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CEO들은 제한된 시간과 자원의 한계 속에서 빠른 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극단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특히 기술 기반 창업자들은 투자 유치, 채용, 재무 등 경영 관련 시행착오를 겪으며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EO는 건강이 기업의 중요한 자산임을 인정하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다른 CEO와의 교류를 통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 또한 중간관리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이관하고 창업자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작업을 통해 과도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1. 대학원 연구 분야를 바탕으로 창업한 A 씨(29)는 창업 4년 차로 올해 들어 손 떨림과 불안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 수면 시간은 7시간으로 적은 편은 아니지만 낮에 피곤함을 자주 느낀다. 소화도 잘되지 않아 식사 후 더부룩한 느낌이 들고 설사도 잦은 편이다.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초조한 감정을 느꼈고 업무를 할 의욕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괜히 회사에 대한 약점으로 여겨질까 두려워 회사 구성원들과 투자자들에게는 이런 얘기를 하지 못했다.
#2. 40대 초반의 8년 차 스타트업 CEO B 씨는 최근 들어 예전에 비해 머리가 맑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잠드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새벽녘에야 잠드는 편이다. 예전에 비해 기억력이 다소 저하되고 집중력이나 판단력이 떨어진다고 느낀다. 운동하는 시간도 사치라고 생각하며 지난 8년간 쉴 새 없이 달려왔다. 최근 또래의 지인이 갑자기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을 겪으면서 내 건강은 괜찮은지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일은 여전히 바쁘고 나의 건강을 위한 시간을 내기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오는 상황이다.
위 두 스타트업 CEO는 실제 필자의 환자들이었다. 필자 또한 스타트업을 창업한 입장에서 이들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과거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눔(Noom)에서 다년간 한국과 일본 법인의 대표로 일했던 필자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로 창업 현장에 뛰어들게 됐다. 창업 기업의 대표로서 겪는 스트레스는 그전에 비해 강도가 훨씬 컸다. 비교적 규모가 있는 조직에서 경험했던 대표이사의 역할에 비해 아무것도 없는 초기 스타트업에서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무게감이 훨씬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신체적으로도 이전까지는 전혀 없던 수면 문제를 겪기 시작했고,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을 경험했다. 정신적으로도 이전보다 더 예민해지거나 날카로워지는 것을 체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