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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플라스틱 위기를 브랜딩의 기회로 만드는 전략

플라스틱 이슈의 감정적 가치에 주목
소비자 동참시키는 ‘참여형 순환’ 펼쳐야

김병규 | 330호 (2021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환경문제를 마케팅적으로 접근하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실질적 기여 없이 친환경 이미지를 꾸며내는 경우 ‘그린워싱’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는 플라스틱 위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이벤트용 에코백을 무료로 나눠줘봤자 주력 제품 생산은 기존과 동일하게 진행한다면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려면 기업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제품, 즉 디자인이 뛰어나고, 품질이 우수하며, 가격까지 매력적인 제품에 활용되는 자원을 순환시켜야 한다(상품성). 그래야 친환경 제품에 대한 많은 수요를 발생시킬 수 있다(수요성). 그리고 이런 노력을 기업의 모든 제품과 포장재로 확대해나가야 한다(전반성).



플라스틱이 주목받는 이유

환경문제가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언론, 소비자, 국내외 투자기관 할 것 없이 모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 다양한 환경문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분야가 있다. 바로 ‘플라스틱’이다.

물 부족, 토양과 바다의 산성화, 온난화,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수많은 환경문제 가운데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플라스틱은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소비자들은 일상 속에서 매일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되고 분리배출의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자신의 삶과 직접 관련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다른 환경문제들은 자신의 일상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인식하기 어렵다. 가령, 지구 곳곳에 물 부족이 아무리 심각해도 우리 집에는 물이 콸콸 잘 나온다면 물 부족의 심각성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플라스틱이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는 플라스틱이 가진 ‘감정적 가치’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피해는 동물들에게 집중되고 있는데 플라스틱 폐기물을 섭취하고 죽은 동물들의 모습이 노출될 때마다 감정적으로 강한 충격을 느끼게 된다. 바다에 떠밀려온 어린 향유고래 사체에서 배 속 가득 들어찬 플라스틱을 발견했을 때 인간이라면 모두 절망하기 마련이다. 이에 반해서 오존층 구멍이 생긴 사진이나 물 부족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는 사람들에게 별다른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이처럼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특징 때문에 많은 이들이 플라스틱 문제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 제품을 많이 생산, 판매하는 소비재 기업과 유통 회사들은 당연히 이런 움직임이 부담스럽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소재를 찾기도 어렵고, 친환경적으로 제품 디자인을 변경하려면 원가가 상승하거나 매출이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라스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플라스틱 문제는 상황이 다르다. 플라스틱의 생산량과 사용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플라스틱 폐기물의 처리 능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플라스틱으로 인한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플라스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이런 변화는 찰나의 트렌드가 아니라 모든 기업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엄중한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중요하다. 피할 수 없다면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플라스틱 문제를 오히려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무기이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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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Green-Washing)의 위험

지금까지 많은 기업은 환경문제를 마케팅적으로 접근했다. 기업에 그린(친환경) 이미지를 심기 위해 광고를 내보내고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런 방법은 과거에는 유효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린워싱은 녹색(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이 환경문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꾸며내는 것을 말한다. 그린워싱의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1980년대 미국 정유회사 셰브론의 TV 캠페인이다. 당시 셰브론은 자연 속에서 작은 동물들이 숨을 수 있는 셸터를 마련해주는 활동을 TV 광고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셰브론은 환경보호와 관련된 많은 법규를 위반하고 있었고, 동물 보호를 위해서는 정작 푼돈만 지출하면서 이 활동을 홍보하는 데만 막대한 금액을 사용했기 때문에 소비자와 언론으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 셰브론의 사례는 4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한 번의 그린워싱이 수십 년 동안 기업과 브랜드를 따라다니는 것이다.

미국에서 그린워싱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6년의 일이다. 그린워싱에 대한 비판자체가 4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그동안 그린워싱이라는 말 자체가 잘 사용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린워싱이라고 비판을 받게 될 마케팅 활동들에 대해서도 국내 언론과 소비자 모두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그린워싱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고 일부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대해 그린워싱이라고 지적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환경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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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규[email protected]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에서 심리학 학사, 경영학 석사를 받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USC마셜 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연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마케팅협회 최우수논문상인 폴 그린 어워드(Paul E. Green Award)의 최초 한국인 수상자이자 오델 어워드(William F. O’Dell Award)의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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