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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Innovation - 한국 강릉

커피도시 강릉, 스토리텔링으로 도약하라

김민주 | 80호 (2011년 5월 Issue 1)

편집자주

한국 최고의 마케팅 사례 연구 전문가로 꼽히는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가 전 세계 도시의 혁신 사례를 분석한 ‘City Innovation’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환경 변화와 거센 도전에도 굴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도시를 운영한 사례는 행정 전문가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전략과 조직 운영, 리더십 등과 관련해 좋은 교훈을 줍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국내 커피 시장 확장세가 놀랍다. 2010년 국내 커피 시장은 어느 새 2조 원에 이르고 있다. 이 중 원두커피 시장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원두커피 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트렌드 모니터에 따르면 2010년 하반기 카페베네, 엔젤리너스, 할리스, 스타벅스, 커피빈 등 국내외 커피 브랜드 매장이 서울에서만 1000개가 넘었다. 카페베네만 하더라도 매장 수가 2010년 초 100개에서 2010년 말 400개로 늘었다. 19∼44세 성인 남녀 중 24%가 일주일에 2∼3, 23%는 일주일에 한 번 커피전문점을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를 벗어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판기 커피, 커피믹스는 많아도 서울 등 대도시에서 맛보는 커피전문점의 원두커피를 마시기가 힘들다. 대형 커피 브랜드 전문점이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점포를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원도 강릉은 예외다. 강릉에서는 2010년 말 기준으로 카페가 200여 개나 된다. 현재 22만 명에 불과한 강릉 인구를 감안한다면 이는 매우 놀라운 수치다. 이제 강릉은 스타벅스 등 커피 전문점의 본고장인 미국 시애틀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커피도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해안도시 강릉은 어떻게 커피도시가 됐을까.
 

강릉, 커피도시로 거듭나다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을 넘어 동해안을 향해 내려 가다보면 시야가 확 트인 넓은 평야지대가 나오는데, 이때 처음 만나는 도시가 강릉이다. 강릉 카페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카페들이 관광지와 상권을 따라 한 지역이 아닌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다. 일부 도심을 빼면 대부분의 카페가 해변에 몰려 있다. 지금은 강릉항으로 이름이 바뀐 안목항권 카페들이 있고, 그 북쪽에 경포권 카페들이 있다. 북쪽으로 올라가면 주문진, 연곡, 사천권이 있다. 남쪽으로 가면 정동진을 중심으로 한 안인항, 하슬라 아트월드, 썬크루즈 조각공원을 중심으로 한 남쪽권이 있다. 시내로 가면 강릉역, 종합터미널이 있는 시내권이 있다. 이 외에도 카페는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이런 식으로 서울에서 한참 떨어진 강릉에는 2010년 말 현재 200여 곳의 커피 전문점이 생겼다. 생두를 볶아 원두로 만드는 로스터리 숍도 30여 곳에 이른다. 이 커피 전문점들의 대부분이 카페들이 밀집한 서울 홍익대 앞이나 이태원에 뒤지지 않는 멋진 인테리어를 갖추고, 직접 볶은 원두나 숙련된 기술로 만든 정성스러운 커피를 내놓는다. 사람들은 이 커피 맛과 풍광을 잊지 못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주말, 평일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이렇게 강릉에 뿌리내린 커피 문화는 새로운 지역의 상징이 됐고, 강릉은 오래지 않아 커피도시로 불리기 시작했다.

커피 전문점이 늘어나면서 강릉만의 독특한 카페들도 생겨났다. 2010년 강릉 교동에 문을 연 모카트리(Mocha Tree)라는 카페는 꽃을 모티브로 인테리어를 꾸몄다. 플로럴 카페(floral café)라고 해야 할까. 매장 여기저기에 있는 꽃들이 화사하고 향긋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꽃을 사러 갔다가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꽃을 사서 나올 수도 있는 그런 곳이다. 스터디 그룹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있고, 꽃꽂이 강좌도 배울 수 있다. 강릉 구정면에 있는 테라로사(Terarosa) 공장에 가면 커피 향이 물씬 풍긴다. 매장 여기저기에 커피 포대들이 쌓여 있다. 원목 인테리어는 산속 샬레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에서는커피 생두를 볶아 원두를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바리스타가 되기 위한 교육도 받을 수 있다.

강릉은 지역 내에 형성된 커피 전문점과 커피 문화를 지역 자산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이른바창조된 경쟁우위(Created competitive advantage)’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에 나선 것이다. 강릉에서는 커피축제가 열린다. 경남 하동과 전남 보성에서 우리나라 차를 주제로 한 녹차축제가 열리듯이 커피를 주제로 한 축제를 시작한 것이다. 강릉시는 2009년 강릉 커피축제를 시작했다. 강릉 이외에도 2010년 민간업체 주도로 양평 커피문화축제와 제주 커피축제도 열렸다. 해외에서는 12년째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The Rocks Aroma festival’과 미국 하와이코나 커피축제’, 뉴칼레도니아의 커피축제 등이 있다.

2010 2회 강릉 커피축제에는 22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목표인 30만 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 정도도 상당한 규모다. 아직 해외까지 알려지지는 않아 외국인 비중은 1% 미만에 그치고 있다. 하지면 언론 등에서는 이 축제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15억 원, 카페로 인한 연간 부가가치 창출액이 2000억 원에 이른다는 추산을 내놓고 있다.

강릉 커피축제는 강릉단오제와 함께 강릉을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강릉에 자리 잡은 커피 전문인들은커피 도시로의 신나는 여행을 주제로 제2회 강릉 커피축제를 2010 10 22∼31일 열흘간 열었다. 98개 카페가 이 행사에 참여했는데, 커피 전문점이 모여 있는 강릉항이 주요 무대였다. 이 축제에서는 커피 전문점을 탐방하는커피 여행 스탬프 밸리’, 유럽 커피 문화의 원형인 터키 등의 커피 유물을 볼 수 있는커피 유물 대전’, 생두를 볶아 에스프레소로 추출해 직접 커피를 만들어 보는커피 추출 체험관등 커피의 역사와 제조과정을 보여주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선보였다

커피도시 강릉의 성공 요인

강릉이 커피도시로 커나갈 수 있었던 요인은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지역적 강점이 되는 강릉의 자연과 문화적 자산이다. 강릉은 예로부터 관찰사가 상주하던 영동지방 행정 중심지였다. 강릉에는 명문 사대부 집안이 많아 풍류와 사교 문화가 발달했다. 상류층을 중심으로 차 문화가 인기를 끌고, 여성들 사이에서 계문화도 널리 퍼져 있었다. 카페 문화가 성숙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천혜의 자연문화 자원이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강릉에는 통일신라 시대 때 소를 몰고 가던 노인이 아름다운 수로부인에게 꽃을 바쳤다는 설화가 있는 헌화로, 율곡 이이의 생가이자 모친인 신사임당의 외가였던 오죽헌, 비운의 예술가인 허균과 허난설헌 기념관, 조선 말기 사대부 집이었던 99칸의 선교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향교인 강릉향교, 강릉 사대부 집안의 고가(조철현, 이광노, 김윤기, 박치규 가옥) 등 문화관광지가 많다. 게다가 오래된 축음기 등을 전시하는 참소리박물관, 드라마모래시계촬영지로 유명한 정동진, 고구려 시대 때의 지명을 따서 만든 하슬라 아트월드, 멋진 동해안과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바다열차 등 현대적 관광 시설도 있다. 여기에 바닷물을 간수로 해 만든 초당두부와 같은 먹을거리,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2005년에 선정된 강릉단오제 등의 콘텐츠도 갖고 있다.

둘째, 이 같은 강릉의 지리적 강점은 커피 클러스터가 성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커피 수요를 창출했다. 여기에 인구 통계학적으로도 카페 클러스터가 발달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교육도시로 명성이 높은 강릉에는 강릉원주대, 관동대, 강릉대, 강원도립대, 한국폴리텍대 등 여러 대학들이 밀집해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카페 문화를 향유하는 핵심 소비자들이다.

셋째, 지리적 강점과 수요가 충분해도 이 산업을 일으킬 인재가 없다면 경쟁우위가 발현되지 않는다. 좋은 커피를 생산하고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카페와 이를 일군 일꾼들이 활약했다는 게 커피도시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Tip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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