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테일 비즈니스 업계는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인 신뢰성과 추적 가능성을 활용해 안전한 쇼핑 환경 제공, 공급망 및 고객 관리, 위조 상품 및 사기 예방, 결제 수단 등의 영역을 개선하고 있다. 식품 이력 추적 환경을 도입해 식품 안전성을 높이고 산지 재배 과정과 패킹, 매대 진열 기간 등을 투명하게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고객 정보를 안전하게 수집, 보관, 관리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보 유출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 또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는 등 소비 환경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리테일러들은 블록체인 관련 정책과 규제, 기술의 한계 등에 유의하면서도 블록체인이 가져올 새로운 기회 영역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2021년 3월 유명 미술 작가 뱅크시의 판화 작품 ‘Morons(멍청이들)’의 디지털 이미지가 38만 달러(약 4억3000만 원)에 팔렸고,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부인인 뮤지션 그라임스는 디지털 아트 컬렉션 워님프(WarNymph)를 열고 20분 안에 예술 작품들을 다 팔아 580만 달러(약 63억 원)를 벌었다. 이렇게 온라인에서도 예술 작품이 비싸게 팔린 이유는 NFT(non-fungible token)라는 원본 보증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겉으로 봐서는 차이를 확인할 수 없는 이미지 파일들 속에서 원본 증명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NFT 기술인데 이 NFT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자의 기록을 디지털 장부(ledger)로 분산시키는데 이러한 장부들이 사슬(chain)처럼 연결돼 공유된다. 탈중앙화된 장부로 이뤄진 네트워크라서 기록을 위조하거나 변화시키는 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기록의 ‘신뢰성’과 ‘추적 가능성(traceability)’이 꼽힌다. 최근 몇 년간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과 적용 영역이 넓어지면서 신뢰가 핵심인 금융은 물론 부동산, 의료 등에서 시스템이 블록체인으로 대체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리테일에서는 어떨까? 현재 블록체인은 리테일 비즈니스의 영역 중에서도 3가지 영역, 즉 상품 추적을 통한 안전한 쇼핑 환경 제공, 공급망/고객 관리와 위조 상품/사기 예방, 결제 수단에서 활용되고 있다.
믿을 수 있는 쇼핑 환경 제공
리테일 비즈니스의 본질은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아(혹은 직접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개발해서) 각 지역의 매장들에 전달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이슈들은 제조사와 신속하고 투명한 소통, 상품 이동과 재고 관리에서의 효율성, 상품 리콜 시 발 빠른 상품 추적과 대처, 상품 품질과 리테일 브랜드에 대한 신뢰 구축 등이다. 이런 관리가 잘 안 되면 소비 경험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리테일러들을 불신하게 되면서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투명하고 믿을 만한 상품을 판매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발 빠른 대처를 하면 브랜드 신뢰도와 고객 충성도(loyalty)를 높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비즈니스에서는 다양한 상황과 기술적 한계 등으로 말처럼 쉽게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서 리테일러들이 가지는 많은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아마존, 월마트, 이케아, 타깃 등 대형 리테일러뿐 아니라 중소형 리테일러들도 자신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을까.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플로리다대, 핀란드 알토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으며 2017∼2018 UNCG 우수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대 그린스버러(UNCG)에서 마케팅 전공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리테일의 미래(2019)』 『리:스토어(2020)』 『쇼핑의 미래는 누가 디자인할까?(2021)』 『잘파가 온다(2023)』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