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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리스크 속 삼성전자·인텔의 딜레마

‘어중간함의 덫’에 빠져 위기 자초
‘경로 파괴적 혁신’으로 반등 노려야

김희천,정리=배미정 | 407호 (2024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24년 전통적인 글로벌 반도체 강호 기업인 삼성전자와 인텔이 위기에 빠졌다.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컴퓨팅 시대를 맞아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두 기업은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유통까지 모두 담당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어려운 ‘어중간함의 덫’에 빠졌다. 다른 한편 엔비디아와 AMD, TSMC는 기존의 핵심 사업을 파괴하는 경로 파괴적인 혁신을 바탕으로 빠르게 부상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시장 변화와 기술 트렌드를 예측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적 리더십이 결국 반도체 산업의 승자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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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가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24년 10월 초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은 2024년 3분기(7~9월) 잠정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자 고객, 투자자,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반도체사업부의 3분기 매출은 29조2700억 원, 영업이익은 3조8600억 원으로 매출은 전 분기보다 2.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0.2% 급감했다. 삼성전자 주식은 11월 14일 코스피시장에서 4만99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이례적으로 4만 원대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시가총액은 4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300조 원 아래로 내려가 297조8922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7월 고점 대비 무려 44%나 하락한 수치다.

이 같은 실적의 주요 원인으로는 주력 사업인 D램, 특히 생성형 AI(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반도체로 부상한 HBM(고대역폭 메모리)에서의 부진이 지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초격차 전략을 통해 지난 30년 이상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최강자의 자리를 지켜왔으나 맞춤형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말 5세대 HBM3E 12단 제품을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한다고 발표했지만 삼성전자는 HBM3E 8단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1년 넘게 진행 중임에도 아직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역시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 전문 기업 TSMC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3나노(㎚, 1㎚=10억 분의 1m) 공정의 수율이 30~40% 수준으로 TSMC의 70~80%에 비해 낮아 대형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2024년 2분기 시장점유율이 62.3%로 전 분기보다 0.6%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11.5%로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두 기업 간의 점유율 격차는 약 51%에 달한다.

한편 한때 ‘반도체 왕국’으로 불리던 인텔도 모바일 및 AI 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인텔은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설계뿐 아니라 웨이퍼 생산을 위한 팹(fab)을 보유하고 웨이퍼 가공, 패키징, 테스트까지 직접 수행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이 되고자 했다. 2021년 팻 겔싱어가 CEO로 취임하며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했으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누적되면서 몰락 위기에 처해 있다. 결국 2024년 9월, 겔싱어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파운드리사업부를 독립된 자회사로 전환하고 별도의 이사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8월 초에는 전체 직원의 15%(약 1만5000명)를 감원할 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10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 절감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올 들어 인텔의 주가가 반토막이 났고 인수합병(M&A) 대상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겔싱어 CEO는 12월 1일 전격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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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천[email protected]

    캘거리대 경영대학 교수

    김희천 교수는 한양대 경영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전략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아주립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전략 및 국제경영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Organization Science,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등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국 기업들의 성장 전략과 당면 과제를 다룬 책 『Routledge Handbook of Korean Business and Management』를 공동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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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배미정

    정리=배미정[email protected]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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