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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강상무를 구하라

[좌충우돌 강상무를 구하라] "줄을 서시오" 도대체 나는 왜 사내정치를 못하는 거야

장윤정,김연희,강효석 | 214호 (2016년 1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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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눈 뜨고 코 베이는 게 이런 기분일까?

휴∼ 그렇다고 내가 한 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신경 쓰지 말자.

오늘은 화가 났다가, 억울했다가, 어이가 없었다가, 체념했다가, 다시 화가 나는 감정의 기복을 아주 심하게 느끼고 있다.


‘이봐, 박 수석! 내가 당신 살려준 거라고! 알아? 우리 프로젝트에서 당신이 한 일이 대체 뭔데? 엉?’

사람들이 모두 모인 곳에서 이렇게 큰소리를 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것도 쉽지 않다.

물론, 실제로 저 말을 입 밖에 내는 일도 없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하루 종일 분통이 터지는 이유는 오전에 들은 어이없는 이야기 때문이다.

글쎄… 출근길에 우연찮게 인사과장을 만나서 함께 오게 됐는데, 데면데면한 사이에 마땅한 대화거리도 없던 참이었다. 때마침 인사과장이 우리 팀에서 히트시킨 신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에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했는데 말이다.

“역시 박 수석님이 아이디어가 참 좋으시죠?”

‘?? 뭐라고?’

“무슨… 이야긴지….”

“이번 신제품도 박 수석님이 고민 많이 하셨거든요.”

‘어라? 그거 내 아이디어인데?’

“고민이라뇨? 박 수석이 무슨 고민을…”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사과장은 박 수석과 같은 사내 등산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산을 탈 때면 동호회 회원들에게 종종 신제품 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하곤 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조언을 듣기 위해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그들에게 들려줬다는데… 여기에서 ‘자신이 구상하고 있다는 다양한 아이디어’라는 것은 다름 아닌 내가 회의에서 이야기했던 바로 그 내용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나’의 시간과 노력이 투자된 ‘나의 공’이 어느 사이엔가 박 수석의 것으로 둔갑해서 그 동호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공유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박 수석의 업무 능력에 대한 찬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때 승진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인사과장에게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의아함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우리가 히트시킨 신제품은 박 수석의 아이디어가 아님’의 뉘앙스를 온 몸으로 전달하는 것뿐이었다.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나의 체통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 이야기를 듣고 사무실에 들어오니 업무에는 여전히 관심이 없고 어디론가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인간관계 구축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박 수석이 보인다.

“응응, 그래, 그래… 어, 근데 어쩌지? 오늘 낮에는 팀원들이랑 같이 밥 먹기로 해서 말이야. 오늘 저녁 어때? 응응, 그래, 그럼 거기서 보자고.”


‘하∼ 사장님이 팀 구성을 새로 하라고 했을 때 그냥 확 보내버렸어야 했나.’

“저기, 박 수석. 신제품 개발 계획서는 준비했나요? 그렇게 여유 부릴 때는 아닌 것 같은데요?”

“아, 그거요? 팀원들이랑 점심 먹으면서 심도 깊게 이야기 좀 해보려고요.”

“점심시간에 회의를 한다고요? 사전에 그런 고지를 들은 적이 없는데요?”

“아, 그거요? 제가 아는 분이 새로 식당을 내서 이 친구들 데리고 다녀오려고 한 건데 본부장님도 같이 가실래요?”


“됐습니다!”


“와, 정말 한우 먹는 거예요?” “수석님이 쏘는 거죠?” 하면서 팀원들이 우르르 몰려나간 빈 사무실에 혼자 있으려니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이 몰려온다.


그동안 나만 열심히 하고,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데려 온 대표만 내 실력을 인정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잘못하다가는 회사 내에서 내 모양새만 우스워질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까지 생기자 정신이 확 든다. 나도 뭔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기, 이 대리. 우리 회사 사내 동호회 중 제일 규모가 큰 데가 어디지?”


스토리 = 김연희 작가 [email protected] 인터뷰 정리 = 장윤정 기자 [email protected] 미팅노트
= 강효석 상무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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