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기업이 고객 중심 경영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특정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한 불균형적 관계가 다양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고객사와 공급사 간의 관계가 단순 공급-구매 관계에서 종속 관계로 변질되는 ‘클라이언트 종속화(Client Dependency)’가 일어난다. 공급 기업은 단기적으로 매출과 수익이 늘어가는 외형과는 달리 가격 결정권을 빼앗기게 되고 불리한 계약 조건을 받아들임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갈수록 수익 건전성이 나빠진다. 최악의 경우 파산 위기까지 겪을 수 있다. B2B 기업이 특정 고객 의존도를 낮추며 전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고 매출 비중을 다른 고객사에 분산하는 것이다. 또한 독자적인 기술이나 품질로 제품을 차별화해 대체 불가능한 공급자로서 B2B 브랜딩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편집자주 | 정재학 서강대 경영대 교수가 전통적 마케팅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 B2B 시장에 맞는 최신 마케팅 지식과 이론을 소개하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B2B 환경에서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유용한 인사이트를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고객이 왕이다.”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은 스위스 출신의 리츠칼튼 호텔 설립자 세자르 리츠(Ce´sar Ritz)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고객 중심 경영을 이미 1800년대 후반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한 최초의 경영자라고 할 수 있다. “손님은 절대 틀리는 법이 없다(Le client n’a jamais tort)”라는 말을 직원들에게 줄곧 해온 그는 1873년 호텔에서 근무 중인 에드워드 7세 왕세자를 고객으로 모시면서 ‘왕, 귀족 신분이 아니어도 손님들을 왕처럼 대접해주는 호텔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ʼ란 생각을 하게 된다. 평범한 농가에서 태어난 리츠는 이런 욕망이 자신에게만 있진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18세기 산업혁명이 정점이던 시기에 나타난 신흥 부자들을 타깃으로 리츠칼튼 호텔을 설립했다. 그는 ‘호텔리어의 왕, 왕들의 호텔리어ʼ라고 불리며 고객을 최우선시하는 경영 방식을 최초로 도입해 이후 경영자들의 경영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생산 기술의 혁신으로 제품이 대량 공급된 1940~1950년대에 이어 1960년대 시장은 초과 공급으로 인해 공급자보다는 수요자가 더 중요한 시대로 진입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따라 1960년대에는 고객 중심 경영을 배경으로 마케팅이 탄생했다. 공급 관리보다는 고객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경영 의사결정에 있어 최우선의 기준은 고객이라는 사고방식이 주류가 됐다. 이런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믿음은 ‘경쟁자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누구보다 빨리 제공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마케팅이 고객 욕구를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지에 집중한다는 점은 마케팅 성과 지표에도 잘 드러난다. 마케팅 성과 지표가 대부분 고객의 구매를 측정한 매출과 점유율, 고객 만족도, 고객 태도(선호도), 고객 인지도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마케팅 부서가 오직 고객에게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재학 교수는 현재 서강대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코넬대에서 공학 석사와 마케팅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JMR(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등 저명 학술지에 다양한 논문을 발표했으며 2000년 MSI 선정 전미 최우수 박사 논문상을 수상했다. 국내 IT, B2B, 소비재 산업의 주요 기업들에 자문과 컨설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