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관리는 조직의 생존에 핵심적인 도구이지만 ‘평가’와 ‘개발’이라는 두 가지 목표의 상충으로 논쟁의 대상이 됐다. 역사적으로도 성과 관리 시스템은 환경 변화와 기업 경영의 발전에 발맞춰 개발과 평가 사이에서 중심축을 오가며 비선형적으로 발전했다. 그 균형을 찾기 위한 시도로 2010년대 중반 이후 대세가 된 하이브리드 모델은 연간 평가에서 벗어나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직원들이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고 유연하게 목표를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또한 불완전하다. 최근 미국에서 일론 머스크가 정부효율부의 수장으로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듯 평가와 책임 중심의 성과관리가 다시금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편집자주 | 박종규 교수가 글로벌 선진 기업들이 도입한 다양한 성과관리 시스템과 도구들을 살펴보는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선진 기업들이 성과관리의 변화를 어떻게 주도해왔는지를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뿐만 아니라 각 접근법의 장점과 한계까지도 짚어볼 예정입니다. 이번 연재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조직과 직원 모두가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성과관리 모델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성과관리,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
성과관리(Performance Management)는 회사 관점에서 조직의 생존과 성공을 위해 직원들의 행동과 성과를 조직 목표와 효과적으로 연결시키는 핵심 도구이다. 동시에 직원 개인 입장에서는 개인의 지속적인 성장과 성과 향상을 지원하는 통합적인 관리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성과관리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돼 왔다. 가장 큰 이유는 ‘평가’와 ‘개발’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관리해야 하지만 동시에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장기적인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개인에 대한 평가 중심의 성과관리 시스템은 직원들에게 압박을 주고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게 만든다. 반면 개인의 성장과 개발 중심의 시스템은 명확한 성과 측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주요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모든 성과관리 시스템은 결국 평가결과라는 형태로 마무리되는데 이 평가결과는 직원들의 급여, 승진, 상벌, 심지어 해고 결정에 이르는 다양한 HR 제도의 주요 근거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HR뿐 아니라 성과관리의 당사자인 상사나 부하직원 모두가 그 과정과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성과관리가 복잡한 주제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성과관리 기준의 모호성과 주관성이 초래하는 공정성 문제이다. 일관된 기준 없이 진행되는 성과관리는 피평가자(주로 부하직원)에게 불신을 야기할 수 있으며 평가자(주로 상사)가 적절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우 평가결과의 신뢰성, 즉 결과가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지만 업무 수행 수준, 특히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박종규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저서로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천재들을 이끈 오펜하이머 리더십(2024, 터닝페이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