에서 학·석사를, 호주국립대 경영정보시스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부터 LG, 삼성, KB금융지주,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에서 ‘데이터로 고객 경험을 만들어 가는 AI 기술 DCX(Data driven Customer eXperience)’ 프로세스를 강의하고 자문해 왔다. 또한 카카오와 신세계아이엔씨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