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정체된 와중에도 쿠팡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은 서비스, 선택권, 가격의 세 가지 가치를 고집스럽게 추구해 온 데 있다. 통상적으로 빠른 배송 등 최상의 서비스 구현과 최대한 많은 상품 구색을 갖추는 선택권 보장은 양립하기 힘든 가치다. 하지만 쿠팡은 풀필먼트를 통해 이 두 가지를 다 잡았다. 그리고 이렇게 확보한 충성 고객과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판매자 대상 협상력을 키워 낮은 가격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이 같은 쿠팡의 독주에 맞서 네이버는 물류 방어선을 펼치고 있다. 직접 막대한 비용을 들여 물류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물류 파트너들과 동맹을 체결해 대항하는 모습이다. 빠른 물류를 앞세운 마케팅, 수요 예측, 공급망 최적화 등 종합 커머스 솔루션 마켓으로 판매자들을 유인하고 수수료 수익을 취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시작된 쿠팡의 독주
흔히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의 3강으로 쿠팡과 네이버, 2021년 이베이코리아(지마켓, 옥션)를 인수한 이마트의 온라인 몰 진영을 꼽는다. 하지만 사실상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팬데믹 기간 이커머스 시장 평균 성장률을 웃돌며 성장한 대형 플랫폼은 쿠팡과 네이버가 유일했고, 지마켓을 포함한 3위 이하 플랫폼의 성장률은 거래액, 매출, 트래픽 등 여러 성장 지표 측면에서 이커머스 평균을 밑돌거나 역성장했기 때문이다.11단적인 예로 2023년 2분기 기준 SSG닷컴과 지마켓의 매출 성장률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 -8.9%였다. 같은 기간 쿠팡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했다. 네이버의 2분기 커머스 사업 부문 매출 역시 네이버가 인수한 북미 패션 버티컬 마켓플레이스 ‘포시마크(Poshmark)’ 반영분을 제외하면 16.2% 성장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거래액 기준 전체 이커머스 시장 대비 쿠팡(43조7210억 원)과 네이버(41조7000억 원)의 점유율은 2022년 기준 각각 20.8%, 19.9%로 추정된다. 3위 플랫폼인 SSG 연합군(22조1992억원)의 동 기간 점유율 10.6%와는 격차를 더 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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