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d on “Balancing exclusivity and inclusivity through the strategic domestication of the luxury retail experience” (2024) by Alain Debenedetti, Déborah Philippe and Delphine Dion in International Journal of Research in Marketing, In-Press.
무엇을, 왜 연구했나?
가정집 같은 리테일 스토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2024년 9월 서울 중구 장충동의 한 고저택을 개조해 문을 연 ‘장충라운지R점’이 대표적이다. 외부에서 보면 오래된 가정집 그 자체다. 실제로 1960년대 지어진 2층짜리 고저택을 카페로 개조한 이 공간은 묵직한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내부 역시 거실과 방, 테라스 구조인 데다 마당까지 있어 기존 가정집의 느낌을 그대로 품고 있다. 카페 곳곳을 살펴보면 의도적으로 가정집 느낌을 주기 위한 장치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집의 가장 상징적인 오브제라 할 수 있는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 낡은 샹들리에는 물론 외부의 초인종, 내부의 벽난로 등 가정집에서 볼 만한 장치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해 내부 인테리어를 꾸몄다. 또한 일반적으로 커피숍들이 즐비한 상업 지역이 아닌 일반 가정집들이 있는 장충동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스타벅스 같은 F&B 영역의 리테일 브랜드뿐만 아니라 패션 브랜드들도 하나둘씩 일반 가정집 분위기를 자아내는 리테일 스토어들을 선보이고 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르메르(LEMAIRE) 역시 상업성을 덜어내고 일상성을 강조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적한 주택가에 2023년 11월 오픈했다. 프랑스 파리에 이어 두 번째로 오픈한 르메르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세월을 타지 않고 일상에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옷을 만들고자 하는 르메르의 철학을 전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업성을 덜어낸 형태로 운영된다. 번화가에서 벗어나 일반 주택들이 많은 지역에 매장을 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1970년대 지어진 단독주택을 개조해 가정집 같은 매장을 조성했다. 공간의 핵심 콘셉트를 ‘주택과 부티크의 경계를 허무는 집’이라고 칭하고 마치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국 색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국 가옥을 개조했고 실내에는 목조 가구를 활용해 제품들을 전시했다.
이승윤 교수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 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