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Thinker’s Forum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하시은(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김택호(서강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른바 ‘인재 전쟁’의 시대에 기업의 인력 관리는 크게 세 가지 과정으로 구성된다. 우선 회사마다 갖고 있는 경영관과 인재상에 부합하는 사람을 골라 채용하는 것, 또 그들이 조화를 이뤄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마지막으로 창조적 혁신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구글과 IBM,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인재 채용 프로세스와 관리 노하우를 공개했다. 4월28일 고려대 LG-POSCO 경영관에서 한국인사조직학회 주최로 열린 ‘Creative Thinker’s Forum’에서다. 이날 논의된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구글 - 처음부터 남다른 사람을 뽑는다
오늘날 구글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창조적 인재를 뽑아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 일이다.
구글이 세워진 것은 지난 1998년이다. 불과 15년 사이에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3만 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리는 글로벌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덩치가 커지다 보니 창업 초기의 유연성과 혁신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신창섭 구글코리아 전무는 “원래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요트였는데 지금은 항공모함 규모로 커진 셈”이라며 “인원이 늘고 조직이 복잡해지면서 점차 대기업화하고 있다는 것이 경영진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인사 관리와 관련해 구글이 갖고 있는 원칙은 분명하다. ‘다르게 뽑는다(Hire Differently)’는 것이다. 구글의 채용방식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모든 채용과정에는 최고경영진이 직접 참여한다. 경영진은 모든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일일이 읽는다. 오타가 하나라도 발견되면 그 지원자는 바로 아웃이다. 면접이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진행된다는 것도 특징이다. 신입사원은 5∼6번, 임원은 최소 10번 이상의 면접을 거쳐야 한다. 인사부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함께 일할 동료들이 직접 면접에 참여한다. 해당 팀에 현재 가장 필요한 역량을 갖춘 사람을 뽑는다는 취지에서다.
무엇보다 전 세계 지원자들을 긴장하게 하는 것은 GCA(General Cognitive Abilities) 테스트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이 날아든다. 구글코리아는 강남 파이낸스센터에 입주해 있다. 이 건물은 총 45층이다. 이 건물에 안경점을 낸다면 몇 층에 어느 정도의 면적으로 내야하며 예상되는 한 달 매출은 얼마인가? 지원자는 나름의 논리와 증거를 가지고 인터뷰어를 설득해야 한다. 신 전무는 “정답은 없다. 다만 어떤 논리를 갖고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구글에 입사한 신입사원은 스스로 적응해야 하는 과제에 부딪친다. 3개월의 교육 기간이 지나면 주어진 업무를 자신의 책임하에 처리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은 각자 나름의 방법과 전략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한다.
인사 선발 과정은 6개월마다 한번씩 리뷰를 거친다. 그동안 채용한 사람들의 성과와 적응도를 점검하고 새로운 사람을 채용할 때 조정해야 할 점을 논의한다. 인터뷰어로 참여하는 패널들은 별도로 교육을 받는다.
IBM -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IBM은 전 세계 164개 국에 진출해 있는 세계 최대 IT기업이다. 다양한 지역에 수많은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혁신 창출의 기회로 삼고 있다.
혁신프로세스 JAM을 주목할 만하다. JAM은 아이디어를 내고 공유하는 장(場)으로 2년에 한번씩 열린다. 이 프로그램에는 종업원은 물론 그들의 가족과 사업파트너, 고객 등이 참여할 수 있다. JAM이 열리면 혁신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판단하는 아이디어를 누구나 올릴 수 있다. 아이디어가 올라오면 관련 프로그램이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 향후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아이디어 등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이는 전 세계 곳곳에 나가 있는 지역별 CEO에게 공개된다. 경영진은 주요 아이디어를 전문가들과 함께 토의하고 가능성을 검토한다. 현존하는 IBM의 제품 포트폴리오에 어울리면서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아이디어를 골라낸다. 최종적으로 최고경영진이 아이디어를 채택해 사업화한다. IBM은 10개 사업 분야에 1억 달러 이상 배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민승재 IBM코리아 상무는 “IBM은 THINK를 슬로건으로 삼고 더 똑똑한 지구(smarter planet)를 추구한다”며 “모두가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때 더 똑똑한 지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문구 경북대 교수는 “JAM은 보텀업(bottom up)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도출하게끔 하고 톱다운(top dpwn) 방식으로 검토 및 채택하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상용화할 수 있다”며 “조직 간, 개인 간 협업을 자극해 혁신을 이끌어내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 효율과 스피드에 유연성을 더한다
삼성전자는 추진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계 일등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주요 부서 직원들이 ‘월화수목금금금’을 보내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최근 역동성과 유연성을 겸비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전사적으로 자율출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스스로 정한 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그로부터 8시간 일한 후 퇴근하면 된다. 언제 어디서든 근무가 가능하도록 모바일 오피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원격근무센터를 만들어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 직원의 근무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공채를 통해서만 직원을 뽑았지만 정해진 틀만으로는 적합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채용사정관제 등 특채 제도다.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의 실력으로 인정받으면 아무 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삼성전자에 입사할 수 있다.
인사부 산하에는 창의개발연구소가 신설됐다. 아이디어를 지닌 직원이 신청하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한다. 눈꺼풀 하나만 움직일 수 있는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안구 마우스가 여기서 개발됐다.
국내 인력은 글로벌화하고 해외 인력은 삼성화하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국내 인력의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제도가 ‘지역전문가제도’다. 지난 20년 동안 4500명 넘는 인력이 이 제도를 통해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익혔다. 아울러 해외 주요 지역의 법인장을 현지인으로 선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국과 헝가리에서 현지인 법인장이 탄생했고 계속 늘려갈 방침이다. 본사 중심의 영업과 전략을 각 지역에 맞게 추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최주호 삼성전자 상무는 “자율과 엄격함, 역동성과 안정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서로 상반된 가치를 조화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자는 것이 삼성전자 인사 관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한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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