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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정치 관리 방안

공공연한 비밀 사내정치, 룰에 따라 싸우는 場을 열자

박광서 | 146호 (2014년 2월 Issue 1)

 

 

다음은 가상의 사례다.

 

A 부장과 B 과장은 입사 동기다. 입사 동기이긴 하지만 A 부장은 전략기획팀장으로 B 과장보다 이미 두 단계 높은 직급이며 차기 임원 영순위로 알려져 있다. A 부장은 항상 자신감에 차있고 일하는 데 두려움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그는 임원들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신의 팀원뿐 아니라 전략적으로 도움이 되는 타 부서의 여러 팀원들과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B 과장은 이번에 또다시 차장 진급이 되지 않아서 회사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제는 회사의 불합리성, 더 나아가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회의 속에서 본인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신세 한탄을 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B 과장은 A 부장보다 더 좋은 대학 출신이고 입사 성적도 최고 점수였으며 업무 능력과 전문 지식이 뛰어나다. 그러나 A 부장은 업무 능력과는 별개로 본인의 상사들로부터 신임을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사들은 A 부장이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무조건적인 지원군 역할을 했다. 사실 A 부장이 팀장이 된 후에 그의 업무 수행 능력이나 리더십에 대해 회의를 갖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팀원들은 A 부장이 도대체 일은 하는지, 사람 만나서 차 마시고 저녁에 회식하는 것이 주 업무인지 혼란스럽다고 수군대기 일쑤였다. 업무 지시를 할 때도 명확한 가이드나 어드바이스는 없고 무슨 내용인지 알고 지시하는 것인지 의심 가는 경우도 많다. 결과가 좋은 경우는 자신의 공으로,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책임과 비난을 팀원에게 돌리고 본인은 면피를 하는 뛰어난 스킬을 발휘하고 있다. 임원들이 A 부장을 탁월한 팀장이라고 칭찬할 때마다 팀원들은 어이가 없고 어리둥절할 뿐이다. 사람들은 그를정치 9이라고 부른다.

 

반면 B 과장은 주어진 일이 어렵거나 남들이 모두 회피하는 일도 자신의 소명이라 생각하고 묵묵히 혼자 밤을 세워가면서 일해서 완수하는 스타일이다. 일을 할 때는 원칙이 아닌 변칙이나 꼼수를 부리는 것을 자기 스스로 결코 용납하지 못한다. 또한 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때로는 규칙을 어기는 것 같아서 대부분 자신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타인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에도 원칙에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도와주지 않고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성향과 행동은 상사에게도 마찬가지라서 그는 열심히 일하고도 칭찬 및 인정은 고사하고 성과 등급에서도 낮은 등급을 받는다. 후배나 동료들 역시 B 과장이 착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사실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히려 B 과장은 같이 일하기가 편하기는 하지만 일은 많이 하고 조직에서 인정은 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해서 같이 일하기를 꺼려한다.

 

가상의 사례라고 썼고 실제로도 정말 머릿속에서 꾸며낸 얘기다. 그러나 주변에서 비슷한 경우가 떠오르지 않는가? 이 가상의 사례는 사실 어느 회사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회사에서는 실력이 다가 아니다라는 흔한 명제와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명제에 동의할 것이다. 이 명제는 기본적으로 회사 내에서의 정치 혹은 권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줄을 잘 서야 한다” “내 편을 만들어야 한다” “결코 튀어서는 안 된다” “정보를 함부로 공유하면 안 된다” “기회는 양보하지 말고 쟁취하라” “회사 내에서도 아군과 적군이 있으니 잘 구별해야 한다”… 등등.

 

이 모두가 회사에서는 실력이 다가 아니라는 명제의 다른 표현이다. 회사 내에서의 사내정치/권력 등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내정치/권력은 다시 조직구성원의 사고/태도/행동에 영향을 준다. 사내정치는 기업의 성과와 문화에 영향을 주고 더 나아가 기업의 존속과도 관련되는 중요한 사안으로 중요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 사내정치 발생의 원인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사내정치 및 회사 내에서 권력획득을 위한 행동이 발생하는 원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원인은자원의 제한성이다. 자원의 제한성은 기회의 제한성과 연결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권력의 추구 즉, 사내정치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우선 회사가 존재하기 위해서,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한데 이러한 자원은 무한정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부족한 상태에서 나눠서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자원의 제한성은 조직구성원을 동기 부여하고 존속의 여부를 결정짓는 기회의 제한성과도 연계된다. 조직 자체가 대부분 피라미드 형태이기에 위로 올라갈수록 직급 등 자원이 부족한 형편이다. 특히 구성원들의 근속기간이 길어서 승진이 적체되면 상위 직급의 부족은 조직정치를 가속화시킨다. 부서 간 가용자원의 부족, 불경기 등으로 인한 감원 시에도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개인은 개인대로, 부서는 부서대로 자신들의 역량을 과시한다.

 

 

사내정치가 발생하는 두 번째 이유는조직/회사의 제한된 합리성이다. 조직에서 합리적 모형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면 최적화 대안은 한 개뿐이기 때문에 정치행동은 줄어든다. 그러나 최적의 대안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은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정치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조직이 가능한 한 최적화 모형에 가까운 방법으로 대안을 분석하고 선택할 능력과 장치와 절차가 마련되고 지켜진다면 정치행동은 그만큼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 그리고 회사에서 매일 급변하는 환경과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단 하나의 불변의 진리/정답이 있는 경우를 상정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접근방법이다. 제한된 합리성은 회사가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하고, 그 계획대로 실행할 수 없게 하며, 아무리 절차와 규정으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자 해도 불확실성을 100% 커버할 수 없다. 오히려 절차와 규정을 세분화하는 것은 노력의 비용이 훨씬 크고, 규정과 절차를 명문화하는 순간에도 세상과 회사는 변해서 그 규정과 절차가 무의미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지금까지 사내정치가 일상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사례, 사내정치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살펴봤다. 이제부터는 사내정치에 대해 어떤 태도와 행동을 가져야 하는지를 조심스럽게 논의를 해야 할 차례다. 이 부분은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학문이나 이론적인 배경을 정리하는 것도 아니며, 필자의 오랜 경험에서 얻은 나름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임을 미리 전제하고자 한다.

 

2. 사내정치에 대한 인식의 전환

 

사내정치를 관리하기 위해서 다음의 질문을 생각해보고 답해보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1) 사내정치가 없는 회사가 존재하는가?

 

2) 사내정치는 부정적인 것인가? 긍정적인 것인가?

 

3) 사내정치를 회사 차원에서는 어떻게 인식하고 관리해야 하는가?

 

1) 사내정치가 없는 회사가 존재하는가?

 

앞서 사내정치의 원인 부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내정치는 제한된 자원과 기회의 활용, 그리고 조직의 제한된 합리성으로부터 기인한다. 회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집합체다. 유사 이래 어떤 조직에서도 크든 작든 정치/권력/서열/순위 등이 100% 부재한 경우는 없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제한된 자원과 기회의 조건에서, 조직의 생존과 성장을 추구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내정치는 어디서나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고 인정해야 한다.

 

회사뿐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이러한 명제를 인지하는 것은 매우 이롭고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인식하에서 사내정치를 인식하는 태도나 능력에 대한 개인차를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 회사 내에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권력지향가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조직 내의 사내정치 및 권력 다이내믹스에 대해 매우 불편해 하고 때로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힘들어 하거나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재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사내정치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개인뿐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경험에 따라 사내정치를 인식하는 태도나 능력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신입사원이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역동적인 사내정치의 다이내믹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조직적응의 성공 여부 혹은 적응 시간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에게 조직의 사내정치는 문화적 충격으로 초기에는 감당할 수 없는 혼란과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사내정치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것이 다양한 측면에서 매우 이롭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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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광서[email protected]

    - (현) 페이 거버넌스 아시아 총괄 부회장
    - (현)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 TOWERS PERRIN Managing Principal (Global)
    - 아모레퍼시픽과 고려제강 상임고문 역임
    - 한국 인사관리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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