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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의 국가경영_대동법 下

정책 반대파도 중용… 더 나은 대안 찾아

김준태,정리=장재웅 | 402호 (2024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대동법 시행의 또 다른 장애물은 바로 ‘공안 개정론자’들의 반대였다. 공안 개정론자들은 대동법이 공납을 대체할 수 있을지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동법을 반대했다. 또한 쌀로 공물을 대신한다면 지역 간 쌀값이 다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와 조정에서 필요한 물품 중 시장에 유통되지 않는 물품을 어떻게 확보할지 등에 대해 우려했다. 여기에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관행인 ‘임토작공’의 원칙에 대동법이 어긋난 것도 반대의 이유였다. 이런 반대 여론을 무마시킨 것은 김육이었다. 김육은 수십 차례나 사직 상소를 올리며 배수의 진을 치고 대동법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김육의 노력에 효종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대동법은 결국 빛을 볼 수 있었다.


편집자주 조선사 전문가 김준태 교수가 대동법 시행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시행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한 글을 상, 하편으로 나눠 게재합니다. 상편은 DBR 398호(2024년 8월 1호)에 게재됐습니다.


(上편에 이어…)

1649년 효종의 즉위와 함께 인조 대에 좌초한 공납(貢納) 개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쟁의 후유증을 어느 정도 수습한 데다가 청나라와 결탁해 전횡을 일삼던 권신 김자점이 축출되고 김육, 조익, 이시백, 정태화 등 뛰어난 대신들이 국정의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조가 청나라에 굴욕적으로 항복한 일로 관직에 나서길 꺼렸던 김집, 송시열, 송준길 등 산림(山林)도 복귀하면서1 조정은 오랜만에 민생 안정과 제도 개혁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공납 개혁의 신호탄은 효종 즉위년 11월 5일, 우의정 김육이 올린 상소였다. 김육은 공납을 토지에서 얻는 수익에 맞춰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우선 호서·호남 두 지방에서 대동법을 시범적으로 시행하자고 주장했다. 본래 공납은 담세 능력과는 상관없이 가호(家戶)에 일률적으로 부과됐다. 대동법은 ①징세 기준을 가호에서 토지 면적으로 전환해 소득에 따른 공평과세가 이뤄지게 하고 또한 ②현물 대신 쌀로 납부하게 함으로써 방납(防納)2 과 점퇴(點退)3 의 폐단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대동법을 막아서는 장애물이 존재했다. 양반 지주와 같은 기득권의 저항만이 아니다. 공납 개혁에 동의하면서도 기존의 방식을 개선하는 데 치중하며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하는 것을 반대한 세력이 있었다. 이른바 ‘공안 개정론’자들이다.

공안 개정론자들은 공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을별로 공물(貢物)을 배정한 장부인 ‘공안(貢案)’을 개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현 상황에 맞게 공물 장부를 정비해 과도하게 책정된 공물가를 낮춤으로써 백성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물론 공안을 바로잡는 일은 필요했다. 오랫동안 공안이 갱신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유한데 공물 할당량이 적고, 가난한데 공물 할당량이 많은 고을이 있었으며 불산공물(不産貢物), 즉 고을에서 나지 않는 토산물이 계속 부과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공안 개정론자들은 공납의 운영 체계는 내버려두고 오로지 공물가 자체를 삭감하는 일에 집중했다. 시스템이 투명하고 올바로 작동하지 않으면 세금을 낮춰봐야 다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세원을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감세를 하면 조정은 세수입 부족에 시달릴 테고 이런저런 이유로 ‘첩징(疊徵, 백성에게 세금을 추가로 거두는 것)’이 벌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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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태[email protected]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

    김준태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한국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유교문화연구소, 유학대학 연구교수를 거치며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군주와 재상들에 집중해 다수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왕의 경영』 『왕의 공부』 『탁월한 조정자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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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장재웅

    정리=장재웅[email protected]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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