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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직과 관찰

관찰기반 수평적 평가 저성과자 숨을 곳 없다

김성남 | 145호 (2014년 1월 Issue 2)

 

 

관찰이라는 단어를 한자로 풀면 볼 관() 자에 살필 찰() 자가 합쳐진 형태로 의미상살펴본다’ ‘주의를 기울이며 본다는 뜻이다. 대충 보아 넘기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나 현상의 이모저모를 세세하게 살피면서 그 이면의 원리 및 배경까지도 파악한다는 적극적 의미를 담고 있다. 동양에서는 관찰의 개념이 사람의 내면에 대한 관찰과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수단으로서 전승돼 왔다. 서양에서는 관찰이 합리주의에 기반한 과학적 방법론의 필수 단계로서 중시됐다. 인류가 문명 사회를 형성한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발명과 발견,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 이론들은 관찰의 힘을 빌려 성립됐다.

 

한편, 관찰의 대상이 사람의 행동일 경우행동 관찰(behavior observation)’이라고 한다. 100년 전, 테일러(Frederick Taylor)는 작업자들에 대한 행동 관찰 경험을 토대로 <과학적 관리의 원칙(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을 저술했고 그 원리는 현대 산업 공학의 출발점이 됐다. 사람의 직무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요인으로역량(competency)’에 대한 관찰을 선도적으로 체계화한 사람은 맥클리랜드(David McClelland). 오늘날의 인사관리는 채용, 평가, 보상, 보임, 육성, 핵심인재 관리 등 어느 한 부분도역량이라는 개념을 떠나서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관찰과 관련한 두 권의 책이 나와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얀 칩체이스의 <관찰의 힘>, 양은우의 <관찰의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책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관찰의 중요성 및 기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앞의 책은 저자가 다양한 문화권에서 시장조사를 하면서 실제로 체득한 관찰의 본질에 대해 공유하는 것이 특징이고 뒤의 책은 관찰력을 높이기 위한 8가지 기법을 방대한 사례를 들어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흥미롭다. 두 책의 공통점은 탁월한 관찰 능력이 개인과 조직의 성공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필자는 이 관점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 본고에서는 관찰이 조직·인사 관리 측면에서 갖는 의의, 사례, 실천적 행동방향 제시 등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관찰의 유형과 활용상의 유의점

 

구체적 사례를 쓰기 전에 우선 관찰의 유형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자. 관찰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어떤 주장 또는 판단이 맞는지에 대한 확인 수단이기도 하며,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따라서 관찰은 한 가지 정형화된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와 상황, 목적 등에 따라 상당히 다른 모습일 수가 있다. 필자가 상식적으로 판단했을 때 관찰은 크게 귀납적 관찰과 연역적 관찰이라는 2가지 전형적인 패턴으로 나눌 수 있다. ( 1)

 

 

두 가지 관찰 프로세스를 잘 비교해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귀납적 방식과 연역적 방식은 상호배타적이지 않다. 귀납적 관찰을 통해 추론을 하다가 새로운 가설을 가지게 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연역적 관찰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책 <관찰의 기술>에서는 관찰의 프로세스를동인관찰발견깨달음개선 5단계 프로세스로 정리했는데 나름 좋은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경우의 관찰을 이 프로세스로 다 설명하려고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관찰 없는 사유(思惟)가 어렵지만 관찰을 제대로 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관찰과 관련한 여러 가지 한계 또는 제약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정확히 알고 대응한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관찰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유의할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1. 관찰과 추론의 결합 - 추론 능력이 부족하면 아무리 많은 관찰을 해도 소용이 없다. 뭔가를 발견하고 알아가는 과정은관찰데이터 축적분석 및 종합결론 도달과 같이 종합적이고 변증법적인 지적 활동이다. <논어> ‘위정 편에서도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혹에 빠지기 쉽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잘못된 길로 빠져 위험해 질 수 있다1 했는데 바로 이러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2. 관찰의 충분한 축적 - 관찰을 통해 위대한 발명을 하고 큰돈을 번 사람은 마치 아주 우연히 한 가지 관찰로 인해 성공한 것처럼 묘사된다. 과연 그럴까? 사실은 많은 관찰이 축적된 후에 이뤄진 결정적인 관찰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두 번의 관찰만으로 어떤 결론에 도달하면성급한 일반화(hasty generalization)’ 오류에 빠지기 쉽다.

 

3. 맥락의 해석 및 이해 - 관찰만큼 중요한 것이 해석이다. 관찰 결과의 해석은 맥락(context)의 영향을 받는다. 관찰 대상이 사람이나 조직일 경우는 특히 그렇다. 관찰 자체에 들이는 것 이상의 노력을 맥락을 이해하는 데 들여야 한다. 맥락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WHY라는 질문을 많이 던지는 것, 그리고 그 문화권 또는 조직에 속한 사람과 인터뷰를 통해 묻는 것이다.2

 

4. 프레임의 활용 및 탈피 - < 1>에서도 보여지듯프레임(패러다임, 이론)’은 유용하지만 상황에 따라 새로운 돌파구(breakthrough)를 찾는 데 장애요인이 되기도 한다. 인류가 이룬 과학적 성과의 발전은 패러다임 자체의 교체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 과학사가(科學史家) 토마스 쿤(Thomas Kuhn)의 주장인 바 어떤 상황에서 프레임을 활용하고 벗어나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관찰에서도 중요하다.

 

5. 주관적 판단 오류 탈피 - 관찰은 대개 개인 차원에서 이뤄진다. 결과를 논문 등으로 써서 공유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이 알 수 없고 피드백을 받기도 어렵다. 따라서 항상 주관적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보편 타당한 결론으로 연결되지 않는 관찰은 별 가치가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개인적 관찰과 집단지성을 아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고, 함께 관찰·토론하는 것이다.

 

6. 관찰의 한계 이해 - 완벽한 관찰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인간의 인지 능력이 완벽한 것도 아니고 물리적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상황도 존재한다. 때로는 맥락 정보가 부족해 관찰 결과를 충분히 해석할 수 없을 경우도 있고 관찰이 대상자의 행동을 변화시켜 정확한 관찰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런 문제가 있는 경우 그 한계점도 인정하고 다른 방법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인적자원관리 영역에서 관찰의 중요성

 

기업들은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어떠한 기술이나 제품도 지속성 있는 경쟁 우위를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누구도 흉내내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됐던 애플 아이폰도 삼성 갤럭시폰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3  분야별 1, 2위를 하는 기업들조차 지속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 없는 혁신이 필요하며 거기에는 리더와 구성원들의 창의성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 2010 IBM이 글로벌 기업의 CEO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미래에 제일 중요한 리더십 역량으로창의력(creativity)’이 꼽힌 바 있다.4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텐슨 교수 등은 <이노베이터 DNA>라는 책에서 창조적 기업가 25명의 습관을 집중 분석해 창의력의 비결을 다섯 가지로 요약했는데5  그중 하나가 관찰이었다.6

 

인적자원관리는 인재의 선발, 활용, 육성, 동기부여를 통해 조직의 목적 달성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성과는 항상 사람의 행동을 통해서만 달성된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지, 또 앞으로 낼 것인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 및 예측하는 것은 조직 운영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여기에서 관찰의 중요성이 또 한번 부각된다. 이러한 관찰은 조직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관찰 또는 입사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는 면접 관찰의 형태로 자연 현상을 관찰하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사람들은 항상 긍정적 평가를 받고 싶어 하고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지에 따라서 행동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사람에 대해 평가함에 있어 평가자의 선입관 및 주관이 개입된다는 점이다. ( 2)

 

모두(冒頭)에서 언급한 두 권의 책을 살펴보면 성공적인 관찰의 적용사례가 풍부하게 소개돼 있다. 양은우의 책에서는 노벨의 다이나마이트 발명, 다이슨 날개 없는 선풍기 개발, 3M의 포스트잇 발명, 화이자의 비아그라 출시 등 많이 알려진 사례 외에도 독자들이 평소 지나치기 쉬운 다양한 사례들이 많이 다뤄지고 있다. 얀 칩체이스의 책에서는 주로 글로벌 시장을 직접 몸으로 뛰면서 체험한 시장 니즈에 대한 관찰의 경험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런 내용들과 겹치지 않으면서 주로 조직 차원에서 관찰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런 내용들을 통해서 독자들이 인적자원관리 영역에서 관찰의 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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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남

    김성남[email protected]

    칼럼니스트

    필자는 듀폰코리아, SK C&C 등에서 근무했고 머서, 타워스왓슨 등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사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미래조직 4.0』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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