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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관리의 재발견

일론 머스크발 구조조정,
성과 관리 트렌드 바꿀까

박종규,정리=배미정 | 412호 (2025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성과관리는 조직의 생존에 핵심적인 도구이지만 ‘평가’와 ‘개발’이라는 두 가지 목표의 상충으로 논쟁의 대상이 됐다. 역사적으로도 성과 관리 시스템은 환경 변화와 기업 경영의 발전에 발맞춰 개발과 평가 사이에서 중심축을 오가며 비선형적으로 발전했다. 그 균형을 찾기 위한 시도로 2010년대 중반 이후 대세가 된 하이브리드 모델은 연간 평가에서 벗어나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직원들이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고 유연하게 목표를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또한 불완전하다. 최근 미국에서 일론 머스크가 정부효율부의 수장으로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듯 평가와 책임 중심의 성과관리가 다시금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편집자주 | 박종규 교수가 글로벌 선진 기업들이 도입한 다양한 성과관리 시스템과 도구들을 살펴보는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선진 기업들이 성과관리의 변화를 어떻게 주도해왔는지를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뿐만 아니라 각 접근법의 장점과 한계까지도 짚어볼 예정입니다. 이번 연재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조직과 직원 모두가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성과관리 모델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성과관리,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

성과관리(Performance Management)는 회사 관점에서 조직의 생존과 성공을 위해 직원들의 행동과 성과를 조직 목표와 효과적으로 연결시키는 핵심 도구이다. 동시에 직원 개인 입장에서는 개인의 지속적인 성장과 성과 향상을 지원하는 통합적인 관리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성과관리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돼 왔다. 가장 큰 이유는 ‘평가’와 ‘개발’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관리해야 하지만 동시에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장기적인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개인에 대한 평가 중심의 성과관리 시스템은 직원들에게 압박을 주고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게 만든다. 반면 개인의 성장과 개발 중심의 시스템은 명확한 성과 측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주요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모든 성과관리 시스템은 결국 평가결과라는 형태로 마무리되는데 이 평가결과는 직원들의 급여, 승진, 상벌, 심지어 해고 결정에 이르는 다양한 HR 제도의 주요 근거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HR뿐 아니라 성과관리의 당사자인 상사나 부하직원 모두가 그 과정과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성과관리가 복잡한 주제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성과관리 기준의 모호성과 주관성이 초래하는 공정성 문제이다. 일관된 기준 없이 진행되는 성과관리는 피평가자(주로 부하직원)에게 불신을 야기할 수 있으며 평가자(주로 상사)가 적절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우 평가결과의 신뢰성, 즉 결과가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지만 업무 수행 수준, 특히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이런 복잡한 문제들은 성과관리가 단순히 직원 개개인의 평가를 넘어 회사의 관리 방식, 일하는 방식 등 업무 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성과관리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할 때 더욱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가와 개발 사이 줄다리기의 역사

‘무엇이 바람직한 성과관리인가?’에 대해 선뜻 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변화를 거듭해 온 성과관리의 트렌드도 한몫한다. 얼핏 생각하면 2000년대 이전에는 성과 측정을 통한 개인의 책임 달성 여부와 그 결과에 대한 신상필벌이 강조됐고 2000년대 이후에는 성과관리 과정 속에서의 피드백을 통한 개인의 성장이나 역량 개발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 것같이 보인다. 하지만 역사와 시대별 트렌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과관리 방식은 단순히 한 방향으로 선형적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복잡한 환경 변화와 기업 경영의 발전에 따라 평가와 개발 사이를 오가며 비선형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발전했다.

피터 카펠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 ‘성과관리혁명(The Performance Management Revolution)1 (그림 1)에 따르면 평가 및 책임에 주로 초점을 맞춘 성과관리 방식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성과가 낮은 군인들을 선별해 임무에서 배제하기 위해 도입한 ‘성과 기반 평가 시스템(Merit Rating System)’에서 시작됐다. 이후 2차 세계대전 후에 미국 기업의 약 60%가 성과평가를 도입했는데 이 시기의 성과평가는 주로 관리자급 이상의 승진과 보상 결정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면서 그 대상이 되는 관리자들의 ‘책임(Accountability)’을 강조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성과평가의 결과물인 성과 등급(Merit Scores)은 관리자들의 상위 직급으로의 승진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됐기 때문에 주어진 책임의 달성 여부를 숫자 등을 활용해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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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50년대 후반 조직 내 관리자 수가 부족해지면서 과거의 성과평가는 단순한 평가 도구뿐만이 아닌 직원들을 효과적으로 육성하고 ‘개발(Development)’하는 역할까지도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심리학자 더글러스 맥그리거는 1957년 HBR 논문2 에서 성과 목표 설정을 비롯한 평가 과정에 직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3 하지만 이 접근법은 관리자가 개별 직원들과 심층적인 피드백을 나누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당시 기업 환경에 쉽게 도입해 실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기업의 생존과 지속적인 성과 창출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고 기업들은 단기적 성과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필요한 역량이나 인재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맥그리거 등 당시 학자들의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성과평가는 과거 실적을 기록하는 도구에서 점차 직원들의 성장과 연계된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됐다. 물론 경영자들은 실제 기업 현장에 이를 도입하고 적용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금방 깨달았다. 직원의 성장과 개발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성과관리가 과거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능을 상실한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부 관리자는 직원 개발이라는 명분하에 고성과와 저성과를 구분조차 하지 않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평가만을 내리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당시 GE는 자체 연구를 통해 성과관리를 평가와 개발이라는 두 개의 프로세스로 분리해 둘 다를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후 많은 기업이 이를 따라 성과관리 방식을 개선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다시 평가 및 책임 중심의 성과관리가 강화됐다. 당시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성과에 기반한 보상(Merit-Based Pay)이 중요해졌고 개인별로 차별화된 임금 인상률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됐다. 특히 GE의 CEO였던 잭 웰치가 1981년 도입한 강제 서열 방식(Forced Ranking System)은 성과에 따라 직원을 A, B, C 등급으로 나누고 최하위 등급인 C 등급 직원들은 조직에서 퇴출시키는 시스템이었다. 이는 조직 내 우수 인재를 선별하고 저성과자를 해고하는 강력하고도 확실한 평가 방식이었지만 직원들 간의 내부 경쟁을 심화시키고 협업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1990년대 맥킨지의 ‘인재 전쟁(War for Talent)’ 연구가 발표되면서 기업들은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 스킬 등의 역량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데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는 성과관리가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가장 큰 자산인 핵심 인재를 식별하고 유지하는 전략적 도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업들은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평가 시스템을 강화했고 이는 다시 측정과 평가를 강조하는 방식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행한 팀제의 도입 등 조직 구조의 변화는 성과관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직이 수평적으로 변화하고 관리자가 감독해야 하는 부하 직원의 수가 갑자기 많아지면서 성과관리 과정에서 개별 직원들과의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들의 개발까지 달성하기가 어렵게 됐다. 게다가 닷컴 기업들의 등장과 성장으로 기업들은 내부 인재 육성보다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전략을 선호하게 됐고 이로 인해 내부 육성과 개발 중심의 성과관리는 더 약화됐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다시 육성과 개발 중심의 성과관리 방식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잭 웰치가 GE를 떠난 이후 GE는 강제 서열 방식의 폐해를 인정하고 점진적으로 이 방식을 폐지했다. 이후 많은 기업이 연간 성과평가를 폐지하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기반으로 한 애자일(Agile) 성과관리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2년 어도비는 기존 연간 성과평가를 없애고 ‘체크인(Check-in)’이라는 지속적인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이후 델, 마이크로소프트, 유니레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어도비와 비슷한 성과관리 제도를 도입했다.

이처럼 성과관리의 역사와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 왔다.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단순히 평가 중심에서 개발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그 두 가지 방식이 줄다리기를 하며 서로 간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가 계속돼 왔다. 그리고 [그림 1]에서 2010년대 중후반부터 현재까지 많은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Hybrid Model)’은 이런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최신 기술과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성과관리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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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모델의 특징: 딜로이트의 평가 제도

그렇다면 ‘하이브리드 모델’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이브리드 모델은 말 그대로 평가와 개발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결합해 더 빈번한 평가와 피드백을 가능하게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 하이브리드 모델이 단순히 평가와 개발을 혼합한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더 정교하게 연계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평가 중심 성과관리 방식은 고정된 목표와 연간 단위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 반면 하이브리드 모델은 실시간 정보를 활용해 직원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조정하며 업무 단위나 프로젝트 중심의 단기 목표 설정을 통해 조직의 전략적 방향과 개인의 목표를 더욱 정밀하게 맞출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동시에 직원의 성장과 동기부여를 촉진할 수 있다.

이런 하이브리드 모델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다. 딜로이트는 내부 연구를 통해 기존의 연간 단위로 이뤄진 성과관리 시스템하에서는 직원들이 관련 활동에 엄청난 자원과 시간을 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를 들어 직원들에게 시의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기 어렵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위한 충분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문제점 등을 발견했다. 이렇게 연초 목표 설정과 연말 평가로 이뤄진 기존의 성과관리 방식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성과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딜로이트는 새로운 성과관리 시스템을 세 가지 주요 목표를 중심으로 설계했다. 첫 번째 목표인 ‘성과 촉진(Fuel Performance)’을 위해 평가자인 프로젝트 리더(Project Manager)와 피평가자인 프로젝트 멤버가 정기적으로 만나 미래 지향적인 대화를 나누는 ‘체크인(Check-in)’ 제도를 도입했다. 참고로 이 제도를 도입했던 초기에는 HR이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체크인’에서 논의할 주요 주제들의 리스트를 제공하고 주기적으로 알림(Reminder) e메일 등을 보내 참여를 유도했다고 한다. 체크인 제도를 포함한 성과 촉진 활동들은 개인별로 현재 진행 중인 업무와 경력 개발에 대해 논의하고 시의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지만 프로젝트 리더와 멤버 간의 대화 속에서 팀이나 조직의 목표가 무엇인지 상기시킴으로써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를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일회성 이벤트인 연간 평가가 아닌 정기적이고 빈번한 대화를 통해 현재 조직이나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중요한 이슈 등을 반영해서 목표를 조정하고 성과를 개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두 번째 목표는 ‘성과 파악(See Performance)’으로 프로젝트 리더가 각 프로젝트 종료 시 다음의 네 가지 질문만을 가지고 프로젝트 멤버들의 성과를 평가하도록 했다.

1. 이 직원의 성과를 고려할 때 나는 항상 이 사람과 같은 팀에서 일하고 싶다. (5점 척도: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 ~ 매우 동의한다)

2. 이 직원은 낮은 성과를 보일 잠재적인 위험이 있다. (예/아니요)

3. 이 직원의 성과를 고려했을 때 만약 내가 집행할 수 있다면 이 직원에게 가능한 최고 수준의 보상을 지급할 것이다. (5점 척도: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 ~ 매우 동의한다)

4. 이 직원은 오늘 승진할 준비가 돼 있다. (예/아니요)

단순해 보이는 네 개의 질문으로 개인의 성과를 파악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질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과평가와 관련된 주요한 요소가 모두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1번 질문은 프로젝트팀으로 일하는 컨설턴트들의 특성을 고려해서 개인의 성과뿐 아니라 팀워크에 대한 기여도를 묻고 있다. 2번 질문은 성과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다. 그리고 3번과 4번 질문은 각각 평가의 결과로 연계되는 보상과 승진에 관련된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바쁜 업무 환경을 고려해 평가 결과의 핵심만을 간결하게 도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평가자가 부담 없이 신속하고 직관적으로 성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최적화됐다. 이를 통해 다수의 피평가자에 대한 평가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실용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해당 평가는 프로젝트 기간이 아무리 길더라도 최소 분기 단위로 이뤄져서 직원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트래킹하고 개인에게 구체적인 피드백을 할 수 있게 설계했다. 게다가 개별 평가점수는 개인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고 연간 단위로 통합된 데이터만 제공되도록 했는데 이는 평가자들이 솔직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취한 조치다.

마지막 목표는 ‘성과 인정(Recognize Perfor-mance)’으로 평가결과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의 공헌을 인정하고 승진이나 성과 개선이 필요한 직원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해당 데이터를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고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성과 평가를 보다 정교하게 진행하면서도 평가 결과가 지나치게 경직되거나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딜로이트는 이 새로운 성과관리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평가자들의 교육 훈련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직원들의 자율적 참여를 장려한 결과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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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모델도 종착지가 아닐 수 있다

도입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딜로이트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경직된 연간 평가에서 벗어나 민첩하고 지속적인 피드백 체계로 전환하려는 혁신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기업이 성공적 사례로 평가해 벤치마킹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는 구글의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 세일즈포스의 V2MOM(Vision, Values, Methods, Obstacles, Measures) 등도 하이브리드 모델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모델도 딜로이트의 성과관리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평가와 개발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연간 평가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고 유연하게 목표를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 하이브리드 모델조차 모든 조직에 잘 맞는 성과관리의 완벽한 해법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평가와 개발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도 성과관리라는 제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핵심 중 하나인 더 빈번하고 지속적인 피드백 시스템은 피드백을 주는 평가자 입장에서도, 피드백을 받는 피평가자 입장에서도 과거의 연간 평가보다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성과관리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별도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빈번한 커뮤니케이션이 있더라도 평가자의 역량이나 개인적인 편향에 따라 실제와는 다른 피드백이나 평가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평가와 개발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연계하는 데 필요한 체계적 지원이 부족하거나 조직문화와의 불일치 문제로 인해 실행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는 성과관리 시스템이 단순히 현재의 트렌드를 따르거나 다른 기업이 적용한 방식을 카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조직의 환경과 필요에 맞게 지속적으로 조정되고 발전해야 함을 시사한다. 즉 딜로이트 사례는 현재의 성과관리 시스템이 적합한지 고민하는 기업들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좋은 것’이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참고로 앞서 [그림 1]에서 1960년대 잠시 등장했던 GE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1970년대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인해 곧바로 평가 및 책임 중심의 성과관리로 전환됐다. 비록 과거와는 달리 성과관리에서 개발의 중요성은 널리 인정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모델 이후의 새로운 성과관리 트렌드가 어떤 환경 변화에 의해 형성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문기구 중 하나인 정부효율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수장으로 임명된 일론 머스크는 정부 지출 감축 등을 명분으로 책임과 결과 중심의 잣대를 들이밀며 일부 정부기관을 폐지하고 공무원의 대규모 감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4 그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앞으로 효율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과관리의 트렌드가 부상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거의 평가와 책임 중심 성과관리가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조직에 적합한 성과관리,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우리가 속한 조직이 처한 환경과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기반한 최적의 성과관리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접근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각각의 조직이 스스로의 필요와 상황에 맞는 성과관리 방식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현재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보완과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 조직에 맞는 성과관리의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우리 자신이며 조직의 구성원들이다. 따라서 성과관리에 대한 트렌드와 모범 사례를 참고하되 이를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조직의 맥락에 맞게 조정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트렌드와 베스트 프랙티스들은 현재 시스템의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을 제공하지만 핵심은 조직 내외부의 철저한 환경 분석과 지속적인 고민을 통해 고유한 성과관리 모델을 구축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과관리는 단발적인 개선이 아닌 지속적인 점검과 발전이 필요한 과정이다.
  • 박종규[email protected]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박종규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저서로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천재들을 이끈 오펜하이머 리더십(2024, 터닝페이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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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배미정

    정리=배미정[email protected]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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